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종합/권혁선 기자] 국세청이 2월 9일 먹거리·생필품 가격 인상 과정에서 탈세를 한 53개 업체로부터 1,785억 원을 추징하고, 설 명절을 앞두고 탈루 혐의 약 5,000억 원 규모의 14개 업체에 대한 4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 ‘민생침해 탈세 세무조사 중간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생활물가 상승과 연계된 탈세 의혹 업체 103곳을 대상으로 3차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차 조사 대상 53개 업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총 1,785억 원을 추징했다. 조사 과정에서 적출된 탈루 소득은 3,898억 원에 달했으며, 탈세 혐의가 중대한 12곳은 고발 조치됐다.
특히 국민 먹거리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가진 독과점 업체 3곳의 추징세액이 약 1,500억 원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업체는 가격 인상 이후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나 비용 부풀리기 방식으로 이익을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한 가공식품 제조업체는 판매점 지원금을 광고비로 처리하거나 계열사에 과도한 수수료와 물류비를 지급해 원가를 높인 뒤 가격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장례업체의 경우 이용료 인상과 함께 비용을 허위 신고해 5년간 연매출의 97%에 해당하는 금액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침해 탈세 세무조사 중간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e-브리핑 갈무리]
국세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유발한 업체를 대상으로 4차 세무조사에도 착수했다. 대상은 가공식품 제조업체, 농축산물 유통업체, 생필품 제조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본부 등 14곳으로, 탈루 혐의 금액은 약 5,000억 원 규모다.
밀가루 가공업체는 수년간 가격 담합을 통해 제품 가격을 44.5% 인상한 뒤 거짓 계산서를 통해 원가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간장·고추장 제조업체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가격을 인상해 영업이익이 300% 이상 증가했지만, 사주 일가 관련 법인과의 거래로 소득을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할당관세 혜택을 받은 수입업체가 저가 수입 후 판매가격을 인상하거나, 물티슈 제조업체가 특수관계 법인을 활용해 유통비용을 부풀린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전국 1,000개 이상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 본부는 로열티 누락과 허위 급여 지급을 통한 소득 은닉 혐의를 받고 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가격 담합이나 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등 관계기관 조사에서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이 확인될 경우 즉시 탈루 여부를 분석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특히 밀가루와 설탕 등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산업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물가 안정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독과점 구조와 세금 회피가 생활물가 상승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정부의 물가 관리와 조세 형평성 확보가 동시에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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