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을 심사했지만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후속 심사를 예고한 정치권은 이제 행정수도 완성을 언제, 어떤 절차로 입법화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빈 심사석을 결합해 행정수도특별법 처리 지연과 여야의 입법 책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로, 실제 회의 현장 사진은 아니다.]
이날 회의 발언을 정리해 본지에 제공된 심사 메모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을 뒷받침할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적 쟁점과 국민적 합의, 이전 계획과 정주여건의 보완을 요구했다.
복기왕 소위원장은 11월 11일 오전 10시 후속 소위에서 조문별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이전에 소위를 추가로 개최하는 방안은 간사 간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별법 의결 시점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심사는 필요하다. 이날 의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입법 의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문제는 심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결론을 낼 시한은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다.
민주당부터 처리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이날 염태영 의원은 구체적인 조문 심사 대신 원론적인 논의가 반복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허영 의원은 회의 연장을 제안했고, 복기왕 소위원장도 신속한 심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것과 실제로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다르다. 헌법적 쟁점과 국민적 공감대 문제가 반복돼 왔다면 정부의 법률 검토와 해외 입법례, 이전 로드맵을 점검해 쟁점을 좁히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집권당은 정부와 함께 입법 여건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 정부에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민주당은 무엇을 준비했고, 남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특히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독 처리라도 추진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행정수도 완성이 시급하고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협상 시한과 함께 합의 불발 이후의 처리 방침도 제시해야 한다.
단독 처리를 추진하더라도 각 단계의 의결 요건과 심사 절차를 충족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강행 의사를 과시하는 발언이 아니다. 소위와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와 본회의까지 어떤 일정으로 추진할 것인지, 어렵다면 무엇이 걸림돌인지 설명하는 일이다.
국민의힘에 협조를 요구하면서도 합의가 안 됐을 때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연내 제정 약속의 실현 가능성을 설득하기 어렵다. 처리 촉구가 실행계획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민주당은 의지 부족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민의힘도 신중론에 상응하는 수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김미애 의원은 해외 유사 입법례와 법률적 근거, 추진 로드맵 등의 보강을 요구했다. 김정재 의원은 부분 이전에 따른 비효율을 지적하면서 전면 이전을 위한 충분한 토론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혜 의원은 상가 공실과 교통 접근성, 자족 기능 등 세종의 생활 기반을 문제 삼았다.
검토할 사안들이다. 그러나 책임 있는 법안 심사는 문제를 열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조문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어떤 자료가 제출되면 판단할 수 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
본지에 제공된 이날 심사 메모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러한 요구를 구체적인 조문 수정안으로 제시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메모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별도 수정안 제출 여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날 논의에서 드러난 것은 법안 처리의 조건을 구체화하는 논의보다 추가 검토를 요구하는 발언들이었다.
김미애 의원은 특별법을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보완하면 처리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필요한 자료의 범위와 제출 시한을 정하고, 보완 이후에는 조문 심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법을 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법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수정안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 역시 심사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보완을 요구하면서도 수용 가능한 조문과 처리 조건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신중론은 법안을 진전시키는 검토가 아니라 처리를 늦추는 명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과 도시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이 조문 심사를 대신해서도 안 된다. 제기한 문제를 법안의 수정·보완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정책 검증은 정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헌법적 쟁점에서는 양측 모두 정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다수의견은 서울이 수도라는 점을 관습헌법으로 보고, 헌법 개정 절차 없이 법률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공청회에서 합헌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논쟁이 끝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기존 결정과 관련한 우려를 제기하는 쪽도 현재 법안과 달라진 행정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부의 검토와 국회의 조문 심사로 구체화해야 할 문제를 원론 공방에 묶어둬서는 진전이 없다.
세종의 정주여건도 실질적인 대책으로 다뤄야 한다. 상권과 교통, 자족 기능의 부족을 지적했다면 필요한 사업과 재원, 제도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부족한 도시 여건을 이전 논의를 늦추는 이유로만 삼는다면 주민의 생활 불편과 행정 비효율은 그대로 남는다.
지난 20여 년간 중앙행정기관 이전 등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성과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과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소위 이후에도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다. 연내 제정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후속 심사 예고만으로 낙관할 수도 없다.
세종시민과 충남도민을 비롯한 충청권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결의가 아니다. 다음 심사에서는 어떤 조문을 검토하고, 어떤 이견을 좁히며, 언제까지 결론을 낼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민주당은 합의 불발 시 단독 처리 추진 여부를 포함한 실행계획을, 국민의힘은 수용 가능한 수정안과 보완 조건을, 정부는 법률 검토와 이전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처리를 촉구하면서도 일정을 만들지 못하는 정치, 신중론을 강조하면서도 대안을 구체화하지 않는 정치로는 행정수도를 완성할 수 없다. 양당이 서로의 태도만 탓하는 동안 처리 시한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행정수도 완성 약속의 진정성은 발언이 아니라 조문 심사와 의결로 증명해야 한다. 그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행정수도가 또다시 정치권의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은 양당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