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이향순 기자] 대전 유등교 가설교 공사에 사용된 복공판 자재를 둘러싸고 장철민 의원실의 “부실·위법” 지적과 대전시의 “문제없다”는 반박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장 의원은 “중고·비KS 복공판 사용과 품질검사 생략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한 반면, 대전시는 “조건부 승인에 따른 정상 행정이며 품질시험 결과도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공사 중고 복공판 사용에 대한 대전시의 행정을 비판하고 있는 장철민 의원. [사진-의원실]
대전 유등교 가설교에 중고 및 비KS(한국산업표준 미인증) 복공판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대전시가 이력을 알 수 없는 중고 복공판을 사용했고, 규정상 반입 전 실시해야 하는 품질검사를 민원 발생 이후에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제화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장은 즉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건부로 자재 납품을 허용했으며, 불합격 시 철거 후 재시공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안전성도 확보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철민 의원실이 대전시로부터 제출받은 ‘자재 공급원 승인 요청·결과통보서(문서번호: 유등트램-공급원-01)’에는 시의 해명과 상반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문서에서 건설사업관리기술인과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인은 “서류상 성능은 적정하나, 실제 납품 자재를 시험의뢰하여 성능검사를 확인해야 한다”며 “시험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조건부 승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조건부 승인은 품질검사 생략이 아닌 ‘검사 후 확정’을 전제한 절차였던 셈이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복공판은 200장당 1장을 임의로 골라 품질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유등교에는 총 3,300장의 복공판이 사용돼 최소 16장 이상 검사가 필요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이를 ‘조건부 승인에 따라 검사 생략 가능’으로 해석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2025년 1월 21일 관련 민원이 접수되자, 이틀 뒤인 23일 복공판 16장에 대한 품질시험을 의뢰했다.
문제는 이 시점이 차량 통행 하루 전이었다는 점이다. 사실상 현장에 설치된 복공판이 아닌 다른 자재를 대상으로 한 검사였다.
논란은 대전시 해명의 논리 자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박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과 광주의 지하철 공사에서도 중고 복공판이 사용됐다”며 “특정 자재의 재사용이 불법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장 의원실이 근거 제출을 요청하자, 대전시는 “서울은 중고 복공판, 광주는 비KS 복공판 사용 논란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를 확인했다”고 답했다. 즉, 부실 논란이 된 타 지역 사례를 오히려 ‘사용 근거’로 제시한 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건부 승인은 품질검사를 생략하라는 의미가 아닌, 시험결과에 따라 최종 사용을 확정하라는 행정적 조치”라며 “대전시의 자의적 해석은 행정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공판은 반복 하중에 따른 피로도와 변형률이 커, 이력 관리가 불투명하면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전시는 “현재 복공판 전수조사와 추가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며, 구조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외부 검증 절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장철민 의원은 “문제가 드러난 이후에도 대전시는 명확한 자료 공개 없이 ‘문제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등교 가설교 자재 논란은 단순한 공사 자재 문제를 넘어 지방정부의 행정 신뢰와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같은 ‘조건부 승인’ 문구를 두고도 의원실과 시의 해석이 정반대로 엇갈린 만큼, 행정 절차의 명확한 기준 마련과 외부 검증이 시급하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자의적 행정 해석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전시는 자재관리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향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