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전산망 복구를 담당하던 행정안전부 소속 50대 공무원이 투신해 숨진 가운데, 중앙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세종시의회와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의 조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시민사회가 “지역 리더십의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10월 3일 오전,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 소속 50대 4급 서기관 A씨의 빈소에 지역 정치인 일부가 조문을 하지 않는 등의 행보로 지도자의 기본에 대한 지적이 표출되고 있다. [대전인터넷신문]
지난 10월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인근에서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 소속 50대 4급 서기관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이어진 국가전산망 복구 업무를 총괄하던 핵심 실무 책임자로, 과중한 업무와 심리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행안부 공무원은 고인을 떠올리며 “성실하고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형 같은 분이었다”며 “사건이 터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늦게까지 근무했다.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는 “대전이 집이지만, 사건 이후 2~3일씩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수습에 매달렸다”며 “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책임감이 컸던 선배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치권의 조문 행렬은 3일 저녁부터 이어졌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이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강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서한을 낭독하며 유족을 위로했다. 서한에는 “국가의 정보 인프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그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가 같은 날 밤 빈소를 방문했다. 김 총리는 “국가 전산망 복구 현장에서 고인의 헌신을 기억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들의 근무환경과 심리 보호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조직 보호 의지를 밝힌 첫 공식 발언이었다.
이날 강훈식 실장과 함께 자리한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을)은 행안부 관계자로부터 당시 복구 상황을 보고받고 “안타까운 희생”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세종 지역구 의원으로서 유족들에게 조의를 전한 유일한 인사였다.
다음 날인 4일 오후, 여야 대표의 조문이 잇따랐다. 먼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빈소를 찾아 “공직사회가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책임을 묻기보다 지켜야 할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오후 7시께 빈소를 방문해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국가 시스템을 위해 헌신한 공무원의 희생은 국민 모두가 애도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최민호 세종시장 역시 별도의 공지 없이 조용히 빈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을 올렸다. 최 시장은 “세종시민의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행정수도 세종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시 차원의 관심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세종시의회 의장과 일부 지역 국회의원(김종민 세종갑)들의 조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세종갑 지역구 김종민 의원의 조문 여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며, 기자가 의원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으나 보좌관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고 공식 입장은 전해지지 않았다.
또한, 김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세종을 대표한다”고 강조해왔지만, 긴 추석연휴 기간 동안 세종시 내에서의 공개 일정이나 지역 행보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자택과 의원실만 세종에 있을 뿐, 실제 생활은 지역 밖에서 이루어진다”, “세종시민의 아픔과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지역 곳곳을 돌며 조문과 민심 청취에 나선 토박이 강준현 의원(세종을)의 행보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이라면 연휴 기간이라도 지역 현안과 비극적 사건에 책임감을 보이는 게 기본”이라며 “말로만 지역대표라 외치며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행보는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관계자 또한, “이런 비극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라도 보이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 자세 아니냐”며 “조문 여부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시민의 눈에는 공감 능력의 척도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인이 조문을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적 실추를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일정이 겹치거나 사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추석연휴가 길었다는 점에서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연휴 기간 내내 시간을 낼 여유가 없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공무원이 지역에서 숨졌다면, 시민 대표로서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했다.
한 공무원의 죽음은 국가 전산망 복구라는 중대한 사안을 넘어, 세종시 공직사회와 정치권이 시민의 생명과 희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위상에 걸맞은 도시라면, 리더들은 조문을 넘어 제도적 개선과 인간적 책임으로 답해야 한다. 조문하지 않은 침묵이야말로 시민들이 가장 뼈아프게 기억할 정치적 메시지가 되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