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이향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4일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을 의결한 가운데, 대전에서는 주민투표 필요성(71.6%)과 통합 반대(41.5%) 여론이 확인되며 대전·충남 통합은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 합의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이 의결됐다. [사진-국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재석위원 18명 가운데 찬성 11명, 기권 7명으로 가결했다. 반대 표결은 없었다. 토론 종결 동의 역시 같은 결과로 처리됐다.
이번 의결로 정부가 추진해 온 시·도 행정통합 가운데 전남·광주가 가장 먼저 국회 심사 절차를 통과했다. 반면 대전·충남과 대구·경북은 지역 내 반대와 지방의회 이견 등이 이어지면서 추가 논의 대상으로 남았다.
시·도 행정통합은 인접한 광역자치단체를 하나의 광역단체로 통합해 행정구조를 단순화하고 권한과 재정을 집중하는 제도 개편이다. 통합이 이뤄지면 중복 행정 기능을 줄이고 산업·교통·도시계획 등을 광역 단위로 일원화할 수 있으며, 정부는 재정지원과 규제 특례, 교육·산업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충남·대전 26회, 전남·광주 48회, 대구·경북 49회의 공청회와 설명회를 실시했다”며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전 지역에서는 통합 추진에 대한 신중론이 여론으로 확인됐다. 대전시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2월 20~22일 만 18세 이상 시민 2,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71.6%가 행정통합 추진 시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적극 필요’는 49.6%, ‘필요’는 22.0%였다.
행정통합 찬반을 묻는 질문에서는 ‘반대’가 41.5%로 ‘찬성’ 33.7%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유성구(46.6%)와 서구(43.6%)에서 반대 비율이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30대(53.4%)와 18~29세(51.1%)에서 반대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대 이유로는 ‘지역 간 갈등 심화’(29.4%)가 가장 많았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부족’(26.7%), ‘대전 정체성 훼손’(15.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 응답자는 ‘행정 효율화’(46.4%), ‘수도권 일극체제 완화’(25.3%), ‘주민 편의 증대’(15.7%)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통합 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5년 이상 장기 검토 후 추진’이 38.4%로 가장 많았고, ‘2년 후 출범’ 26.5%, ‘올해 7월 출범’ 25.7% 순으로 나타났다. 속도보다 충분한 논의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지역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시민 다수가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통해 직접 민의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대전시는 시의회 결의와 타운홀미팅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했으나, 행정안전부의 공식 회신은 없는 상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지역 합의 수준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대전·충남은 시·도의회와 단체장이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며, 대구·경북 역시 지방의회가 조건부 반대 의견을 내는 등 내부 조율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시·도 통합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역별 여론과 정치권 합의 수준에 따라 ‘선(先) 통합·후(後) 확산’ 방식의 단계적 추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광주 통합이 첫 사례로 추진되는 가운데, 향후 다른 권역 통합은 주민 수용성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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