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이 8월 18일 허위 근로자를 내세워 간이대지급금 3억6천만 원을 부정수급한 건설업체 대표와 공모자를 구속하면서,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범죄가 다시금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임을 밝힙니다. [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제도의 신뢰 구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사업주 ㄱ 씨는 공사대금 청산과 개인 편취 목적을 위해 허위 근로자 49명을 모집해 체불임금이 발생한 것처럼 꾸몄고, 이를 근거로 간이대지급금을 청구했다. 공모자 ㄴ 씨는 30명의 허위 근로자 명의로 2억7천여만 원을 부정수급한 뒤 일부 자금을 되돌려 받아 챙겼다. 수억 원 규모의 자금이 서류와 진술 조작만으로 지급된 것이다.
근로감독관들은 체불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근로 내역 불일치, 타 사업장 중복 근로 기록, 근로자 진술 상충등을 단서로 잡아내고 계좌 추적 수사를 통해 실체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상당한 행정력과 수사력을 필요로 했다. 사건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제도는 그대로 악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간이대지급금 제도의 관리 체계 자체에 구조적 허점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간이대지급금은 원래 임금을 받지 못한 퇴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최대 700만 원 한도 내에서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일부 사업주가 허위 근로자를 내세우거나 체불 기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대구에서도 유사 사건이 적발돼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실제 최근 통계는 심각성을 보여준다. 2025년 1~4월 기준 간이대지급금 지급액은 2,140억 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전체 대지급금 규모는 매년 5천억 원대수준으로 유지됐지만, 회수율은 20%대 초중반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28.54%, 2023년에는 21.8%에 머물렀다. 부정수급 적발 사례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실시한 기획조사에서는 17개 사업장, 461명, 22억 원 규모의 부정수급이 확인됐다. 이는 이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인 수법은 허위 근로자 동원, 체불 금액 부풀리기, 대리 신청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 괴리를 지적한다. 한 노동정책 전문가는 “제도는 사회안전망의 성격을 띠지만, 신청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해 허위 진술이나 문서 조작에 취약하다”며 “특히 소규모 건설업 현장은 근로기록 관리가 부실해 범행에 악용되기 쉽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4대 보험 및 근로이력 검증 강화 ▲중복 근로신고 자동 탐지 시스템 도입 ▲수급 계좌 자금 흐름 실시간 모니터링 ▲상습 부정수급 사업장 명단 공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부정수급 적발 시 형사처벌과 함께 최대 5배의 추가 징수금을 부과해 제도 악용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익산 사건은 근로자 보호 장치가 되레 사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급액은 매년 늘어나지만 회수율은 낮아, 제도의 신뢰도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간이대지급금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전 검증 체계 강화와 관리·감독 시스템 전면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신속한 제도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되레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간이대지급금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제도의 신뢰가 흔들리면, 결국 피해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취약 근로자에게 돌아간다.
한편, 미국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실업수당 제도가 대규모로 악용되었다. 대표적으로 'Scattered Canary'라고 불리는 나이지리아 사기 조직은 봇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다수의 가짜 청구서를 제출해, 워싱턴주에서만 6억 달러 이상을 편취했다. 텍사스에 대해서는 8억 달러대의 허위 청구가 이루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도난당한 신분 정보(SSN 등)를 이용한 실업수당 청구가 빈번하고, 그룹을 조직하여 연속적으로 허위 신청을 진행하는 수법이 많다. 또, 미국 노동부 산하 감사기관은 가짜 고용주를 만들어 수당을 청구하는 허구 고용주 사기(fictitious employer fraud)등 다양한 수법을 분류한 바 있다.
스웨덴은 주택보조금·실업수당 등 복수 복지 지급 시스템의 데이터 연계 처리로 부정수급을 예방한 사례로 주목된다. 예를 들어 등록된 가구의 소득 신고가 서로 다르게 입력될 경우 이를 자동으로 탐지하여 부정수급 사전 차단 효과를 확보한다. 한 조사에서는 “복수 혜택을 받는 가구 70%를 검사했을 때 2.7%에서 허위 소득이 확인됐고, 해당 수치는 다음 해 1.2%로 감소했다”는 데이터도 확인된다.
독일에서는 난민 수급자를 대상으로 여러 계정을 만들어 복지금을 부정 수령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300명이 한꺼번에 수백만 유로 규모의 복지 수령 기록이 드러났다.
네덜란드는 장애·노령 수당 등에 대한 부정행위 조사 결과, 전체 청구자의 10~20%가 어떤 형태로든 부정 행위에 연루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의 익산 사건이 단발적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겪는 보조금·수당 제도의 공통된 도전임을 보여준다. 미국의 봇 기반 허위 청구, 스웨덴의 데이터 연계 시스템, 독일·네덜란드의 계정 복제형 사기 등 다양한 사례는 “사후 조사형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지급 시스템의 자동화 및 데이터 연계, 실시간 검증 체계 구축” 등 사전 예방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취약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간이대지급금 제도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내외 사례를 참고한 시스템적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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