[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14일 「고려 오백나한도」,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유항선생시집』, 「휴대용 앙부일구」 등 4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하고, 3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심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보물 지정 예고 대상에 고려시대 불화와 조선 전기 불상, 고려 말 문신의 시집, 조선 말기의 해시계 등 한국 문화유산사의 흐름을 대표하는 네 건을 포함했다.

먼저 「고려 오백나한도(高麗 五百羅漢圖)」는 13세기 몽고 침입 시기에 국난 극복을 기원하며 조성된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한 폭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과 함께 제작된 작품이다. 화면에는 원상주존자가 바위에 걸터앉아 용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묘사돼 있으며, 강인한 표정과 자유로운 필선, 섬세한 농담 표현이 돋보인다. 특히 1235년 제작 배경과 발원자·시주자까지 기록된 화기가 남아 있어 미술사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世宗 碑岩寺 塑造阿彌陀如來坐像)」은 16세기 중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조불이다. 일반적인 흙 위주 조성 방식과 달리 나무로 윤곽을 만든 뒤 흙으로 세부를 완성한 독특한 기법을 보였다. 높은 육계와 균형 잡힌 신체 비례, 활달한 선묘가 특징이며, 현존 수량이 극히 적어 조선 전기 불상 연구에 희소성을 가진다.
또한, 『유항선생시집』은 고려 말 문신 한수(韓修, 1333~1384)의 시문집으로, 권근의 서문과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가 함께 실려 있어 당시 학문과 사상을 이해하는 핵심 자료다. 1400년 금산에서 목판으로 간행된 초간본으로, 현재 온전하게 전하는 것은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판식과 서체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헌학적 가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휴대용 앙부일구(携帶用 仰釜日晷)」는 1908년 강문수가 제작한 해시계로, 반구형 해시계와 나침반을 결합해 정확한 시간 측정을 가능하게 했다. 밑면에 제작 연대와 제작자를 새겨 과학사적 가치가 높으며, 조선 후기 과학 기술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보물 지정 예고는 고려 불화, 조선 불상, 고문헌, 전통 과학 기구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유산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하고 합리적인 지정 제도를 통해 적극 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물 지정 예고는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이자, 후대 연구와 보존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조치다.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보물 지정이 확정될 경우, 국가 문화유산 보호 체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비암사에는 이미 여러 국가지정문화재와 지방문화재가 지정되어 있다. 국보 제106호‘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은 673년경 제작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형 비상으로, 비암사 출토 유물 가운데 대표적 작품이다. 보물로는 고려시대 석불 비상류 유물인「기축명아미타불비상」(보물 제367호)과「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보물 제368호)이 있으며, 2021년 보물로 지정된「세종 비암사 극락보전」(보물 제2119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조선 후기 불전 건축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또한, 세종특별자치시 유형문화재로는 「전의 비암사 삼층석탑」(제3호), 「전의 비암사 영산회 괘불탱화」(제12호), 「전의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제13호)등이 지정돼 있다. 이처럼 비암사는 국보와 보물, 지방문화재가 집약된 사찰로, 우리 불교미술사와 건축사, 조형예술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려수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비암사 소조불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조선 전기 불상의 형식과 기법을 이해하는 데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함께 그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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