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경찰이 179명이 숨진 12·29 여객기 참사 직후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사실을 알고도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로 국토교통부 공무원 7명을 검찰에 넘겼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과 로컬라이저 시설을 재구성한 이미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참사 직후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취지의 보도참고자료를 작성·배포한 국토교통부 공무원 7명을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고의로 누락하고 로컬라이저 문제점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입건한 국토부 공무원 7명을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송치 대상은 보도참고자료 작성·검토자 4명과 총괄 책임자 3명이다.
이번 송치는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참사와 관련한 경찰 수사에서 이뤄진 첫 송치다. 경찰은 현재까지 참사와 관련해 모두 74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으며, 사고 발생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한 뒤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했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송치된 공무원들은 참사 다음 날인 2024년 12월 30일과 31일 무안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가 국내외 관련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되었습니다’라는 취지의 보도참고자료를 두 차례 작성해 국토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2월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국토부의 사고 원인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보도참고자료의 허위성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관련 법령과 규정, 국민권익위원회 의결 등을 검토한 경찰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작성 책임자 등 7명을 입건했다. 국토부 사무실과 관련자들을 두 차례 압수수색해 회의자료 등도 확보했다.
경찰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국토부가 당시 보도참고자료를 작성하면서 어떤 규정을 자료에 포함하고 어떤 규정을 제외했느냐다.
경찰은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음에도 국토부가 이에 불리한 국내외 규정을 자료에서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취지로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 규정에는 항행안전시설이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2조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항행 장비와 시설을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고 최소 중량과 높이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항안전운영기준’ 제109조도 정밀접근활주로 착륙대의 일정 지역에 항행 목적으로 설치되는 시설과 장비는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한 낮게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는 ILS 등 일부 항행안전시설을 제거할 수 없는 장애물로 보면서도 이 같은 물체는 부러지기 쉽게 설계·제작하고, 충돌할 경우 항공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무너지도록 취약한 받침에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행장 설계 매뉴얼(Doc 9157 Part 6) 역시 활주로 끝단에서 300m 이내에 있는 기존 구조물 가운데 취약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ILS 로컬라이저 안테나 배열 등은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로 교체하거나 활주로 끝단에서 300m를 넘는 곳으로 이전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경찰은 국토부가 참사 직후 로컬라이저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토부에 불리한 규정은 제외하고 유리한 내용만 선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후에도 국토부 내부에서 로컬라이저 설치의 적법성을 주장하기 위한 대응 논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한 정황을 확보했다며 이를 토대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의 문제점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와 법률적 판단이다. 송치된 공무원들의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되는지는 향후 검찰 수사와 기소 여부, 법원의 판단을 거쳐 확정된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에는 형법 제227조와 제229조가 적용된다. 경찰이 제시한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특별수사단은 이번 7명 송치와 별도로 참사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과 피해 확대 과정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전체 입건자는 현재까지 74명이며 수사 진행에 따라 추가 입건 가능성도 열어뒀다.
특히 향후 수사의 핵심은 로컬라이저를 비롯한 공항시설의 설치·관리 과정에서 누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관련 규정 위반과 참사 피해 사이에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특별수사단은 “여객기 참사 발생 및 대응에 책임 있는 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현재 수사 중인 혐의도 신속히 마무리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송치는 참사 직후 정부가 국민과 언론에 제공한 공식 설명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수사가 어느 범위의 책임자까지 이어지고, 로컬라이저 설치·관리 과정과 대규모 인명피해 사이의 형사상 인과관계를 경찰이 어떻게 규명할지가 참사 책임 규명의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됐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