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이 26일부터 시행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대폭 바뀌게 됐지만, 동시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개정법과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에 ‘임기 자동 종료’ 조항이 포함되면서, 임기를 끝까지 지키려는 이 위원장의 의지와 민주당의 개편 추진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01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격론을 펼치는 여야 의원들. [사진-국회TV]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은 ▲KBS 이사회 확대 및 추천 주체 다변화 ▲KBS·EBS·YTN 등 사장추천위원회 신설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편성위원회 의무화 ▲시청자위원회 설치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KBS 이사회는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나며, 국회·학계·법조계·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가 추천권을 갖게 된다. 또 사장 선임은 국민추천위 또는 노사추천위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이사회 특별다수제(3/5 이상 찬성)로 확정된다. 이는 정치권 영향력을 줄이고 공영방송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 개편과 동시에 방통위 위원장 거취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에 현행 5인 위원을 9인으로 확대하면서 부칙에 “법 시행일에 기존 위원의 임기를 종료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또 별도로 추진 중인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역시 방통위를 폐지하고 신설 기구로 대체하면서 기존 위원의 지위를 자동 소멸시키도록 설계됐다. 사실상 이 위원장의 임기를 조기 종료시키는 법적 장치로 보인다.
이진숙 위원장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6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장을 내쫓아선 안 된다”라며 임기 보장을 요구했으며, 이후 국회 회의에서도 “특정인을 배제하고 축출하기 위한 법”이라며 개정 추진을 비판했다. 그는 법적으로 보장된 3년 임기(2026년 8월 만료)를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바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 독립을 논할 가치도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고, “정치적 행위를 위해 자리를 이용한다”라고 직격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도한 정치적 압박”이라며 “임기 보장은 제도적 안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라 맞섰다. 여기에 과거 법인카드 사용 논란 등이 다시 거론되며, 이 위원장에 대한 여론은 더욱 갈라지고 있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방통위 1인 체제로 의결이 불가능한 현 상황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독임제 부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또 다른 쪽은 정치적 개입을 통한 임기 종료 방식이 오히려 방송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민사회에서는 방송3법 통과 과정에서 여성 대표성 보장 조항이 빠진 점을 지적하며 “후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 논의 타임라인>
•2025.6.10: 국무회의서 방송법 개정안 의결, 국회 과방위 회의 돌연 취소 → 일정 연기
•2025.6월~7월: 민주당, 방통위 개편안 및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발의
•2025.7.25: 민주당, 방통위 폐지·신설 법안 공식 제출
•2025.8.5: 방송3법 국회 본회의 통과, KBS 이사 확대·사장추천위 설치 확정
•2025.8.20: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이 위원장 직접 참석해 “특정인 배제법”이라며 반발 발언
•2025.8.26: 방송법 개정 본격 시행
이번 방송법 개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제도적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동시에 이진숙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새로운 정치적 뇌관으로 떠올렸다. 임기 보장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충돌은 향후 국회 논의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 위원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개편 법안 부칙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될지가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 논의의 최대 분수령이 되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