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 기자] 국회가 9월 27일 열린 제429회 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면서 현직 방송통신위원장인 이진숙 위원장의 거취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법안에는 방통위를 해체하고 신설 위원회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현 위원장의 임기를 자동 종료하는 부칙 조항이 포함돼 있어,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은 이 위원장은 사실상 면직 수순에 놓였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법 개정 통과로 사실상 면직될 수순에 놓였다. 26일 국회본회의에서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를 해체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이 재석 177명 중 찬성 176표로 가결됐다. [대전인터넷신문 DB]
앞서 26일 본회의에서는 송언석 의원 등 107명이 무제한토론을 요구해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틀 뒤 종결동의안 무기명 투표에서 재석 184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지며 토론이 종결됐다. 이어진 법안 표결에서는 재석 177명 가운데 찬성 176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보도에 따르면 유일한 반대표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행사했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표 과정에서 기권 또는 반대가 최소화된 것도 여당 주도의 ‘독주’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실제로 본회의 표결 결과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법안은 기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방송과 통신 정책이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원화된 구조가 효율성과 책임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신설 위원회는 방송광고·편성·지상파 정책뿐 아니라 유료방송·뉴미디어·디지털방송 정책까지 포괄적으로 담당한다.
위원회는 위원장·부위원장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위원장 포함 2명을 지명하고 여당 교섭단체가 상임위원 1인을 포함해 2명을, 야당 교섭단체가 상임위원 1인을 포함해 3명을 추천한다.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울러 방송·통신 심의를 전담하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도 신설돼, 심의위원장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할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현직 위원장인 이진숙의 거취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돼 임기 보장을 주장하며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어왔다. 국무회의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을 내쫓아서는 안 된다”고 공개 발언했으며, 방통위 내부에서는 김태규 부위원장 사퇴로 인한 ‘1인 체제’ 논란까지 겹쳤다. 이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 조직개편이 제 축출법이 될 것”이라며 위헌 소지까지 거론했고, “사형장에 들어가는 심정”이라는 강한 표현도 사용하며 법안 추진에 반발했다. 또한 야당 의원 고발 건으로 시작된 수사가 검찰 단계로 넘어가면서 정치적 압박도 심화된 상황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가장 큰 관심은 차기 위원장 인선이다. 대통령이 지명권을 갖고 있으나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야 간 공방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 처리에 불참하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에, 향후 인사청문 과정에서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언론관을 둘러싼 격론이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몇 가지 가정이 거론된다. 첫째, 정통 관료 출신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직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책 조정 경험과 조직 장악력을 이유로 안정적인 출범을 도모할 수 있다는 평가다. 둘째, 학계·언론계 전문가의 발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학문적 전문성과 언론 자유에 대한 상징성을 내세워 새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셋째, 정권과의 신뢰관계를 중시해 여권 핵심 인사 또는 대통령 측근이 임명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청문회 난항이 불가피하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방송·통신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기관장 교체와 정치적 간섭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특히 현직 위원장의 강제 퇴진 사례가 향후 공공기관장 임기 보장의 관행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법안은 단순한 방송통신 정책 개편을 넘어, 정치와 언론의 힘겨루기 속에서 미디어 권력 지형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위원회 출범 이후 방송 정책의 독립성과 신뢰도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