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KDI(한국개발연구원)는 13일 발표한 8월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0.8%로 유지했다. 민간소비와 수출은 추경 집행·반도체 경기 호조로 상향 조정됐으나, 건설투자의 극심한 부진이 전체 성장률 회복을 제약했다고 분석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0.8%로 유지했다.
KD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0.5% 성장에 그쳤다. 제조업이 소폭 개선된 반면 서비스업은 저성장세를 이어갔고 건설업은 위축이 지속됐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대출금리 하락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책이 소비심리 회복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수출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반도체 대외 수요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교역조건이 개선돼 경상수지는 대규모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안전사고 여파 등 복합적 요인으로 큰 폭 감소(-8.1%)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수십 년간 보기 드문 이례적인 하락폭이라는 설명이다.
물가 전망은 상향 조정됐다. KDI는 유가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디고, 민간소비 증가로 수요 압력이 높아지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조정했다. 근원물가 역시 1.9%로 예상된다. 고용은 정부 일자리 사업과 소비 회복 영향으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5만 명으로 상향했지만, 인구구조 변화로 내년에는 11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1.6%로 예상했다. 수출 증가율은 관세 영향과 선제적 출하 효과 소멸로 0.2%에 그칠 전망이지만, 건설투자(2.6%)와 민간소비(1.5%)가 회복세를 보이며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KDI는 다만 반도체 관세 인상 가능성과 글로벌 통상 갈등, 부동산 PF 정상화 지연 등을 주요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KDI 8월 수정 경제전망 주요 지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추경 효과로 소비가 다소 살아났지만 건설 부진이 성장률 회복을 제약했다”며 “수출은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추가 재정정책의 효과는 올해보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KDI는 “우리 경제는 낮은 성장세에서 점진적 회복을 모색 중이나, 잠재성장률 하락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구조적 문제 해결과 중장기 성장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민간소비의 점진적 개선과 함께 건설투자 리스크 관리, 통상 불확실성 대응을 회복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단기 전망은 ‘완만한 회복’에 무게가 실린다. 민간소비는 대출금리 하락과 2차 추경의 소득보전·쿠폰 효과로 심리가 개선돼 2024~2025년 증가율이 1.3→1.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율 관세의 파급, 선제적 수출의 기저효과, 글로벌 성장 둔화 탓에 상품수출은 2025년 0%대 초반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가격·교역조건 개선으로 흑자가 지속되지만, 반도체 관세 상향이나 지정학적 변수는 하방 리스크다.
성장의 ‘발목’은 건설이다. 부동산 PF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안전사고로 착공 전환이 늦어지며 2024년 건설투자는 -8.1%로 추정된다. 2025년 2.6%의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나, 올해 감소폭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공정 지연과 유동성 악화의 악순환 차단이 급선무다. 고용은 정부 일자리 사업과 서비스 소비 회복으로 올해 15만 명 증가가 가능하나, 인구구조 변화로 내년 11만 명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물가는 소비 회복·유가 변수로 2024년 2.0%, 2025년 1.8% 수준의 안정적 흐름이 예상되나 공공요금 조정과 기상 리스크는 상방 요인이다.
회복을 앞당기려면 첫째, 거시정책은 ‘정밀 미세조정’과 ‘타깃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금리는 물가·성장 균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점진 하향을 검토하되, 가계부채 질 관리와 변동금리 취약계층 보호 장치를 병행한다. 재정은 추가 추경보다는 내년도 본예산에 소비·고용 승수가 높은 항목(저소득층 소득보전, 돌봄·보건 서비스, 지역관광·문화소비 바우처)을 집중하고, 일시적 소비쿠폰은 ‘대체소비’로 누수되지 않도록 사용기한·업종 한정을 강화한다.
둘째, 건설·PF 대책은 정상화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사업장별 현금흐름 점검과 선별 지원을 통해 부실 프로젝트 정리를 가속하고, 공공·민간 보증의 역할을 명확히 해 교차보증과 도덕적 해이를 차단한다. 착공 지연 해소를 위해 인허가·민원 처리의 병목을 줄이고, 안전관리 의무를 공정표와 연동해 중단·재개가 반복되는 비효율을 최소화한다. 사회간접자본(SOC)은 지역 수요와 디지털·그린 전환 효과가 검증된 소규모·고효율 사업 위주로 재편한다.
셋째, 수출 방어선은 ‘시장·품목·규칙’의 삼중 다변화가 핵심이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북미 내 생산·조달 비중을 높여 관세 영향을 흡수하고, 아세안·인도·중동 등 내수 성장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한다. 반도체는 메모리 가격 변동성에 대응해 차량용·산업용 등 특화 수요와 후공정(패키징) 역량을 강화하고, 비메모리 설계·IP, AI 서버 생태계를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통상 규범 측면에서는 환경·안보 연계 규제에 선제 대응하고, 원산지·보조금 규정 준수 체계를 고도화한다.
넷째, 서비스·신산업의 내수 기반을 키워 성장의 폭을 넓힌다. 의료·바이오, 콘텐츠·관광, 교육·돌봄, 디지털 전환(클라우드·사이버 보안) 등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와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지방 대도시·세종권을 테스트베드로 지정해 수요를 분산시킨다. 중소·중견기업에는 AI·자동화 설비 도입 바우처와 리스·운전자금 패키지를 제공해 설비투자의 ‘완만한 증가’를 실투자로 연결한다.
다섯째, 노동·인구 대응은 취업자 수 둔화를 상쇄할 구조개혁으로 접근한다. 중장년·여성·청년의 이행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전략산업 수요에 맞춘 실무형 리스킬링을 확대한다. 고령층의 점진적 은퇴와 시간제·원격 근무 확산으로 숙련 유지와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민·유학생 정주 촉진은 숙련 직종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해 급격한 공급 충격을 피한다.
여섯째, 물가·유가 리스크 관리와 사회안전망 보강이 필요하다. 국제유가·곡물 급등 시 한시적 관세·부가세 조정과 비축 방출을 신속히 가동하고, 에너지 효율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해 수요측 물가 압력을 줄인다. 저소득층 생계·주거·난방 지원은 자동안정화 장치로 설계해 경기순응적 지출을 최소화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가시성과 일관성이 신뢰를 만든다. 금리·재정·통상·건설·노동 정책 로드맵을 분기 단위로 점검·공개하고, 위험요인(관세 상향, PF 부실, 안전사고) 발생 시 사전 조건부 트리거를 명확히 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인다. 데이터 기반 성과평가를 통해 효과가 낮은 사업은 신속히 재배분한다.
한국경제는 2025~2026년 ‘저성장 탈피를 위한 완만한 회복’의 길 위에 있다. 회복의 속도를 좌우할 변수는 건설투자 정상화와 통상 충격의 관리이며, 소비의 개선세를 투자·고용으로 연결하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거시 미세조정, PF·안전 관리, 수출 다변화, 서비스·신산업 확장, 노동·인구 구조개혁을 패키지로 실행할 때 1%대 중반 성장의 바닥을 다지고 2%대 잠재성장률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