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지방공기업 협력사업비, ‘금고 지정의 그림자’… 농협 중심의 특혜 구조 고착 - 전국 420개 지방공기업 중 40% 수의계약, 협력사업비 상당수가 농협 계열 - 콘도회원권·금리우대·장학금 등 현물형 특혜 다수, 공공성 훼손 지적 - 한병도 의원 “협력사업비 현금화·세입편입·금고 표준화로 투명성 제고해야”
  • 기사등록 2025-10-14 10:44:26
기사수정

[대전인터넷신문=세종·대전/최대열 기자] 전국 지방공기업이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받은 협력사업비가 공공 목적을 벗어나 임직원용 콘도회원권, 장학금, 금리우대 등 ‘특혜성 복지’로 변질된 가운데, 농협은행 중심의 금고 지정 관행이 이러한 불투명 구조의 핵심 배경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협력사업비가 공공협력기금이 아닌 ‘금고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지방공기업 자금 관리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지방공기업이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받은 협력사업비가 공공 목적을 벗어나 임직원용 콘도회원권, 장학금, 금리우대 등 ‘특혜성 복지’로 변질된 가운데, 농협은행 중심의 금고 지정 관행이 이러한 불투명 구조의 핵심 배경으로 드러나면서 농협에 대한 비판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전인터넷신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전국 420개 지방공기업(직영기업 254곳, 공사·공단 166곳) 중 다수가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숙박권, 장학금, 금융시스템, 금리우대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사업비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이 협력사업비 제공은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철원군 상수도(6천만 원), 영동군 상수도(2억4천만 원), 증평군 하수도(2억2천만 원), 안동시 상·하수도(각 8억 원), 원주시시설관리공단(임직원 금리우대 1~2%) 등 다수가 농협을 주거래로 지정하고 있었다. 완도해양치유공단, 함안지방공사, 안성시시설관리공단 등도 유사한 혜택을 받았다.


서울교통공사는 국민은행으로부터 약 40억 원 상당의 콘도회원권을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제공받았으며, 경기주택도시공사는 70억 원 규모의 금융시스템 개선사업을 협력사업비로 대체했다. 부산도시공사는 국민·부산·우리은행으로부터 기업자금관리시스템과 금리우대를 동시에 지원받았다.


농협 중심의 ‘금고-협력사업비’ 순환 구조

전국 지자체의 약 74%(243곳 중 180곳 내외)가 농협은행을 제1금고로 지정하고 있으며, 군 단위 이하 지방정부는 거의 대부분 농협은행을 이용한다. 이로 인해 산하 지방공기업(상하수도사업소·시설관리공단·도시공사 등) 역시 동일 은행과 거래하는 사례가 일반화되어 있다. 그 결과, “지자체 금고 지정 → 산하기관 동일은행 거래 → 협력사업비 제공 → 사적 편익 제공” 이라는 순환 구조가 고착화됐다.


은행은 금고 유지를 위해 협력사업비를 제공하고, 공기업은 이를 통해 임직원 혜택을 얻는 구조다. 협력사업비가 본래의 공익 목적에서 벗어나 ‘금고 유지 리베이트’로 변질된 셈이다.


제도적 공백과 행정안전부 관리 사각

현행 「지방회계법」은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과 평가 절차를 규정하지만, 지방공기업에는 금고 지정에 대한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공기업 예치금과 협력사업비 제공 행위를 실질적으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공공기관 금고 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을 통해 지방공기업에도 동일한 금고 기준을 적용하라고 권고했지만, 구체적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병도 의원은 “지방공기업의 금고 협약이 공공자금 관리보다 은행의 판촉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숙박권이나 금리우대 같은 사적 혜택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협력사업비는 현금 출연만 허용하고 세입예산으로 편입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금고 약정기간을 4년 이내로 제한하고 자동연장을 금지하는 표준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 ‘농민의 은행’에서 ‘돈장사 은행’으로?

이번 사태는 협력사업비 제도의 왜곡을 넘어 농협은행의 공공성 상실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농협은 1961년 설립 당시 농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협동조합으로 출범했지만,현재는 전국 지방금고의 70% 이상을 점유한 거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농협이 농민 지원보다 지방금고 영업에 집중하며 사실상 상업은행화됐다는 점이다.


협력사업비가 농민이나 지역경제로 환원되지 않고 공기업 임직원 복지성 혜택으로 쓰이는 현실은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농협이 협동조합 명칭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은행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공공기관 예치금에서 파생된 협력사업비를 리베이트성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농협의 설립 목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농협이 공적 금융기관으로 남으려면 금고 독점 구조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며 “농협이 지방공기업 협력사업비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한 ‘농민의 은행’이라는 이름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도 개선의 네 가지 방향

한병도 의원은 이번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4대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협력사업비를 전면 현금화하고 세입예산에 편입하는 것이다. 현물성 협력사업비는 회계감사가 불가능해 투명성이 떨어지므로, 모든 지원을 현금 출연으로 제한하고 회계연도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금고 지정 절차를 표준화하고 자동연장을 금지하는 것이다. 금고 약정기간을 최대 4년 이내로 제한하고, 유찰 시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관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금고 평가 항목에서 ‘협력사업비 규모’ 항목을 삭제하고, ‘공공성·금융안정성·수수료 조건’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셋째, 협력사업비 내역 공개와 외부심사 강화다. 협력사업비의 제공 내역을 연간 사업보고서와 홈페이지에 의무 공개하고, 심사위원회에는 회계사·시민단체·학계 인사 등 외부 전문가를 30% 이상 참여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독체계 일원화 및 통합 관리시스템 구축이다. 현재 지자체와 지방공기업 금고 관리가 분리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원회·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공공금고 관리시스템(PGMS)’을 구축해 예치금·금리·협력사업비 제공 내역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한 의원은 “협력사업비는 결국 국민 세금의 연장선에 있는 자금”이라며 “이를 공공예산처럼 관리하지 않는 한, 지방공기업의 재정 투명성은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10-14 10:44:2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신뉴스더보기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