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주요 환경 현안을 2년9개월간 지휘한 권영석 환경녹지국장을 세종연구원으로 이동시키고 이경우 연구위원을 후임 국장에 발령하면서 인사 배경과 향후 현안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7일자로 자리를 옮긴 권영석 전 세종시 환경녹지국장(왼쪽)과 신임 이경우 환경녹지국장. 권 전 국장은 세종연구원으로 이동하고 이 국장은 세종연구원 연구위원에서 환경녹지국장으로 발령되면서 두 3급 간부가 사실상 자리를 맞바꿨다. [사진편집-대전인터넷신문]
세종시가 행정사무감사를 코앞에 두고 환경녹지국 수장을 교체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권영석 환경녹지국장이 세종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경우 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이 7일자로 환경녹지국장을 맡으면서 두 3급 간부가 사실상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누가 환경녹지국장이 됐느냐가 아니라 인사가 단행된 ‘시점’이다. 환경녹지국은 친환경종합타운 행정소송 항소심 패소를 비롯해 금강수목원 공동운영 협약의 의회 사전 의결 절차 미이행, 우드블록 도입·시범설치 등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권 국장은 2024년 1월 환경녹지국장으로 부임해 약 2년9개월 동안 환경·자원순환·산림·정원 분야를 총괄했다. 현재 쟁점이 된 친환경종합타운을 비롯해 금강수목원과 정원정책 등 주요 현안의 추진 과정과 쟁점을 잘 알고 있는 책임자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현안은 전동면 송성리 일원에 추진 중인 친환경종합타운이다. 세종시는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과 행정소송을 벌여왔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주민 측 청구가 기각됐지만 지난 9월 1일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대전고법은 입지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주민대표의 자격 문제를 받아들여 주민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세종시의 입지결정 처분을 무효로 판단했다. 다만 사업 자체를 원천 무효로 해야 한다는 주민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종시는 이에 불복해 지난달 15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입지선정 과정의 적법성과 항소심 패소 원인, 사업 지연 가능성과 향후 추진 방향 등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금강수목원은 정책 성과와 별개로 행정절차상 문제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조상호 세종시장과 박수현 충남지사는 지난달 금강수목원 재개장과 공동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민간매각 우려가 컸던 수목원을 다시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협약 체결 과정에서 의회 절차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29일 세종시의회 본회의에서 박란희 의원이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배일권 행정부시장은 “지방자치법상의 예산 외 의무 부담에 따른 의회의 사전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지 못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 부시장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업무협약 체결 동의안 수정안을 제출하고 의회 사전 의결을 거친 뒤 충남도와 협약을 다시 체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책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집행부 스스로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만큼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담당 부서의 법률 검토와 내부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짚어야 할 대목이다.
권 국장 재임 기간 추진된 우드블록 도입 과정도 행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현안이다. 권 국장은 정원박람회 추진 과정에서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일본을 방문해 현지에 설치된 우드블록을 직접 살펴봤다고 의회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우드블록은 목재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으로 물이 투과돼 우천 시 배수에 도움이 되고 일정 수준의 내구성을 갖췄다는 장점 등이 소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본 측에서 우드블록 3천 장을 제공받았고, 권 국장은 세종시의회에서 이 가운데 1천500장을 국립세종수목원에 시범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콘크리트 블록과 우드블록의 성능과 장단점을 비교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성격이라는 것이 당시 설명이었다.
우드블록은 현재까지 세종시의 대규모 설치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측 우드블록 제공 주체와 제공 경위, 운송·설치 비용 부담, 국내 업체의 테스트베드 참여 과정, 향후 국내 생산 또는 사업화 계획과 업체 선정 방식 등이다. 일부에서 관련 업체와 사업 추진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만으로 특정 업체의 부당한 로비가 있었다거나 권 국장이 이에 관여했다는 사실, 나아가 우드블록 문제가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작 해당 업무를 장기간 지휘했던 권 국장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환경녹지국을 떠나게 됐다.
대신 답변대에는 환경녹지 분야를 직접 지휘하지 않았던 이경우 신임 국장이 서게 된다. 이 신임 국장으로서는 취임 직후부터 전임 국장이 수년 동안 추진해 온 사업과 소송, 정책 결정 과정과 행정절차에 대한 의회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순환보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공무원은 “이경우 국장의 충청광역연합 사무처장 교체와 권영석 국장의 세종연구원 이동이 맞물리면서 조상호 시장이 두 사람의 거취를 놓고 어떤 인사상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에서는 친환경종합타운 항소심 패소와 금강수목원 절차 논란 등으로 부담이 커진 환경녹지국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산적한 현안을 돌파하기 위한 인사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상호 시정 출범 이후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일종의 ‘시범적 인사’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조 시장이나 세종시의 공식 설명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권 국장이 환경녹지국장을 약 2년9개월간 맡은 만큼 본인이 다른 자리로 이동하기를 희망했다는 이야기도 공직사회 일각에서 나오지만 당사자인 권 국장의 반응에서는 이 같은 설명과 다소 온도 차가 느껴졌다.
권 국장은 인사 발령을 하루 앞둔 6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인사와 관련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기분 좋을 리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 발언만으로 권 국장이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거나 이번 인사가 경질 또는 문책성 인사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른 보직을 희망했더라도 세종연구원이라는 구체적인 이동처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사자가 인사를 앞두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본인 희망에 따른 통상적인 순환인사’라는 설명만으로 이번 인사의 배경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후임 이경우 국장의 인사 궤적도 이번 인사를 둘러싼 관심을 키운다. 이 국장은 최민호 시장 재임 기간 시장 비서실장과 운영지원과장 등 시정 핵심 보직을 잇달아 거친 뒤 3급으로 승진했다. 시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과 조직·인사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장을 거쳐 승진하면서 최민호 시정에서 중용됐다는 평가를 받은 간부다.
3급 승진 후에는 올해 1월 26일 2년 임기 충청광역연합 사무처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세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 인사를 통해 환경녹지국장으로 세종시 본청에 복귀했다. 다만 이 국장이 충청광역연합 사무처장에서 물러난 정확한 이유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수현 충청광역연합장 취임 이후 교체가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박 연합장이 이 국장의 교체 또는 세종시 복귀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공식 자료 역시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인사의 적절성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친환경종합타운 항소심 패소 원인과 향후 사업 방향, 금강수목원 협약 과정에서 누락된 의회 사전 의결 절차와 후속 대책, 우드블록 도입·시범설치 과정과 향후 사업 추진 여부까지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들이다.
특히 이 신임 국장이 자신이 직접 추진하지 않은 현안을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회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행정사무감사는 특정 국장 개인을 감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집행기관이 추진한 행정 전반을 점검하는 자리다. 담당 국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친환경종합타운과 금강수목원 등 그동안 추진한 세종시 행정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신임 국장이 ‘부임하기 전의 일’이라는 이유로 책임 있는 답변을 피해서도 안 되며, 의회 역시 국장이 교체됐다는 이유로 기존 현안에 대한 검증 강도를 낮춰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당시 정책 결정과 행정절차에 참여했던 관계 공무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행정의 연속성에 따른 책임도 가려야 한다.
이번 인사는 조상호 시장에게도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산적한 현안에 대한 책임을 묻고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후임 국장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수습하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반대로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현안을 가장 잘 아는 책임자가 빠지면서 의회의 검증과 책임 소재만 흐려진다면 인사 시점의 적절성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환경녹지국장 교체가 친환경종합타운 항소심 패소와 금강수목원 절차 논란 등 산적한 현안을 돌파하기 위한 조상호 시장의 인사 카드였는지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장을 바꾼다고 행정의 책임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권영석 국장을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이동시키고 이경우 국장을 투입한 조 시장의 선택이 조직 쇄신과 현안 해결로 이어질지, 아니면 책임 소재를 흐렸다는 비판으로 돌아올지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신임 국장의 답변과 집행부의 후속 대책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