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민과 충청권이 행정수도특별법의 정기국회 처리와 연내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5개 법안이 지난 4월 국토위 법안소위 축조심사와 5월 공청회까지 거친 뒤 후속 심사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연내 입법을 위한 9월 국회의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
세종시와 충청권이 행정수도특별법의 정기국회 처리와 연내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9월 국회에서 특별법의 후속 심사를 담당할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으면서 연내 입법을 위한 시간표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촉구와 국회 입법일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그래픽·AI 제작=대전인터넷신문]
행정수도 세종의 법적 지위를 뒷받침할 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놓고 세종과 충청권의 시선이 다시 국회로 향하고 있다.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는 9월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심사를 진전시켜 연내 제정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법안을 다시 심사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의 9월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특별법이 이제 막 국회 심사를 시작하는 법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에는 현재 행정수도 건설과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5건의 제정법안이 계류돼 있다. 국회 심사기록 등을 종합하면 ▲황운하 의원 대표발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의안번호 2210318) ▲강준현 의원 대표발의 ‘행정수도 건립을 위한 특별조치법안’(2211055) ▲김종민 의원 대표발의 ‘행정수도특별법안’(2213905) ▲김태년 의원 대표발의 ‘행정수도의 완성을 위한 특별법안’(2214133) ▲엄태영·복기왕 의원 공동 대표발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2215514) 등이다.
이들 5개 법안은 지난 4월 22일 제434회 임시회 제2차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일정 제1항부터 제5항까지 함께 상정돼 축조심사를 거쳤다. 그러나 법안 간 쟁점을 정리해 의결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심사 대상으로 남았다. 당시 심사에서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필요성과 함께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과 새로운 특별법의 헌법적 정합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국토위는 이에 따라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듣기 위한 입법공청회를 추진했고 지난 5월 7일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법률 전문가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된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과 사회·행정환경 변화 등을 근거로 새로운 특별법의 합헌 가능성에 무게를 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공청회 진술인들의 법률적 견해다. 2004년 헌재 결정에 따른 헌법적 쟁점이 법적으로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세종의 행정수도 지위를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고 국가중추기관의 이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는 향후 국회 심사에서도 다뤄야 할 핵심 사안이다.
5개 법안의 내용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세종을 행정수도로 규정하고 국가중추기능을 이전한다는 큰 방향은 공유하지만 이전 대상과 추진체계, 행정수도 건설·관리 방식 등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향후 소위가 재개되면 5개 법안의 공통 내용과 쟁점을 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처리 방식은 향후 국토법안심사소위의 추가 심사와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법안심사는 이후 지방선거와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등을 거치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문제는 9월 정기국회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공청회 이후 특별법을 다시 다룰 구체적인 심사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에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도 열렸다. 국토위 자체가 멈춰 있었던 것은 아니며 다른 법안들에 대한 상정과 소위 회부 등 입법 활동도 진행됐다. 그러나 행정수도특별법의 조문을 다시 심사하고 5개 법안의 쟁점을 조정해야 할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의 9월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위가 열리지 않아 특별법이 멈춘 것이 아니라 특별법의 실질적인 후속 심사를 담당할 소위의 날짜가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국토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의결했다. 인사청문회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국토위 관계자 등을 인용한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 측은 차기 장관 임명 이후 특별법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특별법 공동 대표발의자이자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인 복기왕 의원 등은 9월 중 소위 개최를 위한 일정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수도특별법은 기존 법률의 일부 조항을 바꾸는 개정법률안이 아니라 새로운 법률체계를 만드는 제정법이다. 5개 법안의 조문을 비교하고 정부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주무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의 역시 중요한 변수다. 실제 국회 일정을 대입하면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제439회 정기국회는 지난 9월 1일 100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세종과 충청권이 특별법 처리를 요구해 온 본격적인 입법 무대가 열린 셈이지만 정기국회 개회 이후에도 특별법 후속 심사를 위한 국토법안심사소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기국회 초반인 7일과 8일에는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됐고 8일에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도 열렸다. 이어 국회는 9일부터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들어갔으며 1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까지 주요 일정이 이어진다.
이처럼 정기국회 초반 주요 정치 일정이 잇따르면서 특별법 후속 심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9월 중·하순으로 좁혀지고 있다.
특히 오는 16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 장관 교체가 특별법 논의의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청문회와 이후 임명 절차를 전후해 국토법안심사소위 일정이 구체화할지가 관심사다.
17일에는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행정수도특별법이 곧바로 본회의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별법은 먼저 국토법안심사소위 후속 심사와 국토위 전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17일 본회의 처리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16일 인사청문회 이후부터 9월 하순까지가 연내 제정을 위한 첫 번째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간 국토법안심사소위 일정이 확정돼 5개 특별법의 후속 심사가 재개되는지가 중요하다. 소위가 열리더라도 법안별 쟁점 조정과 위원회 대안 마련 여부 등이 남아 있는 만큼 회의 개최 자체보다 심사가 실제로 어디까지 진전되느냐가 관건이다.
9월을 넘기면 입법 여건은 더욱 빠듯해진다. 국회는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국정감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상임위원회 활동의 무게중심도 법안심사에서 피감기관 감사로 이동하게 된다. 국정감사 기간에 법안소위를 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피감기관 자료 검토와 기관별 감사, 종합감사 등이 집중되는 만큼 제정법인 행정수도특별법을 집중적으로 심사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한다. 특별법이 국토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이라는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심사가 늦어질수록 연내 제정을 위한 국회의 시간표도 그만큼 촉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종시와 충청권에서는 이번 정기국회를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의 중요한 기회로 보고 정치권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지난 8월 14일 국회를 찾아 특별법이 9월 예정된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조 시장은 당시 “이번 정기국회가 행정수도로서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최적기”라며 민주당 차원의 당론 채택과 주도적인 처리를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앞에서는 세종시와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범국민 결의대회를 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와 충청권 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장, 국회의원 등이 참여해 연내 제정을 요구했다. 조 시장은 당시 “행정수도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세종시민과 550만 충청인, 대한민국 국민은 절대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국회 앞에서 특별법 연내 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조 시장도 지난 9일 시위에 참여해 국회와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세종시의회 등 지역 정치권에서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반복적인 선언을 넘어 실제 국회 의사일정에 법안심사를 올려 입법 절차를 진전시키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지역에서 사용되는 ‘9월 처리’라는 표현은 구체적인 의미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토법안심사소위 또는 국토위에서의 처리와 국회 본회의 최종 의결은 서로 다른 절차이기 때문이다. 현재 특별법은 국토법안심사소위 후속 심사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고 이후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9월 본회의 통과를 전제로 하거나 반대로 연내 제정이 이미 어려워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그럼에도 9월의 의미는 작지 않다. 이미 5개 법안이 발의돼 소위 축조심사와 공청회까지 거친 만큼 9월 중 후속 심사를 얼마나 진전시키느냐에 따라 10월 국정감사와 11월 예산국회를 거쳐 연내 본회의까지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부 장관 인사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도 국토법안심사소위 일정이 계속 확정되지 않는다면 국토부 장관 교체라는 변수뿐 아니라 국회가 연내 제정 의지를 실제 입법 일정으로 뒷받침하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민과 충청권이 확인해야 할 것은 이제 ‘행정수도 완성’이나 ‘연내 제정’이라는 구호만이 아니다. 국회가 언제 소위를 열고, 이미 축조심사에 들어간 5개 법안의 쟁점을 어떻게 조정하며, 언제 상임위와 법사위·본회의로 넘길 것인지 구체적인 입법 시간표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9월의 남은 시간이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의 성패를 확정하는 시한은 아니다. 그러나 10월 국정감사와 11월 예산심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입법 가능성을 높일지, 시간적 부담을 더욱 키울지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인 것은 분명하다. 16일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국토법안심사소위가 실제로 가동되는지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