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줬다. 경찰은 차량 혼선과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로 종결했으나, 학교의 가정통신문 발송과 추가 신고가 이어지면서 사건이 재점화됐고, 결국 피의자 3명이 체포됐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초동 대응 실패의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건은 지난 8월 28일 오후 3시 30분 무렵, 서대문구 홍은동 ㄱ초등학교 후문과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쥐색 SUV 차량에 타고 있던 20대 남성 2명이 하교 중이던 학생들에게 다가가 “너희 귀엽다. 집까지 데려다줄게”라며 세 차례 유인했다. 놀란 아이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곧바로 부모와 학교에 알렸다. 학교는 즉시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학교 후문과 놀이터 주변에서 낯선 차량이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안전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를 접수하고도 무혐의로 결론냈다. 피해 아동이 ‘흰색 스타렉스’라고 진술한 차량과 실제 범행 차량이 ‘쥐색 소렌토’였다는 점이 달랐고, CCTV에서도 명확한 범행 장면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특히 피의자들이 차량 밖으로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유리창만 내리고 말을 건 방식이어서, 영상만으로는 유괴 시도를 식별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경찰은 사건을 “허위 정보 가능성”으로 축소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학교가 발송한 가정통신문이 언론 보도로 이어지면서 지역사회 불안이 확산됐고,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아이도 같은 일을 겪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됐다. 복수의 피해 진술이 확인되자 경찰은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강력팀을 투입해 재수사에 나섰다. 결국 20대 남성 3명이 긴급 체포됐으며, 이 중 2명은 구속영장이 신청되고 1명은 불구속 수사를 받는 중이다.
체포된 피의자들은 중학교 동창으로, “심심해서 장난을 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아동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접근해 유인한 행위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이며, 피해 아동과 학부모가 받은 충격은 결코 장난으로 치부될 수 없다. 경찰이 이를 초기 단계에서 막지 못한 책임은 무겁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아동 진술을 불완전하다며 신뢰하지 않고, CCTV 한계를 이유로 소극적으로 수사한 태도는 변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학교가 학부모에게 직접 경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을 경찰은 ‘허위 정보’라며 무시했다. 이는 아동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국가 기관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가 아동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이 됐음을 보여준다. 학부모들의 추가 신고와 학교의 적극적 대응이 없었다면, 경찰은 여전히 사건을 축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아동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과 지역 차원의 안전수칙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사람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고 “싫어요, 가지 않아요”라고 크게 외치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비상 연락망을 항상 지니게 하고, 위급 시 112에 신고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귀가 시 혼자 다니지 않고 친구와 함께 다니도록 지도하는 것도 기본이다. 위험을 느낄 경우 가까운 가게·학교·관공서 등으로 들어가 도움을 요청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며, 학부모와 지역사회는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경찰에 알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 관행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아동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 지역사회와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켰다. 경찰은 이제 변명 대신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아동 대상 범죄는 사소한 단서라도 끝까지 추적해야 하며, 무혐의 종결이 아니라 보류·추적 관리가 원칙이 되어야 한다.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에 즉각 경고를 전달하는 시스템도 의무화돼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은 한 번의 방심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초동수사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아동 안전 최우선 원칙을 제도화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