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 보림사가 19일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첫 합동위령제를 봉행한 가운데, 진혼무 공연을 지켜보던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보림사는 자체 재원으로 행사를 마련했으며, 신도회는 약 400명의 참석자를 위해 직접 조리한 음식과 다과를 제공했다.
19일 세종시 연서면 보림사에서 열린 ‘2026년 제1회 사회적 참사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무가 펼쳐지고 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진혼무 공연 중 일부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이날 세종시 연서면 보림사에서 열린 ‘2026년 제1회 사회적 참사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등 각종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충남 무형유산 제40호 ‘내포영산대재’ 전승 스님들이 참여해 전통 불교 천도의례를 집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재난참사 피해자 유가족 등도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사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19일 세종 보림사에서 내포영산대재 전승 스님들이 전통 불교 천도의례를 봉행하며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19일 세종 보림사에서 내포영산대재 전승 스님들이 전통 불교 천도의례를 봉행하며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특히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무가 펼쳐지자 행사장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무용수의 춤사위가 이어지는 동안 일부 유가족은 눈물을 훔쳤고,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공연을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로 다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은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공연을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공연을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이번 합동위령제를 제안한 보림사 주지 무변당 지월 스님은 본지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행사 개최 취지에 대해 “부처님의 불법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비 실천이 위령제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월 스님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영혼이 안식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의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그 영혼의 안식처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게 천도제”라며 예고 없이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본래 취지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천도제가 아닌 영산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범패와 작법 등 전통 불교의식의 격식과 절차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월 스님은 영산재를 봉행하려면 일정한 규모와 전통 의식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여법하게 집전할 수 있는 내포영산대재 전승 스님들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여법하게’는 불교의 가르침과 정해진 의식 절차에 맞게 올바르고 정중하게 행한다는 의미다. 지월 스님은 이번 합동위령제를 앞으로도 계속 개최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매년”이라고 답하며 정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의식에는 내포영산대재 전승자인 운산 보명 스님 등 전승 스님들이 참여했다. 오전 10시부터 희생자의 영가를 도량으로 모시는 시련과 대령, 관욕, 신중작법, 상단권공, 중단권공 등 전통 천도의례가 진행됐다. 영산재는 석가모니 부처가 영취산에서 설법한 영산회상을 재현하는 불교의 대표적인 천도의례다. 197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국가무형유산 영산재와 충남 무형유산 내포영산대재는 각각 별도로 지정된 종목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내포영산대재 전승 스님들이 직접 의식을 진행하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정오부터 이어진 공식 추모식에서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봉행사를 통해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아리셀 화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여러 사건을 언급하며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비통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참사의 배경으로 사회 구조적 모순과 안전 시스템의 부재, 국가와 기업의 관리 소홀, 예방과 대응의 실패 등을 지적했다. 최 장관은 이번 합동위령제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추모사에서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보림사가 마련한 합동위령제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조 시장은 “너무나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가 마련된 거에 대해서 굉장히 뜻깊게 생각합니다”라며 보림사가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해 온 점에 감사를 표했다. 특히 조 시장은 세종시가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및 보림사와 함께 이번 위령제가 사회적으로 뜻깊은 의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월 스님이 밝힌 매년 정례화 계획에 대해 세종시 차원에서도 협력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향후 구체적인 협력 방식에 관심이 모인다.
안신일 세종시의회 의장은 “우리가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 분 한 분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고 저마다 삶과 꿈을 가진 이웃이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세종시의회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미애 세종시교육감은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으며, 이윤홍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이 대신 참석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 김종기 대표는 유가족을 대표한 답사에서 이번 위령제가 참사 피해자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11개 사회적 참사 피해자단체가 참여하는 연대체라고 소개하며, 참사 피해자들이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 재발 방지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고통스러운 일상을 견뎌내고 있지만, 슬픔에만 머무르지 않고 같은 고통을 겪는 유가족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림사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실천해 온 자비와 봉사의 정신이 참사 피해자들이 추구하는 생명 존중과 안전사회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생명의 소중함과 일상의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참사 피해자들도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보림사 신도회는 위령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관계자 등 약 400명을 위해 10여 가지 반찬을 직접 조리해 공양을 제공했다. 신도들은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행사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고 참석자들의 식사를 도우며 추모의 자리에 정성을 보탰다.
식사 외에도 쌍화차와 식혜, 커피를 비롯해 과일과 떡, 과자 등 다양한 다과를 마련해 참석자들을 맞았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찾아온 유가족과 참석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사찰이 자체 재원으로 위령제를 마련하고 신도회가 음식 조리부터 공양과 다과 제공까지 맡으면서, 이번 행사는 희생자 추모와 유가족 위로를 위한 공동체의 실천으로 이어졌다.
특히 진혼무 공연 중 눈물을 흘리던 유가족들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참사의 아픔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는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일이 유가족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책임임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지월 스님이 매년 봉행 의지를 밝히고 조상호 세종시장도 지속적인 협력 의사를 나타내면서, 보림사의 합동위령제가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정례 추모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