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설 차례 안 지낸다” 69%…사찰 합동차례 늘어나는 이유 - 차례 미실시 60%대 후반…가정 제례 빠르게 감소 - 화장률 92% 시대…자연장·사찰 합동의례 확산
  • 기사등록 2026-02-17 10:48:56
기사수정

[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설 명절 보림사 합동차례에 신도 100여 명이 참석해 공양을 나눈 가운데, 차례를 생략하는 응답이 60%대 중후반으로 나타나고 해외여행·역귀성까지 늘며 명절·추모 문화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설명절 당일 세종시 연소면 소재 한국불교 세종보림사에서 거행된 합동차례.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설 명절을 맞아 보림사에서 열린 합동차례에 신도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사찰에서 함께 차례를 올리며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가정에서 차례상을 차리기 어려운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례를 치른 것이다.


합동차례 뒤 아침 공양 시간에는 떡국과 밥, 사찰 반찬 20여 가지를 함께 나눠 먹었다. 신도들은 서로의 가족과 지인 안부를 묻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명절 분위기를 이어갔다. 공양은 ‘식사’라기보다 공동체 교류의 시간에 가까웠다.


참석자들은 합동차례 후 남은 음식을 골고루 나눠 가진 뒤 각자의 생활공간으로 돌아갔다. 사찰에서 함께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방식은 차례 준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명절의 정’은 놓치지 않으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이 같은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설 관련 조사에서 ‘차례·제사를 지낸다’는 응답이 35% 안팎, ‘지내지 않는다’는 응답이 60%대 중후반으로 나타났고, 일부 보도에서는 약 65% 수준으로 제시됐다. 


명절 풍경도 달라졌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만큼이나, 부모가 수도권 등 자녀 거주지로 올라오는 ‘역귀성(역상경)’이 제도·상품으로도 뒷받침되는 흐름이 됐다. 코레일이 설 특별 수송기간 역귀성 좌석을 30~50% 할인 판매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수요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해외로 떠나는 명절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설 연휴 기간 인천공항 이용객이 약 12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도가 나왔고, 공항 혼잡이 상수가 되면서 ‘명절=이동·여행’ 인식이 뚜렷해졌다. 


추모 문화의 변화는 장례 분야에서 더욱 급격하다. 보건복지부 장사통계에 따르면 2023년 사망자 중 화장자는 32만7,374명으로 화장률은 92.9%로 나타났다. 매장 중심에서 화장 중심으로 옮겨간 뒤에는 봉안당 안치뿐 아니라 잔디장·평장·수목장 등 자연장 방식이 일상화되고 있다.

 

공공 장사시설의 운영 기준도 ‘상차림’에서 ‘간소 추모’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설 연휴 기간 추모공원·자연장지에서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간단한 헌화·참배만 허용한다는 안내가 반복돼 왔고, 실제로 시설 운영 내규에는 헌화 생화를 7일 경과 후 임의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도 명시돼 있다. 


이처럼 명절 차례가 축소되는 이유는 ‘전통 의지의 약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차례상 비용 부담, 음식을 만들 일손 부족, 맞벌이·1인 가구 확대, 세대 간 인식 차이가 겹치며 가정 제례의 유지 비용이 커졌다. 대신 개인 휴식, 가족 단위 여행, 가까운 만남으로 명절 의미를 재구성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그 공백을 메우는 방식 중 하나가 사찰 합동의례다. 사찰은 의례 공간과 진행 인력을 갖추고 있고, 공양을 통해 공동체 교류까지 묶어낼 수 있다. 차례를 “집집마다” 차리는 문화가 약해질수록, 부담을 분산시키는 ‘공동 차례’가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림사 합동차례는 변화한 세태를 압축한다. 차례는 줄고, 이동과 여행은 늘고, 장례·추모는 간소화로 이동한다. 그 사이에서 ‘기리는 마음’을 유지하려는 선택이 사찰 합동의례와 같은 새로운 명절 문화로 구체화되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2-17 10:48:5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신뉴스더보기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