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의 가루쌀 중심 육성정책 여파로 국산밀 재고가 2020년 1만 톤에서 2025년 6만여 톤으로 6배 급증했다. 자부담·예산 배분도 가루쌀에 유리해 국산밀 판로가 막히며 자급률 5% 목표 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가루쌀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루쌀 경쟁력은 상승했지만 반대로 국산밀 재고량은 6배가 늘어나는 등 국산밀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임미애 의원은 국산밀 경쟁력을 위해 가공·유통 인프라 확충과 공공수요 확대, 수매제 개선 등 실질적 대책을 요구했다. [대전인터넷신문]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산밀 재고량은 2020년 약 1만 톤에서 2025년 현재 6만여 톤으로 늘었다. 지난해 생산량 3만7천 톤의 1.6배가 창고에 쌓였다. 재고 급증은 생산의 위축과 가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산밀 생산은 2023년 5만1천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3만7천 톤으로 감소, 2025년은 4만5천 톤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작황 변수 외에 ‘판로 부재’를 더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부의 ‘전략작물 제품화패키지’에서도 차등이 뚜렷하다. 공고·안내에 따르면 가루쌀 제품화는 국비 80%·자부담 20% 구조로 지원된다. 반면 국산밀은 높은 자부담 요구가 관행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구조 속에서 가루쌀에는 대기업이 대거 참여하고, 국산밀은 중소업체 위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전문가들은 “가루쌀 위주의 지원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산밀 산업은 재배면적 축소와 농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밀 산업을 전략작물로 육성하겠다는 초기 목표와도 괴리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먼저, 공공급식 분야에서의 국산밀 사용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국 학교급식의 국산밀 사용률은 3% 수준에 불과해, 공공조달을 통한 안정적 수요처 확보가 재고 해소와 자급률 제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한, 가공·유통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별로 공동 제분시설과 물류 허브를 조성해 중소업체가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고, 공동 브랜드를 통해 시장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HMR(가정간편식)·베이커리 등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제품군에 국산밀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통망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산지 수매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 수매단가가 외국산에 비해 낮아 농가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는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정부와 aT가 상시 매입·비축을 확대하고, 이를 학교급식과 재난비축용으로 순환시키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원사업의 형평성 재조정도 요구된다. 가루쌀 80:20(국비:자부담) 구조에 맞춰 국산밀의 자부담을 완화하고, 자급률 기여도가 높은 품목에는 국비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원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민간 대형 수요처 연계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제분·제빵업체와 프랜차이즈 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 국산밀을 혼합해 사용하는 ‘국산밀 블렌드’ 제품군을 출시하면, 정부가 세제 혜택과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검토될 수 있다.
임미애 의원은 “국산밀 재고가 쌓이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가루쌀에 정책적 무게를 두고 있다”며 “국산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가공·유통 인프라 확충과 공공수요 확대, 수매제 개선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밀은 단순한 곡물이 아니라 식량안보의 상징이다. 그러나 정책의 불균형으로 인해 재고는 쌓이고 소비는 줄어드는 ‘이중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식량자급률 5% 목표를 실현하려면, 생산 지원을 넘어 소비·유통·가격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창고 속 밀을 식탁으로 돌려보내는 일, 그것이 곧 국산밀 산업을 살리는 첫걸음임을 인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