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국가상징구역 교통대책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추진 계획을 내놓았지만, 세종시 건설 초기부터 이어져 온 교통계획 미흡 논란과 반복되는 보수공사, 개발이익 환수 구조에 대한 우려, 민자 유치 불확실성, 국가상징시설 관리체계 공백 문제까지 겹치며 행복청의 도시·교통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요구가 커지고 있다.
행복청의 국가상징구역을 대비한 도시·교통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이미지. [제작-대전인터넷신문]
행복청은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이 들어서는 국가상징구역 조성에 따라 하루 교통량이 2만2,518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자, 2026년 7월까지 종합 교통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수행한 ‘행복도시 교통체계 개선’ 연구에 따르면 국가상징구역 일대 교통량은 기존 1만2,670대에서 3만5,188대로 늘어나 임난수로와 절재로, 햇무리교 등 주요 도로의 혼잡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행복청은 BRT 신설과 정류장 확대, 도로 확장과 교차로 입체화, 금강 횡단교량 신설, 주차장 외곽 분산과 내부 순환 셔틀 운영을 핵심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선제적 대응’이라기보다 세종시가 출범 이후 반복해 온 사후 보완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도시계획 단계에서 장기 교통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입주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도로 확장과 교차로 개선, 동선 재정비가 반복됐고, 그 과정에서 시민 불편과 함께 추가 재정 투입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교통정책의 한계는 재정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시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은 원칙적으로 LH를 통해 환수돼 지역에 재투자돼야 하지만, 도시 설계 단계에서 교통·기반시설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추가 도로 확장과 교량 신설, 대중교통 보완 사업이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당초 예상했던 개발이익이 인프라 보완 비용으로 상당 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도시재정 전문가는 “행복청의 계획 미흡으로 추가 사업이 늘어나면, 결국 개발이익은 줄고 재정 부담은 세종시와 국가가 떠안는 구조가 된다”며 “개발이익 환수라는 정책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상징구역 교통대책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행복청은 대중교통 중심 체계를 강조하지만, 정책의 실질적 내용은 BRT 고도화와 도로 확충에 집중돼 있다. 교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혼잡 완화에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겠지만, 세종을 국가 교통망의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김종민 국회의원의 최근 인터뷰 발언은 논쟁을 더욱 키웠다. 김 의원은 “교통은 잘해도 욕을 먹고 못해도 욕을 먹는 사안”이라며, 세종에서는 CTX와 KTX를 둘러싼 논란이 특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CTX에 대해 “민자 적격성은 통과했지만, 정작 나설 민간이 없다”며 “대림건설도 수익성이 맞지 않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격은 했는데도 실제로 하겠다는 곳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CTX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걸 해야 세종 교통 문제가 풀린다”며 “세종이 청주공항까지 15~20분 거리로 연결돼야 국제도시가 된다. 청주공항은 사실상 세종공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를 도시 편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본 발언이다.
김 의원의 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CTX를 남북축으로 삼아 서울까지 이어지는 급행 광역철도를 만들고, 태안~울진을 잇는 동서 횡단철도를 세종으로 끌어와 남북·동서 철도가 교차하는 국가 교통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전국 2시간 연결도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대통령과 국회가 있는 세종에 전국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반면 행복청의 CTX 접근은 절차 중심이라는 평가가 많다. 행복청은 2034년 개통을 목표로 CTX를 추진하면서 “제3자 제안공고와 실시협약 체결 등 민자사업 절차를 거쳐 노선과 역사 위치를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의원이 지적한 민자 유치 난항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대응 시나리오는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자가 실제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공공투자 확대, 혼합형 재원 구조, 국가 재정 보전 방안 같은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정책 현장에서는 “행복청이 교통정책을 마치 추상화를 그리듯 큰 틀만 제시하고, 실제로 작동할 구체적 해법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CTX 역시 민자로 가능하다는 구조만 설명할 뿐, 수익성 보전이나 공공·민자 혼합 모델 같은 실질적 실행 전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가상징구역 교통대책 전반에서도 반복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복청은 철도를 세종 교통의 중심축으로 삼기보다, 이미 정해진 노선에 BRT와 시내버스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CTX에 대해서도 “역사 위치가 확정되면 환승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수준에 머문다. 이에 대해 교통 전문가들은 “철도를 전략이 아니라 변수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관리체계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두고 교통·재정·책임 논란이 이어지면서, 두 국가 핵심시설을 전담할 주관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전문가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행복청, 국회, 관계 부처, 세종시, LH 등이 역할을 나눠 맡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준공 이후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은 국가 의전, 경호, 보안, 대규모 방문객 관리, 국제행사 대응까지 수반하는 복합 시설이 된다. 운영 단계에 들어서면 교통 통제와 행사 동선, 주차와 셔틀 운영, 주변 상권과 주거지 영향까지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분산된 행정 체계로는 이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행복청의 법정 일몰 시점인 2030년 이후를 둘러싼 논의로 이어진다. 행복청은 태생적으로 ‘건설청’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도시를 조성하는 데에는 적합했지만, 완성 이후의 운영과 관리까지 책임질 구조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2030년 이후 행복청을 해체하고,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이 포함된 국가상징구역을 총괄 관리할 새로운 전담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대안이 사설과 정책 제언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담청 신설론의 배경에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다. 국가상징시설은 지방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끝까지 책임져야 할 자산이라는 점, 건립과 운영을 분리하면 비용 증가와 행정 비효율이 반복된다는 점, 세종시에 과도하게 전가될 수 있는 재정 부담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행복청이 빠진 뒤 세종시가 사실상 관리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된다면,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 과제는 지방 재정의 부담 위에 서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국가상징구역 교통대책과 CTX 추진 논란은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세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어진다. 세종을 교통 혼잡을 관리해야 할 신도시로 볼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국가 운영의 중심으로 재편해야 할 행정수도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전혀 달라진다.
행복청의 교통정책은 늘어나는 교통량을 관리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세종을 행정수도로 완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도로 보수와 확장, 개발이익 환수 구조에 대한 우려, 철도 전략의 부재, CTX 민자 유치의 불확실성, 준공 이후 관리체계 공백 가능성까지 겹치며 행복청의 도시·교통 정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계획이 아니라, 세종을 국가의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분명한 정책적 결단이다. 철도 중심의 국가 교통 전략, 국가상징시설 전담청 신설, 책임 구조의 재정립 없이는 국가상징구역 교통대책도, CTX도 또 한 번의 ‘실행력 없는 정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