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가 북한 이탈 주민 간담회를 열고 교육비 지원과 문화행사 추진을 약속했지만, 같은 자리에 집행부가 언론 취재를 제한해 정책의 신뢰성과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보호 중심 접근이 오히려 고립을 강화할 수 있다며, 사회 참여 확대와 자립 지원을 위한 후속 과제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 이탈 주민 간담회 [사진-세종시]
지난 29일 세종 가족센터에서 열린 ‘세종과 함께 미래를 그리다’ 간담회는 북한 이탈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였다. 주민들은 자녀 학업 지원, 사교육비 부담 완화, 기초학력 보충 기회 제공 등 교육 문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일부 참석자는 “북한 이탈 주민과 지역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마련해 달라”는 건의도 내놨다.
그러나 집행부는 언론 취재를 제한했다. 신분 노출을 우려한 조치였지만, 간담회에서 강조된 ‘사회와의 교류 확대’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정책 의도와 실행 간 괴리를 드러냈다. 이는 “보호 중심 접근이 오히려 고립을 심화시킨다”라는 비판을 불러온다.
최민호 시장은 학습비·장학금 지원,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 추진을 약속하며 “북한 이탈 주민이 세종시민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지만, 현장의 모순은 정책 신뢰도에 의문을 남겼다.
◆보호 중심 접근의 한계
북한 이탈 주민 정책은 초기 정착 과정에서 보호가 불가피하지만, 과도한 보호는 주민을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 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특히 언론 취재 제한은 주민을 사회적 시선에서 숨기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특별 관리 대상’이라는 낙인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이는 사회통합을 지향한다는 정책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안 참여 중심 정착 정책
전문가들은 북한 이탈 주민 정책의 무게 중심을 보호에서 참여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기 단계에서의 보호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은폐와 배제는 주민을 사회 속에 스스로 설 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심리·정서 안정 지원이 기반이 돼야 한다.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을 완화하고, 주민들이 사회 활동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또한, 소규모·비공개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민이 부담 없이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규모 공개 행사보다 익명성이 보장된 작은 모임이 주민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실질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교육·취업 연계 정책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자녀 학습 지원뿐 아니라 성인 대상 직업훈련, 맞춤형 취업 연계 과정을 통해 주민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북한 이탈 주민을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주체’로 전환하는 데 두어야 한다.
◆타 지자체 사례
서울시는 하나센터를 통해 북한 이탈 주민의 봉사활동 참여를 장려하며 ‘기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경기도 안산시는 다문화·이주민과 함께하는 소규모 교류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통합 효과를 거뒀고, 인천시는 맞춤형 직업훈련과 취업 연계를 강화해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 사례는 단순 보호보다 참여 중심 접근이 정착 효과를 높이고, 주민을 지역사회의 동등한 시민으로 편입시키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통계로 본 정착 현황
북한 이탈 주민의 정착 실태는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한국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은 총 34,410명에 이른다. 특히 2025년 1분기 신규 입국자는 38명으로, 절반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이었다. 이는 장기적 자립과 사회 편입을 위한 교육·취업 지원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세종시의 경우 규모는 크지 않다. 2024년 기준 세종시 내 북한배경 학생은 16명(전국의 0.6%)에 불과하다. 그러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지원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 집단일수록 맞춤형 지원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차원의 정착 지원 체계 마련은 필수적이다.
◆세종시가 실행해야 할 후속 과제
세종시가 이번 간담회를 통해 확인한 주민들의 요구를 실질적인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후속 과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첫째, 언론 접근 원칙 확립과 투명성 강화다. 신분 노출에 대한 우려는 존중하되, 공식 행사에 대한 언론 접근은 비식별 처리, 익명 인터뷰 등으로 보장해 정책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 소규모·맞춤형 교류 활성화다. 주민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비공개 교류 프로그램을 정례화해 사회 접점을 넓혀야 한다.
셋째, 교육·취업 연계 지원의 제도화다. 단발성 장학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초학력 보충·온라인 튜터링·직업훈련·취업 연계까지 이어지는 장기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정책의 본질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주민을 사회 속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다. 세종시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보여주기식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과제를 실행에 옮길 때, 북한 이탈 주민은 더 이상 보호 대상이 아닌 세종시민으로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정책의 본질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사회 속 시민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도록 돕는 것이다. 세종시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후속 과제를 실천에 옮긴다면, 북한 이탈 주민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닌, 세종시의 당당한 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