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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이 불러온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비급여·급여 모두 급증 ‘건보 재정 빨간불’ - 도수치료 한 달 새 1,208억 원 지출…의원급 비급여 1위 - 본인부담상한제 환급 5년 새 5,400억 원 증가 - 장종태 의원 “공·사보험 역할 재정립 시급”…전문가 “연계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 기사등록 2025-10-17 09: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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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실손보험을 통한 과잉진료가 비급여와 급여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갑)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 등 특정 비급여 항목 지출과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사보험의 역할이 모호한 현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장종태 의원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실손보험사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이 늘어나면서 공짜라는 인식을 가진 환자들의 무분별한 진료로 건보재정이 악화된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국회]

건강보험 진료는 크게 ‘급여’와 ‘비급여’로 나뉜다. ▲급여 항목은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로, 환자는 전체 진료비의 20~60%만 부담한다. 감기 진료, 수술, 입원 등 대부분의 기본 진료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영역으로, 도수치료·영양주사·체외충격파치료·일부 MRI 및 로봇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병원 자율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의료기관 간 진료비 편차가 크고,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제는 실손의료보험이 원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까지 보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나 영양주사처럼 병원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비급여 항목도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진료비 대부분을 돌려받는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비급여라도 어차피 보험에서 나올 돈”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의료기관은 환자 감소 걱정 없이 진료 횟수를 늘리거나 고가 치료를 권유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비급여 영역에서는 실손보험사가 보험금을 과다 지급하게 되고, 급여 영역에서는 잦은 의료 이용으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난다. 즉, 민간보험과 건강보험 양쪽 모두 돈이 새어 나가는 ‘이중 재정누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결국 국민은 보험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그 부담을 다시 떠안게 된다.


비급여·급여 지출 급증, 건보 재정에 ‘경고등’

장종태 의원실이 확보한 2024년 3월 비급여 진료비 자료에 따르면, 도수치료 진료비 총액은 1,208억 원으로 단일 항목 중 최대 규모였다. 의원급 692억 원, 병원급 292억 원, 한방병원 112억 원이 도수치료로 지출됐다.


비급여 상위 항목은 ▲체외충격파치료(555억 원) ▲영양주사(385억 원) ▲1인실 병실료(상급병원 78억 원, 종합병원 122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이다.


한편,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서도 재정 부담이 급격히 늘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은 2020년 2조 2,471억 원에서 2024년 2조 7,920억 원으로 5,4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환급 대상자도 166만 명에서 213만 명으로 확대됐다.


실손보험으로 본인부담이 사라진 환자들이 불필요한 급여 진료를 반복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였던 ‘과도한 의료비 방지’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장 의원은 “실손보험으로 인해 낮아진 본인 부담이 비급여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급여 항목의 과다 이용까지 유발하는 구조적 모순이 건강보험 재정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사보험의 역할을 명확히 재정립하고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항목의 단편적 규제만으로는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없다”며 “비급여 정보 공개, 실손보험 연계관리, 의료이용 빅데이터 분석 등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는 “실손보험이 사실상 ‘비급여 무한 보장제’로 작동하면서 국민이 느끼는 부담은 줄었지만, 건보 재정과 민영보험 재정은 모두 악화되고 있다”며 “건보공단과 보험사가 의료이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연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비급여 항목의 자율가격제가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며 “표준수가제 도입과 가격공개 의무화를 통해 병원 간 진료비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종합 대안으로 ▲공·사보험 연계관리 시스템 구축, ▲비급여 표준수가제 및 가격공개 의무화, ▲실손보험 구조 개편(본인부담 차등형 도입), ▲비급여 사전심사제 확대, ▲필수의료 중심의 급여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간 의료이용 데이터 연동으로 중복·과잉진료를 실시간 점검하고 병원 자율가격제의 폐단을 줄이고 환자 선택권 강화하는 한편, 전액 보장형 대신 일정 비율의 본인부담금 유지로 의료 남용 억제, 도수치료·로봇수술 등 고가 의료행위의 사전심사 의무화. 응급·분만·중증진료 등 필수의료 보장성 강화로 의료비 왜곡 완화 등을 강화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손보험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제도지만, 현 구조는 공보험과 민간보험 모두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비급여와 급여의 경계가 흐려진 지금, 정부는 실손보험 구조와 비급여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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