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국토교통부가 한옥을 활용해 중소도시 매력을 높이는 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세종시 고운동 한옥마을의 당초 조성 목표와 운영·확장 전략을 2026년 기준으로 재점검해 ‘생활형 한옥’ 중심의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시 고운동 한옥마을 전경[자료-세종시]
국토교통부는 한옥을 “대한민국 주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역 경관자산”으로 보고, 한옥을 매개로 ‘가보고 머물고 싶은 중소도시’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국토부는 K-콘텐츠 확산에 따른 한옥 명소 관심 증가, 고택·빈집 활용 카페·숙소 등 체험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제시하며 한옥 건축 활성화와 도시건축디자인 혁신에 착수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정책의 첫 축은 인재 양성이다. 국토부는 2011년부터 한옥 설계·시공 분야 전문 인재를 양성해 총 1,580명이 설계공모 당선, 공사 수주, 해외 진출 등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고, 2월께 100명 규모 ‘한옥 설계·시공관리자’ 양성과정(국비 3억 원) 운영기관 공모도 예고했다. 한옥 교육과정 고도화, 우수기관 시상, 청년·교사 대상 한옥 캠프 재개도 함께 검토한다.
두 번째 축은 한옥 현대화다. 국토부는 한옥 통계를 현실화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한옥 등록제를 확산하는 방안을 살피겠다고 했다. 결구 방식을 응용한 모듈러 한옥 연구, 자재 표준화로 공사비를 낮추는 과제도 언급했고, 내화·내진·무장애·녹색건축 등 법적 요건에 맞는 한옥 건축 기준을 마련하면서 현행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편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종과의 접점은 ‘이미 존재하는 한옥마을’에 있다. 행복도시(세종 신도시) 고운동(1-1생활권)은 한옥형 단독주택 특화단지로 추진돼 왔고, 행복청은 2015년 한옥마을 조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대상 부지를 고운동 B15구역으로 제시했다. 해당 계획은 ‘전주 한옥마을처럼 테마를 담은 특화 단독주택단지’ 조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2016년에는 고운동 한옥마을 부지 42필지 계약이 완료됐다는 보도도 나왔고, 행복청은 한옥 고유 특성을 살린 ‘현대 한옥 주거모델’을 목표로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함께 한옥 심의 지침(가이드라인) 체계를 마련했다. 당시 행복청이 제시한 한옥마을 계획은 개별주호형 15필지, 클러스터형 27필지, 근린생활시설 8필지 등 ‘총 50채’ 조성을 전제로 했다.
세종시는 한옥과 건축자산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근거도 갖추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에는 한옥 건축 및 한옥마을 조성 지원의 기준과 한옥건축양식 보급 지원 사업 등이 규정돼 있어, 국토부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시 차원의 연계 사업을 설계할 여지가 크다.
다만 ‘확대 비전’은 선언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운동 한옥마을은 계획도시 속 전통 경관을 구현하는 실험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관광·체험 중심의 상징성에 비해 정주성과 생활 문화가 얼마나 뿌리내렸는지, 주변 생활권과의 연계가 충분한지, 민간 참여가 지속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는지 등을 정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커졌다. LH 역시 고운동 한옥마을을 ‘정주형 한옥마을’ 사례로 소개하며 주거환경 확보를 특징으로 제시한 바 있어, ‘정주형’이라는 당초 취지를 정책 목표로 재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정책 대안의 핵심은 ‘목표 재정의→지표 설정→확장 방식 설계’ 순으로 정리된다. 첫째, 한옥마을 확대의 목표를 관광객 숫자나 조감도 완성도가 아니라 ‘실거주·생활 서비스·지역경제 파급’으로 옮겨야 한다. 체류형 콘텐츠가 필요하더라도, 핵심은 주민이 상시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와 공동체 기능을 한옥 공간에 결합시키는 데 있다.
둘째, 당초 목표를 수치로 재설계해야 한다. 한옥마을의 분양·입주·상권 형성·유지관리 비용·공실률·보행 접근성·대중교통 연계·무장애 적용률 같은 지표를 설정하고, ‘정주형 모델’의 성과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검증 결과에 따라 ‘확대’가 정답인지, ‘밀도 조정과 품질 개선’이 우선인지 선택할 수 있다.
셋째, 확장 방식은 ‘공공 기반+민간 운영’의 혼합 모델이 현실적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공공은 한옥건축기준 현대화, 내진·내화·무장애 설계 지원, 등록제 도입 검토, 설계·시공 컨설팅 체계를 제공하고, 민간은 카페·숙소 같은 단발 운영을 넘어 장기 임대형 한옥, 창작·교육 프로그램, 지역 상권과 연동된 서비스로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토부가 제시한 전문 인재 양성과정, 자재 표준화, 모듈러 한옥 연구 같은 도구를 세종 시범사업에 우선 적용하는 구상도 가능하다.
국토부는 장기적으로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구상까지 제시하며, 관련 내용을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흐름에 맞춰 세종이 한옥마을을 단순 주거단지나 관광 포인트가 아니라 ‘도시정체성+산업·인재+생활문화’가 결합된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최아름 건축문화경관과장은 “한옥은 선조들의 삶의 여유와 철학이 녹아있는 건축자산”이라며 “앞으로도 한옥이 지역의 정체성과 잘 어우러져 사랑받는 명소이자 일상 공간이 되도록 한옥 건축의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세종의 한옥마을 역시 ‘확대’ 자체보다, 당초 목표였던 정주형 모델의 성과를 냉정히 점검하고 생활형 커뮤니티로 진화시키는 전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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