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22일 국가상징지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지만, 세종 신도심에 누적된 교통 혼잡과 도시 불편, 반복된 설계 실패를 감안할 때 2030년 해산이 예정된 행복청에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같은 초대형 국책사업을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가상징지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은 행정수도의 상징성과 미래 비전을 담은 공간 구상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이를 실행할 주체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세종 신도심은 출범 이후 도로와 보행로, 자전거도로, 교차로 구조와 신호 체계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재시공이 반복됐고, 시민 불편은 일상화됐다. 계획도시라는 이름과 달리 신도심은 상시 공사 구간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녹지와 공원 분야에서도 설계 한계는 분명했다. 가로수와 수목의 집단 고사, 호수공원 일대 생육 부진은 관리 문제가 아니라 토양 조성, 수종 선택, 미기후 분석 등 설계 단계의 부실을 드러낸 사례로 지적돼 왔다. 이후 대체 식재와 토양 개량이 이어졌지만, 이는 사전 검토 부족을 사후 예산으로 메우는 방식에 불과했다. 쾌적한 녹지 도시를 표방했던 신도심은 오히려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구조가 됐다.
교통 문제는 더욱 구조적이다. 광폭 도로 중심의 자동차 위주 설계는 초기에는 여유 있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인구 증가와 생활권 확장 이후 상습 정체라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내부 도로망 단절로 사고나 공사 발생 시 도시 전반의 흐름이 쉽게 마비되는 문제가 반복됐고, 교차로 개선과 신호 체계 조정, 일부 구간 확장 공사가 뒤따랐지만 근본 설계에 대한 재검토보다는 땜질식 보완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상업과 생활권 설계에 대한 비판도 누적됐다. 지구단위계획은 대규모 상업시설 공급에 치중했지만, 보행 동선과 대중교통 연계, 체류형 공간 설계는 충분하지 않았다. 상가만 늘어난 구조 속에서 공실 문제가 고착화됐고, 세종 신도심 상가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후 용도 변경과 규제 완화 논의가 이어졌지만, 이는 초기 계획 실패를 사후적으로 수습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복청은 도시 건설을 목적으로 한 한시적 조직으로, 장기적인 도시 운영과 자족성 확보보다는 ‘건설 중심’ 역할에 머물러 왔다. 지방자치단체와의 역할 분담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국책기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현장의 요구와 시민 불편을 제때 반영하지 못했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국가상징지구 조성이라는 국가 핵심 프로젝트를 같은 주체에 맡기겠다는 접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행복청은 법에 따라 2030년 해산이 예정돼 있다. 수십 년간 운영과 관리, 교통·보안 대책이 이어져야 할 국가 핵심시설을 임시 조직이 설계·건설만 맡고 떠나는 구조는 명백한 책임 공백을 예고한다. 별도의 법 개정이나 상설 시행체계 없이 같은 방식을 반복한다면, 지금까지의 시행착오 역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의 태도 역시 신뢰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상징지구 국제공모 당선작 발표 과정에서 기자회견 일정과 정보가 일부 언론에만 제한적으로 전달됐고, 충분한 사전 설명과 공개적 소통 없이 절차가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가적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으로서 요구되는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폐쇄적 소통 구조는 지역사회와 시민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제 논의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쟁점은 특정 설계안의 완성도가 아니라, 누가 이 사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다.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은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교통, 보안, 도시 구조, 국가 운영 체계가 총체적으로 얽힌 국책사업이다. 이를 감당하려면 한시적 건설청이 아니라 법적·제도적으로 지속성을 갖춘 새로운 주관청이나 전담기관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직속 상설 시행청이나 범정부 합동기구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공개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은 더 이상 ‘건설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반복된 교통 혼잡과 도시 불편, 폐쇄적 행정 운영 속에서 시민 신뢰를 잃은 추진 체계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국가상징지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발표를 계기로, 행복청의 역할과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국책사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주관청을 세우는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지금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행정수도 세종은 또 한 번 시행착오의 대가를 시민에게 떠넘기게 될 것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