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종합/최대열 기자] 정부가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2,400억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했지만, 결혼과 출산 연령 지연으로 고령산모와 고위험분만이 급증하면서 대한민국 분만 의료체계가 양적 축소를 넘어 질적 붕괴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갑)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5세 이상 고령산모는 2020년 7만 7천여 명에서 2024년 9만여 명으로 17.2% 증가했다. 이는 결혼과 출산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나타난 사회적 변화의 직접적 결과로, 고위험분만 증가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같은 기간 고위험분만 건수는 3만 9천여 건에서 5만 6천여 건으로 42%나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분만에서 고위험분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6.5%에서 2024년 26.2%로 치솟았다. 신생아 4명 중 1명 이상이 고위험분만을 통해 태어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준다.
정부는 분만 인프라 붕괴 대응을 위해 2024년부터 지역·안전·응급 분만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했다. 그 결과 2024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불과 1년 반 동안 2,382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다. 수가 지원으로 인해 병원·의원급 폐업률은 소폭 낮아졌지만, 실제 분만 가능한 기관 수는 오히려 줄었다. 병원급 분만 가능 기관은 2023년 126곳에서 2024년 115곳으로 감소했고, 의원급은 같은 기간 203곳에서 183곳으로 줄어들었다.
분만 공공정책수가 청구 현황을 보면 지역수가 873억 원, 안전수가 1,449억 원, 응급수가 60억 원이 지급됐으나, 이는 폐업을 늦추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종태 의원은 “매년 1,5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고위험분만 급증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며 “이는 전형적인 대증요법식 정책으로, 시한폭탄의 시간을 잠시 늦출 뿐”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또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가 지원이 아니라 고위험분만을 전담할 거점 병원을 지정하고 숙련된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등 질적 전환을 위한 로드맵 마련”이라며 “특히 고위험 산모가 상급종합병원으로만 몰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 전달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결혼과 출산 연령 지연으로 고령산모가 늘어나면서 고위험분만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단기적 재정 투입만으로는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시 처방을 넘어 구조 개편과 인력 양성, 거점 병원 지정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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