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의 한 중학교에서 도덕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북한 선전가요 ‘달려가자 미래로’를 들으며 가사를 받아쓰는 수업이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단체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위험한 교육”이라며 세종시교육청을 규탄했고, 교사단체는 “통일교육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수업은 최근 세종의 한 중학교 도덕시간에 진행됐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북한 선전가요 ‘달려가자 미래로’를 들려주고, “내 나라 부강조국 낙원으로 꾸리자” 등의 가사를 받아쓰게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상교육이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세종시교육청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높이기 위한 수업으로, 도덕 교과의 ‘북한 이해’ 단원에 따른 정상적인 교육활동이며 교육목표에도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부모단체는 이를 “상식에 어긋난 판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학부모단체 성명 “헌법 위반 소지, 세뇌 교육 중단하라”
세종지역 학부모단체인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세종시건강한학부모연합, 세종교육연합은 21일 세종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선전가요 받아쓰기 수업 정당화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의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에게 공산주의 체제를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내용의 교육을 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것이 정상적인 수업이라면 전국의 모든 도덕시간에 북한 선전가요를 가르쳐도 괜찮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단체는 또 “도덕 교과서의 ‘북한 이해’ 단원은 북한 주민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지, 찬양 가사를 그대로 적게 하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주입”이라며 “이런 수업은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기보다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위험한 교육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세종시교육청은 교사를 감싸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헌법에 기반한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관 교육이 이뤄지도록 학부모들의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첫째, 이번 사안 전면 재조사 및 공식 사과, 둘째, 수업 과정과 자료 출처 공개, 셋째, 헌법 가치에 근거한 교육 관리·감독 강화 등 3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단체는 “진정한 북한 이해란 찬양이 아니라 비판적 인식 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이어야 한다”며 “세종시교육청이 빠른 시일 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전국 학부모단체와 연대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교사단체 “통일교육 취지 왜곡…교육을 정쟁 도구로 삼지 말라”
반면 세종교사노동조합(세종교사노조)은 별도의 입장을 내고 이번 논란이 “정치적 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노조는 “이번 수업은 중학교 2학년 도덕과 ‘북한 이해’ 단원에 따라 북한의 역사·문화·언어를 객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통일교육의 일환이었다”며 “국가교육과정 및 통일교육 지침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는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밝혔다.
또 “이 수업을 특정 이념의 찬양이나 교사의 정치적 편향으로 단정하는 것은 교육 본래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교사는 교단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교육현장을 정치공방의 장으로 삼지 말고, 교사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세종지역서 잇따른 교사 논란…교육 행정 신뢰 흔들려
이번 사안은 세종지역에서 반복되는 교사의 부적절한 수업 논란과 맞물려 교육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세종의 한 중학교에서는 역사수업 중 교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치적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세종시교육청은 감사를 실시했으며, 학부모들은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북한 선전가요 받아쓰기’ 수업 역시 세종시교육청이 “정상적인 수업”이라 해명하면서 오히려 공분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역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과 교육 자율성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교육청이 명확한 기준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육감 공백과 교권관리 부재, 교사 정치기본권 논란까지 얽혀 구조적 문제 드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수업 차원의 실수가 아니라 교육 행정의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지난 9월 최교진 전 교육감의 사임 이후 세종시교육청은 약 두 달째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결정이 지연되고 학교 현장 점검 및 교권 관리가 약화된 상태다.
특히, 세종시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권보호 전담 변호사가 부재한 교육청으로,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수업 지도 체계 모두에서 관리 공백이 지적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감 공백과 교권 관리 부재가 겹치면서 행정 책임 주체가 모호해지고, 지도감독 기능이 약화됐다”며 “현장 교사의 수업 내용이 교육청의 검증 없이 자율에만 맡겨진 결과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셈”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리더십 부재·행정 공백·감독 실패라는 삼중 구조의 문제로 인해 세종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사의 정치기본권 논쟁, 현장 중립성과 충돌 우려
이번 사건은 최근 세종교사노조가 제기한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논의와도 맞물리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종교사노조는 지난 9월 22일 국회를 찾아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 개선을 촉구했으며, “학교 밖 정치활동의 제한 완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 이후, 교사들의 정치적 권리 보장 요구가 교육현장의 중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학부모단체는 “정치기본권 논의가 교실로 들어오면, 교사가 개인의 신념을 수업에 반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교사단체는 “정치기본권 보장은 시민으로서의 권리 문제이며, 수업 내 편향적 발언과는 별개”라며 “이를 이유로 교사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교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사의 정치적 자유와 교실의 가치중립성은 충돌이 아닌 병행 관리의 대상”이라며 “법적 기준과 윤리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학습권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치권·SNS서도 확산
이번 사안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과연 대한민국 교육 이대로 가도 되나?”라며 문제의 수업지를 공개하면서 전국적으로 파장이 커졌다.
그는 “문제의 킬포(킬링포인트)는 ‘낙원’이 아니라 ‘락원’이 정답이라며, 이 교사는 북한 연수를 보내줘라”고 비꼬았다. 이어 “정청래 대표가 전교조의 정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더니, 이제는 중학생들에게 북한 노래까지 가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SNS에서는 “아이들에게 사상교육을 시키는 게 정상이냐”, “이걸 눈감아주면 다음엔 주체사상까지 가르칠 것 같다”는 등의 비난이 이어지며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현재 해당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감 공백, 행정 관리 부실, 교권체계 미비, 교사 정치기본권 논쟁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수업 논란을 넘어 세종 교육행정의 신뢰와 중립성 전반을 흔드는 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 교육청은 ‘교사 보호청’이 아닌 ‘학생 중심 기관’이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세종시교육청이 ‘교사 보호’와 ‘학생 교육’이라는 두 가치의 균형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교육청은 교사를 보호하고 권익을 보장해야 하지만, 그 출발점은 ‘학생의 학습권’과 ‘공정한 교육환경’을 지키는 데 있어야 한다. 학생이 배우는 공간이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교사단체의 압력이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의 본질이 ‘학생 교육’에 있다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교육청은 학생의 안전한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 보호가 조화되는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수업 자율성 존중과 동시에 교육과정의 공정한 관리 ▲정치적 중립 위반 시 명확한 징계 기준 ▲교권보호 전담기구의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교육청이 교사의 편에만 서거나, 반대로 교권을 무시한 채 단속에만 치중한다면 교육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교육행정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한 것이며, 학생을 위한 교사가 있고, 교사를 지원하는 교육청이 존재한다는 인식 아래 균형 잡힌 행정 운영이 절실하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세종 교육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임을 잊지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