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가 24일 기호 2번 정념 스님의 후보 사퇴와 기호 1번 경우 스님 지지 선언으로 경우 스님과 연임에 도전하는 기호 3번 진우 스님의 양자대결로 재편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가 정념 스님(가운데)의 후보 사퇴와 경우 스님 지지 선언으로 기호 1번 경우 스님(왼쪽)과 기호 3번 진우 스님(오른쪽)의 양자대결로 재편됐다. 선거는 오는 9월 3일 실시되며,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 선거인 240명 등 321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한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지난 11일 후보등록으로 시작된 경우·정념·진우 스님의 3파전은 13일 만에 양자대결로 바뀌었다. 정념 스님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제38대 총무원장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우 스님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정념 스님은 경우 스님이 종권교체를 이뤄 종단 시스템을 혁신하고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불교 발전을 만들어내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3일 총무원장 선거는 경우 스님과 진우 스님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이번 사퇴는 단순히 후보 한 명이 줄어든 것 이상의 변수가 됐다. 현직 총무원장의 연임 도전에 경우·정념 두 후보가 각각 맞서던 구도가 일대일 승부로 바뀌면서 정념 스님의 사퇴와 경우 지지 선언 이후 선거인단의 표심이 어떻게 재편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만 정념 스님의 경우 스님 지지 선언과 개별 선거인의 실제 선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총무원장 선거는 321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접선거로, 특정 후보의 지지 선언만으로 다른 선거인의 표까지 일괄 이동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기호 1번 경우 스님은 선운사 주지와 총무원 사서실장,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중앙종회 종책모임 불교광장 대표도 지냈다. 이번 선거에서는 종단 운영 변화와 교구 역할 확대 등을 내세우며 진우 스님의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기호 3번 진우 스님은 백양사 주지와 총무원 총무부장·기획실장, 교육원장 등 중앙종무기관 주요 소임을 거쳐 2022년 제3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임기의 성과와 종단 운영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양자대결의 판세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개 지표 가운데 하나는 중앙종회의원들의 지지선언이다. 진우 스님의 후보등록일인 지난 11일 중앙종회의원 53명이 진우 스님을 제38대 총무원장 적임자라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53명은 전체 중앙종회의원 81명의 약 65.4%에 해당한다. 중앙종회 내 상당한 규모의 공개 지지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를 진우 스님의 실제 ‘확보표’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공개 지지와 투표 당일 개별 선거인의 선택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는 정념 스님의 사퇴와 경우 스님 지지 선언이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정념 스님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22년간 제4교구본사 오대산 월정사 주지를 맡았고 제11·12·13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한 인물이다.
정념 스님의 공개 지지가 경우 스님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정치적 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정념 후보를 지지했던 표의 이전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 결국 정념 스님의 사퇴 이후 교구와 중앙종회 선거인들의 표심이 실제로 어떻게 재편되느냐가 양자대결의 핵심 변수가 됐다.
전체 선거 구도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구 선거인이다. 총무원장 선거인단은 재임 중인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각각 10명씩 선출한 교구 선거인 240명 등 모두 321명으로 구성된다.
교구 선거인 240명은 전체 321명의 약 74.8%다. 중앙종회의원 81명보다 약 3배 많아 중앙종회에서 나타난 공개 지지 흐름과 별개로 교구 선거인의 선택이 최종 승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국 24개 교구본사는 지난 19일 선운사를 시작으로 교구종회를 열어 교구별 10명씩 모두 240명의 선거인을 선출했다. 이에 따라 중앙종회의원 81명을 포함해 총무원장을 뽑을 321명의 선거인단 구성이 이뤄졌다.
현재 321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과반은 161명이다. 앞서 3파전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고 득표자와 차점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구조가 주요 변수로 꼽혔으나, 정념 스님의 사퇴로 선거 자체가 경우·진우 양자대결로 압축되면서 표 대결의 성격도 한층 선명해졌다.
이번 선거는 후보 자격을 둘러싼 공방도 거쳤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9일 당시 등록 후보였던 경우·정념·진우 스님의 후보 자격을 심사해 세 후보 모두 자격을 인정했다. 정념 스님의 사퇴는 이 자격심사 이후 이뤄졌다.
후보 사퇴로 선거 구도가 단순해진 만큼 남은 기간 공명선거 여부도 중요해졌다. 총무원 호법부는 앞서 선거 과정에서 선거법을 비롯한 종헌·종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하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호계원에 징계를 요청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조계종 선거법은 선거인의 투표나 후보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금품·향응과 재산상 이익, 직의 제공 등 부정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 공표 등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남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명선거 원칙이 지켜질지도 주목된다.
결국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진우 스님에 대한 중앙종회의원 53명의 공개 지지가 실제 투표에서도 어느 정도 이어질지, 정념 스님의 후보 사퇴와 경우 스님 지지 선언 이후 전체 선거인단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로 압축된다.
특히 전체 선거인단의 약 75%를 차지하는 240명의 교구 선거인 표심은 공개 지지선언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앙종회의원들의 공개 지지 규모나 정념 스님의 경우 후보 지지선언만을 근거로 현재 어느 한 후보의 우세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오는 9월 3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실시된다. 3파전에서 경우·진우 스님의 양자대결로 재편된 가운데 현 집행부의 연속성을 내세운 진우 스님과 정념 스님의 공개 지지를 받은 경우 스님 가운데 321명의 선거인단이 누구를 선택할지가 향후 4년 조계종 지도체제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