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가 오는 19일 시청 여민실에서 2027~2030년 시의원 의정비 지급기준을 놓고 주민공청회를 여는 가운데,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2027년 월정수당을 8.9% 올려 의정활동비를 포함한 월평균 의정비를 약 545만 원으로 정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놓고 시민 판단을 받게 된다.
세종시가 오는 19일 2027~2030년 세종시의원 의정비 지급기준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세종시의회 의원 현황을 바탕으로 의정비와 주민공청회 쟁점을 표현한 자료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세종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마련한 2027년 시의원 월정수당 기준안은 연 4,141만 원이다. 2026년 연 3,801만 원보다 340만 원, 약 8.9% 인상한 금액이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월정수당은 약 345만 원이다. 여기에 현행대로 유지되는 의정활동비 월 200만 원을 합하면 2027년 시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는 월평균 약 545만 원, 연간 6,541만 원이 된다.
올해와 비교하면 의원 1명당 연간 340만 원, 월평균 약 28만 원 늘어난다. 제5대 세종시의회 의원 21명을 단순 적용하면 월정수당 인상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는 연간 약 7,140만 원이다. 이번 8.9% 인상은 2027년 한 해의 지급액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기준안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월정수당을 전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2027년 8.9% 인상으로 높아진 연 4,141만 원이 이후 월정수당 산정의 기준점이 된다. 다만 2028~2030년 실제 지급액은 향후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결정되며, 8.9%가 매년 반복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의 성격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월정수당은 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되는 비용이고 의정활동비는 의정자료 수집·연구와 보조활동 등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두 금액을 합한 약 545만 원을 일반적인 의미의 ‘월급’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월평균 의정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투입되는 재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의장과 제1·제2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주요 직책에는 의정비와 별도로 의정활동과 직무 수행을 위한 의회운영업무추진비가 편성된다. 세종시의회는 관련 집행내역을 월별로 공개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해당 의원에게 개인소득이나 보수로 지급되는 돈이 아니라 의회 운영과 직무 수행에 사용하는 공적 경비다. 따라서 이를 월평균 의정비 약 545만 원과 단순 합산해 의원 개인이 받는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업무추진비와 의정운영공통경비 등 의회 관련 경비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의원이 얼마를 받느냐’를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정된 세종시 재정 가운데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운영하고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데 어느 정도의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지, 주민 생활과 직결된 예산과 비교해 재원 배분의 균형이 적정한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2026년도 세종시의회 의회사무처 소관 예산안은 129억4,251만 원 규모로 심사됐다. 다만 이 금액은 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사무처 운영 등에 필요한 전체 예산을 포함한 것이어서 의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비용과는 구분해야 한다.
세종은 신도심과 읍·면 농촌지역이 함께 있는 도농복합도시다. 신도심에서 차량으로 불과 5~10분만 이동해도 농촌지역을 접할 수 있고 일부 읍·면지역에서는 가로등을 비롯한 생활안전시설 확충 필요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도 일부 주민들은 생활 주변 가로등 추가 설치 등을 요구하며 야간 보행과 방범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가로등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한 밤길과 일상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 기반시설이다. 이처럼 시민 생활과 직접 맞닿은 사업까지 한정된 재원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면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의정비와 의정활동에 투입되는 재원 역시 같은 재정 원칙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의정비 인상 논의 과정에는 주목할 대목이 있다. 본지가 복수의 세종시의원을 취재한 결과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지급 기준안 마련에 앞서 시의회 의원총회에서 차기 의정비 문제가 논의됐으며, 당시 일부 의원이 의정비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관련 의견도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의원총회에서 누가 처음 인상 필요성을 제안했는지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상 폭이 논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가 접촉한 일부 의원은 당시 논의 자체에 불편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특정 의원이나 초선·재선·격선 등 특정 의정 경력의 의원들이 인상 논의를 주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본지를 만난 일부 시민들은 의원총회에서 의정비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사실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21명의 의원 가운데 초선 의원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선 의원들이 먼저 의정비 인상을 요구했을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의정 경험이 있는 일부 재선 의원이나 과거 의정활동을 하다 한 대를 건너 제5대 의회에 다시 입성한 격선 의원들 가운데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해당 시민의 판단으로, 실제 의원총회에서 재선 또는 격선 의원이 의정비 인상을 처음 제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시민은 이어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는 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 주민숙원사업과 생활에 필요한 사업은 줄이거나 뒤로 미루고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의정비는 올리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맞느냐는 것”이라며 “의원들도 시민에게 고통 분담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줘야 시민들이 납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가로등 하나를 설치해 달라는 주민 요구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서 의정비를 올리려면 적어도 왜 지금 올려야 하는지,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의정비 인상 여부뿐 아니라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 인상 시기와 폭, 의회의 고통 분담 여부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세종시의원들이 광역·기초 사무를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과 행정수도 완성 과정에서 확대되는 의회의 역할, 의정활동 실적 등을 인상안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광역·기초 사무 동시 수행’이라는 근거는 현재 세종시가 처한 재정구조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의회는 지난해 같은 단층제 구조가 보통교부세 산정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공식 요구했다. 시의회는 2025년 12월 ‘세종특별자치시 보통교부세 산정방식 개선 및 재정 특례 확대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당시 시의회는 광역과 기초 사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단층제 자치단체인 세종시의 특수성을 현행 보통교부세 제도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가 당시 제시한 2025년 세종시 보통교부세는 1,159억 원이다. 시의회는 세종시 보통교부세가 지난 10년간 감소했다며 단층제 특수성을 반영한 산정방식 개선과 재정 특례 확대를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세종시 집행부 역시 2025년 10월 시의회 긴급현안질문 답변에서 현행 보통교부세 산정체계가 중층제 지방행정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단층제인 세종시의 재정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집행부는 2025년 전국 보통교부세 총규모가 2013년보다 약 2배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세종시 보통교부세는 2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단층제’라는 동일한 구조적 특수성이 한편에서는 광역·기초 사무를 함께 수행하는 의원들의 업무 부담을 설명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종시의 재정수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의정비와 보통교부세는 법적 성격과 산정 목적이 서로 다른 제도이기 때문에 두 금액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단층제 특수성으로 의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점을 의정비 인상의 근거로 삼는다면 같은 특수성 때문에 충분한 재정수요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시의회 스스로 주장해 온 세종시의 재정 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
의정비심의위원회가 또 다른 인상 근거로 제시한 ‘의정활동 실적’ 역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떤 의정활동 성과를 평가했고 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8.9%라는 인상률로 연결됐는지를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인상 폭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들의 책임과 업무량에 걸맞은 적정한 보수가 필요하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8.9%라는 구체적인 인상 폭의 적정성이 자동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의정비는 초선·재선·격선 등 의정 경력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경력을 이유로 지급액의 적정성을 달리 평가하기보다는 모든 의원에게 동일한 지급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과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시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 것인지 살피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걸러내는 것도 지방의회의 핵심 책무다. 그런 의회가 집행부에 재정 건전성과 효율적인 예산 운용을 요구한다면 자신들의 의정비와 의회 운영경비에서도 어떤 절감 노력을 하고 있는지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 역시 필요한 검증 과정이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결국 ‘시의원이 월 545만 원을 받는 것이 많으냐 적으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 안전과 생활환경 개선, 주민숙원사업 등 시민 삶과 직접 연결된 사업과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러한 가운데 세종시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시청 4층 여민실에서 2027~2030년 제5대 세종시의회 의원 의정비 지급기준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서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회의를 통해 마련한 지급 기준안의 결정 과정과 인상 취지를 설명하고 기준안에 대한 찬반 발표와 발표자 간 상호토론, 주민 의견 청취 등을 진행한다.
세종시민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직접 의견을 발표하려는 18세 이상 시민은 오는 8일까지 발표신청서를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현장 발표가 어려운 시민은 오는 14일까지 의정비 지급기준에 대한 의견을 전자우편으로 제출할 수 있다. 발표신청서와 의견 제출서, 접수처 등 자세한 사항은 세종시청 누리집에 게시된 주민공청회 개최 공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이 곧바로 최종 의정비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회의를 열어 공청회에서 수렴한 시민 의견을 반영한 뒤 2027~2030년 의정비 지급액을 의결해 세종시와 시의회에 통보할 계획이다. 최종 지급액은 시의회가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통보받은 금액 범위에서 관련 조례를 개정해 확정한다.
따라서 오는 19일 주민공청회에서는 단순히 ‘왜 의정비를 올려야 하는가’를 넘어 왜 8.9%인지, 의정활동 실적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이 정도의 인상이 필요한지 등이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역·기초 사무 동시 수행이라는 단층제 특수성을 인상 근거로 제시한다면 같은 구조로 인해 세종시가 충분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시의회 스스로 주장해 온 현실과 주민 생활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함께 고려할 것인지도 시민들이 판단할 대목이다.
시민의 대표기관에 필요한 비용을 보장하는 것과 시민 삶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어느 하나를 단순히 포기할 문제는 아니다. 그만큼 재정이 어려울수록 의정비를 포함한 재원 배분의 기준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의 판단을 받는 과정이 중요하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