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행정안전부가 26일 지방의회 임기 만료 1년 전부터 외유성 공무국외출장을 제한하는 규칙 표준안 개정안을 내놓았다. 반복된 항공권 위·변조와 경비 부풀리기 등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지만, 외국 정부 초청·자매결연 등 예외 조항이 남아 있어 오히려 우회적 해외출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김민재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방의회가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이지만 관행처럼 이어진 외유성 국외출장에 대한 주민 불신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점검에서 항공권 위·변조, 특정 경비 부풀리기 등 부당 사례가 대거 적발된 점도 개정 추진의 배경이 됐다.
행안부는 올해 초 ▲1일 1기관 방문, ▲출장계획서 사전 공개, ▲출장 후 심의 의무화 등 절차 강화를 시행했으나, 임기 말 외유성 연수가 되풀이되는 점을 들어 임기 만료 1년을 특별 관리 기간으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이 기간 해외출장을 외국 정부 초청, 국제행사 참석, 자매결연 체결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예외 조항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지방의회 해외출장 다수가 형식적 MOU 체결이나 단순 교류 문서 교환에 그쳐 왔고, 자매결연 역시 절차가 간단해 누구나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정부 초청이나 자매결연은 명목만 갖추면 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외유성 출장의 ‘우회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외 사유가 규칙에 명시되면서 오히려 지방의회가 해외출장 추진의 ‘공식 명분’을 확보하게 되는 구조적 역효과도 지적된다. 이 때문에 “행안부 규칙이 억제책이 아니라 오히려 출장 추진을 돕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행안부는 심사 과정 강화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공무국외출장 심사 시 교육계·법조계·언론계·주민 등 외부 전문가와 함께 ‘주민 의견을 대표할 시민단체 1곳 이상’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지만, 이 조치에도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 구성권 자체가 지방의회나 집행부가 쥐고 있는 구조에서 실질적 주민 감시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지자체에서는 집행부·의회 영향력 아래 특정 단체가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등 심의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례도 이어져 왔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징계·환수 처분을 받은 지방의원에 대한 해외출장 제한, 위법·부당 출장 적발 시 감사원·국민권익위 조사 요청, 수사 의뢰 등 신분상 조치를 예고했다.
또 특정 여행사 알선 요구, 출장 강요, 회계 위반 등 부당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직원 보호 조항을 신설하고, 공동비용 갹출·사적 심부름 등을 금지해 조직 내 갑질 방지 대책도 강화했다.
행안부는 지방정부 합동감사에서 위법 출장 사례 적발 시 지방교부세 감액·국외여비 삭감 등 재정 페널티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렴도 평가에서도 규정 위반 지방의회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국민권익위원회와 협의되고 있다.
또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을 통한 상시 교육 프로그램 마련, 맞춤형 교육 운영, 내년 제정 예정인 ‘지방의회법’ 내 외유성 출장 억제 규정 반영도 추진된다.
김 차관은 “규칙 개정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12월 중 업무 지침을 배포해 즉시 적용 가능한 조치를 먼저 시행하겠다”며 “지방의회 자정 노력과 주민 감시가 함께 작동해야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방의회만 임기 말 국외출장을 제한한 정부 방침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해외출장 역시 우호도시 방문, 국제행사 참석, 투자유치 명목의 방문, 자매결연 확대 등 지방의회 출장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일정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단체장 해외출장에서도 형식적 MOU 체결, 관광 일정 포함, 실질적 성과가 불명확한 보고서 제출 등 지방의회와 같은 문제점들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지방행정계 일각에서는 “외유성 논란의 본질은 지방의회와 단체장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규제가 한쪽에만 적용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제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체장 출장에 대한 기준 또한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행안부의 이번 개정안은 임기 말 반복돼 온 외유성 국외출장을 막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지만, 예외 조항과 심사 체계가 실질적인 통제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외유성 출장 근절 여부는 제도 마련보다 지방의회의 자율적 책임성과 주민 감시 체계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