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대법원이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정서적 아동학대 사건의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한 가운데, 정치하는엄마들은 "교사의 행위가 교육적으로 정당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전교조와 교총은 "생활지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며 환영해 교권과 학생 인권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교사 생활지도 관련 정서적 아동학대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계기로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판단과 교실 현장, 학급 알림장, 교권·학생인권 논의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를 둘러싼 정서적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의 경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6월 25일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학급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에 해당 학생이 거짓말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건(2024도6945)에서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에서 담임교사는 수업 중 특정 학생에게 "너 왜 거짓말해. 사기꾼. 꼴 보기 싫어"라고 말한 데 이어 학급 알림장 앱에도 해당 학생이 거짓말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정서적 아동학대죄는 단순히 부적절한 언행이나 학생에게 불쾌감을 주는 수준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위험을 초래할 정도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교사의 발언과 게시 행위가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형사처벌 대상인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는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유죄 부분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 파기환송 결정으로, 교사의 모든 행위가 교육적으로 정당했다거나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같은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 판단에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학급 알림장을 통해 학부모 전체에게 특정 학생을 거짓말쟁이로 공표한 행위까지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 것은 아동이 공동체 안에서 겪는 공개적 낙인의 무게를 지나치게 가볍게 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령 대법원 판단에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번 판결이 해당 교사의 행위가 교육적으로 정당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하는엄마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학생이 겪은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두 교원단체는 판결을 환영한 뒤 곧바로 입법 촉구로 넘어갔을 뿐, 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사기꾼' 취급을 받고 학급 전체 학부모에게 거짓말쟁이로 공표된 사실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이 판단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인 정서적 학대가 성립하는지 여부일 뿐 교사의 행위가 교육적으로 정당했는지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 역시 해당 발언과 게시 행위가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교사의 두 행위를 구분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업 중 학생에게 "사기꾼"이라고 말한 발언은 학생의 반복적인 항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나온 언행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당시 상황을 함께 살펴볼 여지가 있지만, 학급 알림장 게시는 별도의 시간에 작성과 게시 과정을 거쳐 학부모 전체를 대상으로 공개한 행위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급 알림장에 학생이 거짓말했다는 내용을 게시한 것은 학생의 사회적 평판과 학부모 공동체 안에서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공개 행위"라며 "수업 방해를 즉시 제지하기 위한 생활지도의 즉시성이나 현장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정당한 생활지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학급 알림장 게시는 홧김에 나온 발언이 아니라 숙고할 시간을 거쳐 학급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공표 행위"라며 "이를 훈육의 재량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교육의 특수성과 교사의 생활지도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의미 있는 판단"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는 성명에서 대법원이 학생의 행동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수업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교사가 현장에서 훈계·훈육한 것 역시 생활지도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모호한 '정서학대' 개념이 자의적으로 적용되면서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범죄로 몰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이번 판결은 교육활동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교실을 법정으로 내몰았던 과도한 사법화에 제동을 건 상식적이고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그러나 이번 판결만으로 학교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아동복지법 개정과 교육 관련 법체계 정비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일반적인 아동학대 사건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현재의 법체계는 개선돼야 한다"며 "교사가 고소를 우려해 생활지도를 포기하는 '교육적 방임'의 시대를 끝내고 학교가 교육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번 사건은 교사가 생활지도를 회피하거나 방임한 사례가 아니라 학생을 공개적으로 '사기꾼'이라 지칭하고 학급 알림장을 통해 학부모 전체에게 거짓말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건"이라며 "이를 교육적 방임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대법원의 유죄 부분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하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교총은 "교사의 생활지도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언행이나 표현상의 흠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서적 아동학대로 단정해 온 하급심 판단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해당 교사의 발언과 게시 행위가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정도의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교사의 모든 언행을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수업방해 상황, 다른 학생의 학습권, 교사의 생활지도 재량, 행위의 경위와 교육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총은 또 "매년 수백 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지만 실제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장기간 수사와 재판을 받는 절차 자체가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사에게 특권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교육활동의 특수성과 아동학대 법리의 본래 취지를 균형 있게 고려하라는 사법부의 메시지"라며 "선생님이 고소를 두려워해 생활지도를 멈추는 교실에서는 교육도, 학생의 성장도, 학습권도 지켜질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에 대해서도 "교권 보호를 위해 학부모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거나 학생의 인권을 후순위로 두어서는 안 된다"며 "정당한 문제 제기와 악성 민원을 동일시하는 접근은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쟁은 교사의 언행이 형사처벌 대상인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와 별개로, 교육적으로 적절한 생활지도였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정당한 생활지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면서 교실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치하는엄마들은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학생의 존엄과 인격권은 교육현장에서도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 보호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보장돼야 할 원칙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이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국회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면서도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