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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바지 입던 추석은 갔다… 세종·대전, 따뜻해진 가을의 도시 온난화 50년 - 1970년대엔 추석이면 찬바람… 지금은 반팔로 보내는 가을 - 연평균기온 10년마다 +0.42℃ 상승, 강수량도 꾸준히 증가 - 전문가 “아열대화 징후 뚜렷… 도시 기후 대응 체계 재정비 시급”
  • 기사등록 2025-10-13 08: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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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대전의 가을은 더 이상 예전의 ‘쌀쌀한 추석’이 아니다. 지난 50년간 이 지역의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42℃씩 오르며 계절의 경계가 무너지고, 비까지 잦아졌다. 기상청은 “온난화로 인한 지역 기후 변화가 뚜렷하게 진행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chatGPT가 만든 기후변화를 풍자한 사진[대전인터넷신문]

1970년대 추석이면 ‘나일론 쫄쫄이바지’를 입고 아침 이슬을 맞던 기억이 먼 옛 이야기가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추석 연휴에 반팔 차림으로 송편을 빚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을 만큼, 세종과 대전의 가을은 따뜻해지고 길어진 여름의 연장선으로 바뀌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 이후 세종·대전의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42℃ 상승했고, 강수량도 같은 기간 평균 +16.4㎜/10년씩 늘었다. 대전의 경우 2024년 평균기온은 14.4℃로, 평년보다 2.0℃ 높았으며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해 강수량은 1,481.4㎜로 평년보다 약 210㎜나 많았다. 여름철 장마 집중화와 국지성 폭우도 더욱 뚜렷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날씨의 변덕이 아니라 “기후 체계의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한다. 대기가 더 따뜻해지면서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게 되고, 이로 인해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기온 변화는 시민의 일상과 지역 생태계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열 질환 신고 건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열대야 발생일 수도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9월에도 한낮 체감온도가 30도를 넘는 날이 잦아지면서 ‘가을’의 체감 기간이 1개월 이상 짧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농업 분야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가 늘어나면서 벼의 등숙률(알곡이 여무는 비율)이 떨어지고, 사과·배 등 과수의 색깔과 당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고온에 약한 작물 대신 포도, 무화과 등 남부 작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때 사과의 대표 산지였던 대구 지역은 이미 고온에 따른 착색 불량과 당도 저하로 재배 여건이 급격히 나빠졌고, 현재는 사과 주산지가 충주·원주·강원도 평창 등 북부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사과는 평균기온 13~14℃대의 서늘한 지역이 적합한데, 중부권 이남은 기후가 너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감과 호두로 유명한 충북 영동지방은 더위와 서리 시기가 어긋나면서 ‘감이 서리 맞기 전 떨어지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과거엔 10월 말까지 서늘한 날씨가 유지돼 자연건조로 곶감(꽃감)을 만들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초가을 고온과 잦은 비로 건조가 어려워져 곶감 생산량이 예년의 60% 수준으로 줄었다는 현지 농가의 하소연도 나온다.


도시의 구조적 문제도 심화됐다. 기온이 높아지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복사열이 쌓이며 열섬현상이 강화되고, 전력 소비가 급증한다. 대전시의 여름철 전력피크는 2010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 기상청은 “폭염이 잦을수록 냉방 수요가 늘어나 전력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또한, 국지성 폭우와 도심 침수 문제가 상시화되고 있다. 2023년 세종시 고운동 일대에서는 시간당 70㎜의 집중호우로 주차장과 상가 지하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대전 중구 은행동·대흥동 등 도심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물바다’가 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두 도시는 다양한 정책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는 ‘스펀지 시티(Sponge City)’ 개념을 도입해 도심 곳곳에 빗물을 흡수·저장할 수 있는 녹지공간과 침투형 보행로를 확대하고 있다. 2026년까지 60만㎡ 규모의 빗물 정원과 저류시설을 조성해 장마철 홍수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대전시는 노후 하수관 교체와 더불어 ‘도심형 빗물저류조’ 설치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탄방동과 선화동 일대에는 최대 2만㎥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저류조가 건설 중이다. 또, 인공지능 기반의 도시 기후위기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폭염·폭우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기후 대응은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시민의 생활 문화와도 연결된다. 세종시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후적응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지역 단위로 태양광 패널 설치와 에너지 절감 실천운동을 확산 중이다. 대전시 역시 ‘에코스쿨’ 인증제를 통해 학교별 탄소저감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종과 대전은 한반도 중부 내륙의 대표 기후지역으로, 그 변화는 전국적인 온난화 흐름의 축소판”이라며 “단기적 재해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도시 구조 개편과 생활 속 탄소 감축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일론 쫄쫄이바지를 입고 추석을 보냈던 세대에게 지금의 따뜻한 가을은 낯설고 어색하다. 그러나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 현실’이 되었다. 세종과 대전의 계절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예보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재의 모습이다. 온난화 50년, 이제 도시는 기후와 함께 살아갈 방식을 배워야 할 때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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