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김종민 의원이 28일 행정수도특별법을 국회가 먼저 입법한 뒤 헌법재판소 재판단을 구하자고 제안하면서, 2004년 위헌 결정 이후 장기 교착 상태였던 행정수도 논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해법과 한계를 둘러싼 법리·정치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행정수도특별법 의견서를 공개한 김종민 의원이 국회 입법 후 헌법재판소 재판단을 요청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견서 자료-김종민 의원실/사진-대전인터넷신문db]
김종민 의원은 이날 공개한 의견서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심의의 핵심을 ‘위헌 여부’로 규정하고 “국회가 먼저 입법하고 헌재의 재판단을 구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헌이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입법과 사법 판단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04년 헌재의 ‘관습헌법’ 판단이 현재 상황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헌재는 수도 이전을 사실상 헌법 개정 사안으로 보며 국민적 합의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국가 운영 구조와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헌법 해석은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히며 재판례 변경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가 운영 체계 변화는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중앙행정부 대부분이 세종으로 이전한 반면 국회와 대통령실은 서울에 남아 ‘이원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이로 인한 행정 비효율이 크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5조 원 수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인식 변화도 핵심 논거로 제시됐다. 김 의원은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국회와 대통령실 세종 이전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반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세종을 사실상 행정수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정치적 환경 역시 변화 요인으로 언급됐다. 김 의원은 “여야 모두 행정수도 완성 필요성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도 행정수도 완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선입법-후판단’ 전략은 위헌 우려로 정체됐던 논의를 다시 전면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입법부가 먼저 결단을 내리고 사법부 판단을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현실적 접근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법사위 단계에서의 부담이 대표적으로 지적된다. 법사위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위헌 소지가 제기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국민적 합의 수준 역시 핵심 쟁점이다. 김 의원은 여론 변화와 정치권 공감대를 근거로 들었지만, 헌재가 요구한 ‘헌법 개정에 준하는 합의’ 기준을 충족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단순 과반 찬성만으로 관습헌법 변경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헌재 판단은 여전히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다. 김 의원은 결정례 변경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헌재가 기존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 판단의 특성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변수 역시 적지 않다. 행정수도특별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 범위와 속도, 재정 부담 등을 둘러싼 논쟁이 확대될 경우 정책 논의가 정치 공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법안 설계의 구체성 부족도 과제로 지적된다. 행정수도의 법적 정의와 이전 대상 기관 범위, 단계별 추진 계획 등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회 전부 이전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점은 헌재 판단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단계적 이전 전략이 거론된다. 세종을 행정수도로 명시하되 국회와 대통령실 이전은 단계적으로 추진해 위헌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우선 추진하고, 이후 헌재 판단에 따라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접근이다.
공청회를 통한 국민적 합의 축적 필요성도 제기된다. 헌법학자와 전문가, 시민 의견을 종합해 사회 변화에 따른 합의 형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향후 헌재 판단에서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개헌 병행론도 거론된다. 단기적으로 특별법을 통해 행정 기능 이전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헌법에 행정수도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관습헌법 논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결국 김종민 의원의 제안은 정체된 행정수도 논의를 다시 움직이게 한 촉매라는 평가와 함께, 입법·사법·정치 영역 모두에 부담을 안기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행정수도특별법 논의는 향후 공청회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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