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최근 5년간 조달청이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위반으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한 부정당업자 제재가 1,51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불이행이 절반을 차지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임금체불 등 근로자 보호 관련 사유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전무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유성구갑)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조달청은 계약불이행, 부정시공, 담합입찰 등 총 13개 사유로 1,515건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부과했다.
유형별로 보면 계약불이행이 758건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부실·조잡 및 부정시공이 252건, 담합입찰이 19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적격심사포기(104건), 계약미체결(65건), 국가에 손해를 끼침(64건), 허위서류제출(40건), 하도급 위반(10건), 뇌물제공(9건) 순이었다.
하지만 근로자 보호와 직결된 항목에서는 사실상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유에 따른 제재는 최근 5년간 단 한 건도 없었고, 2016년 1건 이후 전무했다. 이는 현행 국가계약법이 ‘2인 이상 사망 사고’만을 제재 사유로 한정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상 재해가 발생해도 조달청이 입찰 제한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조승래 의원은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사망 사고에도 근로자 안전을 방기한 업체를 제재할 수 없는 구조는 국가계약제도의 근본적 결함”이라며 “근로자 안전을 지키지 않는 기업은 국가계약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임금 체불 이력이 있는 업체에 대한 입찰 제한 조치도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의 적격심사 과정에서는 재정 건전성이나 기술평가 중심의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습 임금체불 업체에 대한 별도의 감점이나 제재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건설현장과 제조업 현장에서 반복적인 체불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노동부의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제도가 있음에도 조달 입찰 과정에서는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체불이력 업체를 입찰 제한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공공공사 현장에서의 체불 문제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종지역에서 수년 전부터 상습체불을 일산은 00토건은 세종시가 발주한 00신축현장 공사를 수주했고 수년 전 체불로 인한 가압류가 진행되면서 또 다시 체불이 발생할 위험한 시기에도 교육청이 조다청에 의뢰한 000유치원 기능보강 공사를 수주하면서 상습체불을 부추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승래 의원은 “근로자 안전뿐 아니라 임금체불 역시 노동권 침해의 본질”이라며 “정부가 조달청 적격심사 단계에서 체불이력 조회와 제재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9일, 중대재해 발생 업체의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향후 체불이력 업체 제재 근거 마련도 병행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의 부정당업자 제재가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는 가운데, 근로자 생명과 임금 보호와 같은 기본적 노동권 보장 부분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 공공계약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면, 안전과 임금체불에 대한 실질적 제재체계 구축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