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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의 그늘, ‘월미도에 남은 아픈 기억’ 연극으로 - 인천상륙작전 75주년 기념공연 ‘REMAIN’ - 선제 폭격 속 민간인 희생, 월미도의 잊힌 역사 무대에 - 12월 26~28일 대전 이음아트홀 공연
  • 기사등록 2025-12-22 07: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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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인터넷신문=대전/최대열기자] 극단 토끼가 사는 달은 인천상륙작전 75주년을 맞아 작전 준비 과정에서 집중 폭격을 겪으며 민간인 희생이 발생한 월미도의 아픈 기억을 다룬 연극 ‘REMAIN’을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대전 이음아트홀에서 공연하며, 전쟁의 승리 서사 뒤에 가려진 삶의 흔적을 무대 위에 올린다.



연극 ‘REMAIN’은 한국전쟁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인천상륙작전 이면에서 소외돼 온 월미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월미도는 인천 앞바다에 위치한 섬으로, 전쟁 이전까지 어업과 공동체 중심의 일상이 이어지던 생활 공간이었다. 그러나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월미도는 군사적 요충지이자 상륙작전 전 단계에서 제압해야 할 지역으로 분류되며 집중적인 선제 폭격을 겪었다.


당시 폭격은 상륙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섬에 남아 있던 민간인 다수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와 이후 연구를 통해 월미도 민간인 피해 사실이 공식적으로 제기됐지만, 전쟁사에서는 오랫동안 작전의 성공 여부에 가려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REMAIN’은 바로 이 지점, 전략의 이름 아래 지워진 민간인의 삶을 연극적 서사로 복원한다.



작품은 홀로 두 남매를 키우던 남우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쟁이 발발하자 남우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피난을 보내고, 자신은 월미도에 남아 불안한 일상을 견뎌낸다. 그러던 중 큰딸 해진이 홀로 돌아와 오빠 해동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가족은 깊은 혼란에 빠진다. 


이후 해동이 돌아오며 잠시 안정을 찾는 듯하지만, 월미도에 가해진 대규모 폭격은 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삶을 다시 무너뜨린다.


이 폭격은 인천상륙작전의 본격적 실행에 앞서 월미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선제 공격으로, 작품은 이를 통해 전쟁 속에서 민간인의 삶이 어떻게 전략의 변수로 취급됐는지를 드러낸다. 무대는 참혹한 장면의 재현보다는, 폭격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 상실의 여운에 집중하며 관객을 사건의 내부로 이끈다.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유나영은 “전쟁의 기록은 전략과 전술 중심으로 남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삶은 쉽게 잊힌다”며 “월미도에는 분명 사람이 살고 있었고, 이 작품은 그 사실을 기억의 자리로 다시 불러내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는 월미도의 이야기가 특정 지역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전쟁이 반복될 때마다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민간인 희생의 문제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대전 지역 연극인들이 세대를 넘어 함께 오른다. 원로 배우 이송렬을 비롯해 임은희, 김용우 등 중견 배우들이 참여하고, 극단의 정단원 엄성현과 정석희가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청년 배우 박솔빈과 홍수민이 합류해, 월미도 마을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세대 간 호흡으로 풀어낸다.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한 무대에 서는 구성은 기억의 단절과 계승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극단 토끼가 사는 달은 2009년 창단 이후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사건과 인물을 지속적으로 무대화해 왔다. ‘REMAIN’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국가적 영웅담에 가려진 민간인의 전쟁 경험을 조명하며 “결국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연은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대전 이음아트홀에서 열린다. 평일은 오후 7시, 주말은 오후 2시에 공연되며, 전체관람가로 소요 시간은 70분이다. 티켓 가격은 2만 원이며, 인터파크와 네이버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연극 ‘REMAIN’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뒤편에서 희생된 월미도의 시간을 무대 위에 남기며, 전쟁이 남긴 진짜 흔적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다. 기록에서 비켜난 민간인의 기억을 복원하는 이번 공연은, 전쟁의 승리 서사를 넘어 기억과 책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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