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교육청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국내외 진로체험을 위해 추진한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비 196억9241만원이 7일 세종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이번 추경을 통한 사업 추진이 사실상 무산됐다.
세종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7일 세종시교육청의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교육청이 추진한 ‘글로벌 진로탐험대’ 운영사업비 196억9241만원은 상임위에 이어 예결위에서도 전액 삭감됐다. 교육청은 상임위 삭감 이후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인 5개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최종 계수조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사진-대전인터넷신문]
세종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2026년도 제2회 세종특별자치시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한 뒤 계수조정을 거쳐 수정 가결했다. 교육청이 제출한 제2회 추경안은 기정예산 1조3458억원보다 28억원 증가한 1조3486억원 규모다. 제1회 추경 이후 추가 교부된 특별교부금 사업과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비를 반영한 것이 핵심이었다. 교육청은 글로벌 진로탐험대와 특별교부금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제2회 추경 편성 이유로 제시했다.
2026년도 제2회 세종특별자치시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세종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사진-대전인터넷신문]
그러나 이번 추경의 최대 쟁점이었던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병남 예결위 부위원장은 계수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등교육과 소관 글로벌 진로탐험대 운영사업비 196억9241만원을 감액하고, 세입에서도 학생 수익자부담금으로 편성된 ‘그 외 수입’ 17억8500만원을 삭감한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경안에서 감액 편성했던 조직예산과 소관 예비비 179억741만원은 감액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됐다. 나머지는 교육감이 제출한 원안대로 반영됐다.
결국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비가 전액 삭감되고 이에 연동된 학생 부담금 세입도 빠지면서 교육청이 이번 추경을 통해 추진하려던 사업은 사실상 멈춰 섰다. 이번 삭감에서 주목할 부분은 의원들이 해외 진로체험이라는 정책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결위의 질문은 약 197억원 규모 신규 정책사업을 추경에 편성할 만큼 시급성과 불가피성이 있는지, 사업계획과 안전대책이 실제 집행할 수준으로 준비됐는지, 투입되는 재정에 상응하는 교육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김현미 의원은 추경 편성의 원칙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위원님들이 진로 탐험 정책 사업 자체를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사업 취지와 예산편성의 적절성을 구분했다. 이어 추경은 이미 확정된 본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나 재정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질의하며 글로벌 진로탐험대가 추경에 편성해야 할 사업인지를 따졌다. 김 의원은 교육청에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은 그 추경 사업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교육청은 제5대 교육감이 새로 취임했고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추경 편성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임위 전액 삭감 이후 교육청이 예결위 심사를 앞두고 마련한 조정안도 새로운 논쟁거리가 됐다. 본지가 확인한 교육청의 대안 비교자료에 따르면 교육청은 사업 대상과 규모, 방문코스, 선정방식 등을 달리한 5개 방안을 제시했다.
1안은 중3 전체 5400명 내외를 국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방안으로 총예산 79억595만원, 2안은 희망학교 960명 내외가 국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39억5416만2000원이었다. 3안은 희망학교 480명 내외를 대상으로 20억3698만6000원, 4안은 희망학생 480명 내외를 대상으로 같은 20억3698만6000원, 5안은 희망학교와 희망학생을 결합해 960명 내외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39억5416만2000원을 제시했다.
원안 대비 편성비율은 각각 40.1%, 20.1%, 10.3%, 10.3%, 20.1%다. 1안은 본인부담금 15만원을 제시하되 취약계층은 면제하고, 2~5안은 모두 학생 본인부담금을 ‘무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사업비만 줄인 대안들이 아니었다. 사업 대상은 중3 전체에서 희망학교 또는 희망학생으로 달라졌고, 방문코스도 국내와 국외로 나뉘었다. 학생 선정방식과 본인부담 여부까지 각 안에 따라 달라졌다.
문제는 약 197억원 규모 원안을 대신할 사업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각 대안의 타당성을 비교할 만큼 충분하고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됐느냐는 것이었다. 교육청이 마련한 비교자료에는 대상, 방문코스, 인원, 선정방식, 본인부담금, 총예산, 원안 대비 편성비율과 각 방안의 장점 등이 담겼다.
1안에는 ‘보편 참여·형평성, 국내형으로 안전 부담 낮음’, 2안에는 ‘교육과정 연계·학교 단위 효과 검증’, 3안에는 ‘최소 예산·국외형 효과 검증·안전 관리 용이’, 4안에는 ‘전체 학생에 균등한 기회·학교 업무 부담 없음’, 5안에는 ‘학교·개인 운영 모델 비교 검증·비선정교 학생 참여 기회’ 등이 장점으로 제시된 반면 각 방안의 단점이나 위험요인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한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대안별 세부 프로그램과 구체적인 예산 산출근거, 교육효과를 판단할 성과지표 등도 해당 비교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교육청은 자료를 간략하게 작성한 데 대해 의원들이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고려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심사 과정에서는 대규모 예산의 대안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는 구체성이 부족하고 부실하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사업 규모를 원안의 10.3%인 20억원대까지 낮춘 방안부터 40.1%인 79억원대 방안까지 제시했음에도 예결위의 최종 계수조정에는 어느 안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삭감의 원인을 단순히 ‘197억원이라는 사업비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예산 규모뿐 아니라 사업 설계와 준비 수준, 안전성, 집행 가능성, 교육효과와 재정 투입의 타당성까지 복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노종용 의원 역시 심사 과정에서 사업 규모와 대상, 방문 국가, 예산 등이 달라지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노 의원은 “예산을 낮춘다고 괜찮은 사업이고 5천명이 간다고 무리한 사업이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며 “준비를 해야 한다. 정확한 명분과 준비, 아이들이 안전하게 효과를 거두고 올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안은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안전 문제도 예산 심사의 주요 판단 요소였다. 교육청은 학생 15명 단위 팀 구성과 인솔교사, 안전요원, 간호인력 등을 배치하는 방안을 설명했지만 예결위에서는 해외에서 학생이 다치거나 입원하는 상황까지 고려한 책임체계와 여행자보험의 구체적인 보장 범위 등을 따져 물었다.
단순 해외방문이 아닌 ‘진로탐험’이라는 사업명에 걸맞은 프로그램이 실제 준비됐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학생들의 진로와 연계된 현지 기관 확보와 항공·숙박 등 대규모 이동계획,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가져올 교육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 수익자부담금 처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교육청은 학생 부담금을 학교 스쿨뱅킹 등을 통해 받은 뒤 교육청 세입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예결위에서는 학교 현장의 행정 부담과 함께 이를 어떤 세입 항목으로 처리할 것인지 확인을 요구했다. 관련 질의에서 교육청 관계자가 수입 코드 문제에 대해 “그 부분은 다시 저희가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하면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세입 처리와 같은 세부 행정절차까지 충분히 정리했느냐는 의문도 남겼다.
결국 이날 의원들의 질문은 한 지점으로 모였다. 해외 진로체험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약 197억원의 예산을 지금 승인할 만큼 사업이 준비됐느냐는 것이었다. 예결위는 계수조정 끝에 사업 규모를 일부 줄여 반영하는 대신 196억9241만원 전액을 삭감하는 쪽을 선택했다.

박란희 예결위원장도 의결 직후 이번 결정의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다양한 교육 경험 확대라는 사업의 취지를 고려하면서도 사업 규모에 걸맞은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학생의 안전, 구체적인 사업 추진 준비가 충분한지,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실질적인 교육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위원들 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규모가 크고 재정 소요가 상당한 사업인 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예산 산출 근거가 적정한지, 실제 집행이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며 “재정 여건과 사업의 효과성을 함께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예결위 결정 직후 별도의 반발보다는 의결된 예산의 집행에 무게를 둔 입장을 밝혔다. 이윤홍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우리 교육청의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도 있게 심의·의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위원님들께서 의결해 주신 예산은 재정 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집행하겠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안심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변화를 꾸준히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부교육감은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비 전액 삭감에 대해 별도의 유감을 표명하거나 구체적인 재추진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다.
교육청이 향후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다시 추진한다면 이번 심사에서 제기된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완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심사는 단순히 사업 대상과 예산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 의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왜 별도의 대규모 진로탐험 사업이 필요한지, 기존 진로교육과 무엇이 다른지, 학생들이 얻을 교육효과는 무엇인지, 안전과 보험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학생 부담금과 세입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까지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보다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시범사업으로 방향을 바꿀 경우에도 무엇을 검증할 것인지와 그 결과를 어떤 지표로 평가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상임위 전액 삭감 이후 교육청이 원안의 10.3%까지 사업 규모를 낮춘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예결위 최종 계수조정에는 어느 대안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이번 심사의 핵심이 단순한 사업비 규모를 넘어 사업 자체의 준비도와 실행 가능성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진로탐험대의 첫 대규모 예산 확보가 무산되면서 교육청에는 정책의 취지를 넘어 실행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97억원 전액 삭감이라는 결과는 대규모 신규 교육정책일수록 명분만으로는 예산의 문턱을 넘을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업설계와 절차, 학생 안전, 재정 효율성, 검증 가능한 교육효과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