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산림청(청장 김인호)은 5일 국방부와 행정안전부와 함께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는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에 산불 진화헬기를 투입해 물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저수율이 13%대까지 떨어진 오봉저수지는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고, 주민들은 “양동이로 물을 받아야 살 수 있다”며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바닥을 드러낸 강릉 오봉저수지에 산림청 헬기가 물을 급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강릉은 현재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요 식수 공급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30일 재난사태가 선포됐으며, 현재는 13%대까지 하락해 기록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수지 바닥은 갈라져 흙먼지가 날리고, 말라붙은 수초 사이에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는 등 가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민들의 불편은 일상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수도꼭지를 틀어도 공기만 나오고, 주민들은 매일 급수차 앞에 줄을 서서 제한된 양의 물을 받아야 한다. 한 주민은 “세숫대야에 받아 둔 물을 가족이 나눠 쓰고, 빨래는 모아뒀다가 주말에 한 번 겨우 돌린다”며 “씻는 게 사치가 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농촌 지역 피해는 더 심각하다. 논에 물을 대지 못해 벼가 누렇게 말라 죽고 있으며, 밭작물은 뿌리째 시들어 버리고 있다. 가축 사육 농가에서는 축사 안 더위를 식힐 물조차 부족해 사료 급여량을 줄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릉의 한 농민은 “소에게 줄 물이 없어 인근 마을에서 직접 길어와야 한다”며 “농사와 축산 모두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 산림청과 국방부는 경포호수에서 물을 담아 오봉저수지에 투하하는 방식으로 긴급 지원에 나섰다. 산림청은 8,000리터 용량의 S-64 헬기 2대와 3,000리터 용량의 카모프 헬기 2대, 지휘헬기 등 총 5대를 투입했다. 국방부는 대형 시누크 헬기 5대를 지원해 하루 1,660톤의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중지휘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달 23일부터는 총 30만 리터 규모의 중·대형 이동식저수조 8대를 강릉소방서와 강릉시청에 지원해 생활용수와 소화용수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 급수 지원을 넘어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범정부 지원 체계를 가동했으며, 환경부는 광역상수도 공급망 조정과 댐 용수 활용 확대를 검토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용수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기후위기 시대 반복되는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수자원 관리 기본계획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한편, 극심한 건조로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다. 강릉을 포함한 동해안 6개 시·군에는 9월 2일부터 국가산불위기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으며, 산림청은 산불 예방과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김인호 산림청장은 “강릉은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모든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며 “산림청은 가용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해 재난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강릉의 가뭄은 주민들의 생존과 농업 생산 기반을 동시에 위협하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이번 산불 진화헬기 투입은 당장의 물 부족을 완화하는 긴급 처방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반복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 수자원 관리 체계와 주민 체감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