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상당액을 공공기관이 직접 보관·반환하는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의 임대인 모집을 11월 4일부터 시작했지만, 기존 월세 수익과 전세보증금 활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고려할 때 임대인들이 얼마나 참여할지가 제도 정착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4일부터 임대인 모집에 들어간 '전월세 안심신탁'의 운영 구조와 세종지역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사례를 비교한 이미지. 임차인이 보증금 상당액을 HUG에 예치하면 HUG가 이를 보관·반환하고, 임대인에게는 연 4.35%의 약정 수익을 지급한다. 세종 00000단지의 실제 거래조건을 토대로 임대인 참여 유인과 수익성 문제를 시각화한 AI 합성 이미지. [이미지 제작=대전인터넷신문]
이번 사업은 기존 월세 주택을 전세 형태로 전환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위험을 줄이고, 임대인에게는 매월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 전세계약에서는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계약 종료 후 돌려받지만, 안심신탁은 임차인이 보증금 상당액을 HUG에 직접 예치한다. HUG는 예치금을 운용해 임대인에게 약정 수익을 지급하고,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예치금을 반환한다.
정부가 제시한 약정 수익률은 세전 연 4.35%다.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0.3625%로, 예치금 1억 원당 월 36만 2,500원, 2억 원은 72만 5,000원, 3억 원은 108만 7,500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실효성을 판단할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임대인이 실제로 참여할 이유가 충분한지 여부다.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존 월세 주택을 전세 형태로 전환하려면 현재 월세를 받고 있는 임대인의 선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인의 자금 여력과 주택 보유 목적에 따라 참여 유인이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할 필요가 적고 매월 현금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를 선호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월세 수입이 HUG의 약정 수익보다 높다면 안심신탁으로 전환할 이유가 크지 않다. 반대로 대출 부담이 큰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금융비용을 줄이려는 수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심신탁에서는 보증금을 HUG가 직접 보관하므로 임대인이 이를 대출 상환이나 사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없다.
결국 자금 여력이 충분한 임대인은 기존 월세 수익 때문에, 자금이 필요한 임대인은 보증금 활용 필요성 때문에 사업 참여를 주저할 수 있다는 점이 제도의 구조적 과제다.
세종지역 실제 아파트 거래에서도 이러한 수익률 경쟁력을 검토할 수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 앞서 확보한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0000000단지 전용 59.9㎡ 아파트는 지난 10월 24일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30만 원으로 계약됐다. 같은 단지 동일 면적 아파트는 10월 13일 전세보증금 3억 원에 거래됐다. 또한 10월 15일에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95만 원, 10월 9일에는 보증금 1억 5,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으로 계약된 사례도 확인됐다. 동일 단지·면적에서도 보증금 규모와 개별 계약조건에 따라 월세 수준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전세보증금 3억 원을 HUG 안심신탁 예치금으로 가정하면 임대인이 받는 월 수익은 세전 108만 7,500원이다. 이는 같은 단지에서 확인된 월세 130만 원보다 매월 21만 2,500원, 연간 255만 원 적다. 다만 두 거래는 서로 다른 주택에서 체결된 계약이며, 월세계약에는 보증금 1,0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단순 차액만으로 어느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월세 95만 원 계약과 비교하면 HUG의 예상 수익이 매월 13만 7,500원 많다. 그러나 이 계약에도 보증금 2,000만 원이 포함돼 있어 실제 수익성은 해당 자금의 활용 가치와 세금, 공실·연체 위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세보증금 활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변수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3억 원으로 연 5%의 대출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면 연간 금융비용 절감 효과는 1,500만 원으로, HUG의 연간 약정 수익 1,305만 원보다 195만 원 많다.
이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지만, 전세보증금을 직접 활용할 수 없는 안심신탁이 모든 임대인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월세 연체나 공실에 대한 부담이 크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임대인에게는 참여 유인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임대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HUG가 지급하는 월 수익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50% 감면과 농어촌특별세 비과세를 추진한다. 다만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현재 확정된 세제 혜택은 아니다. 기존 안심신탁 계약이 정상 종료된 뒤 후속 임차인과 다시 계약을 체결하면 공실기간에 대해 최대 2개월분의 월 수익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다만 후속 계약과 입주가 완료돼야 지원받을 수 있으며, 기존 계약을 중도 해지한 경우에는 제외된다.
정부가 강조하는 월세 연체 위험 감소 효과도 계약 형태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안심신탁은 임차인이 별도의 월세를 부담하지 않는 전세형과 예치금 외에 일부 월세를 추가로 지급하는 준전세형으로 운영된다.
전세형은 HUG가 임대인에게 약정 수익을 지급하지만, 준전세형은 임차인이 별도 월세를 임대인에게 직접 지급한다. 따라서 준전세형에서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할 경우 HUG가 이를 대신 지급하는지, 임대인이 직접 회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HUG의 예치금 운용 안정성도 검증 과제다. HUG는 계약 종료 시 임차인에게 예치금을 반환하면서 임대인에게 연 4.35%의 약정 수익을 지급해야 한다. 실제 운용수익이 약정 수익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업 참여 대상은 주택가격 20억 원 이하이면서 기존 선순위 부채비율이 주택가격의 80% 이하인 주택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소득·자산 제한은 없지만, 세금 체납 등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가입이 제한될 수 있다.
계약은 임대인·임차인·HUG 간 3자 약정으로 체결된다. 임차인이 예치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입주 시 나머지 90%를 HUG에 입금하면, HUG가 계약 종료 시 이를 반환하는 구조다.
법률적으로는 '보증금 없는 월세' 형태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돼 계약갱신청구권과 대항력, 임대료 증액 제한 5% 등 기존 임대차 보호 장치는 유지된다.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HUG가 예치금을 반환하지만 임차인이 조기에 퇴거해야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임대인 참여 신청은 11월 4일부터 HUG 안심전세포털과 전국 HUG 지사를 통해 상시 접수한다. 임차인을 확보하지 않은 임대인도 신청할 수 있으며, 2027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김이탁 1차관은 "전세금을 공공이 책임지고 보관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은 임차인에게는 전세사기 걱정 없는 전세를, 임대인에게는 연체·공실 걱정없는 월세를 제공하는 새로운 선택지"라고 밝혔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위험을 줄이는 새로운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제 주택을 공급할 임대인의 참여가 부족하면 정책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 여력이 충분한 임대인은 기존 월세 수익을, 대출 부담이 큰 임대인은 전세보증금 활용을 선호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충분한 참여 유인을 마련하고 월세 연체·예치금 운용 위험에 대한 대응책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가 제도 정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