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재직자 익명 제보를 토대로 고용노동부가 상습 체불 의심 사업장 166개소를 집중 감독한 결과, 152개소에서 551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고, 이 과정에서 4,775명의 체불임금 63억6천만 원이 확인됐다.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로, 체불 관련 서류와 미지급 임금을 의미하는 소품이 쌓인 책상 앞에서 근로자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으며, 뒤편에서는 근로감독관이 근로기록과 자료를 확인하는 모습이 연출돼 있다.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불 문제의 심각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평균 5개월째 임금이 체불됐는데도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는 이사의 태도에 결국 임금을 포기했다.”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면 기록을 삭제하거나 퇴근 카드를 찍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일하라고 했다.” 재직자의 익명 제보에는 장기간 체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현장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재직자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상습 체불 의심 사업장 166개소를 대상으로 집중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2월 2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접수된 익명 제보를 토대로 진행됐으며, 재직 중 신고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숨어있는 체불’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감독 결과, 감독 대상 166개소 가운데 152개소(91.6%)에서 총 551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150개소(533건)에 시정지시를 내렸고, 6개소(6건)에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위반 정도가 중대한 8개소(12건)에 대해서는 즉시 범죄인지했다.
임금체불은 118개소에서 확인됐다. 피해 노동자는 4,775명, 체불액은 총 63억6천만 원에 달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한다는 명목으로 실제 근로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공짜노동’ 사례가 12개소에서 드러났고,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사업장도 2개소 확인됐다.
음식업을 운영하는 한 사업장은 21명과 월 고정액의 포괄임금 계약을 체결한 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연장·야간근로수당과 연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총 1,200만 원의 체불이 적발됐다. 또 호텔업 사업장에서는 근로계약상 월 고정급을 지급해 왔으나 실제 근로시간과 임금을 대조한 결과, 직원 2명에게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지급해 170만 원의 체불이 확인됐다.
근로감독관의 적극적인 청산 지도에 따라 체불이 확인된 118개소 중 105개소에서는 피해 노동자 4,538명에게 총 48억7천만 원이 즉시 청산됐다. 내부 비리와 자금난으로 직원 92명의 2025년 3~5월 임금 일부 2억8천만 원과 법정수당 2억4천만 원, 연말정산 환급금 1억3천만 원 등 총 6억6천만 원을 체불했던 병원은 법인 보유 자금을 전용해 전액을 지급했다. 투자 유치 이후 투자금 지급이 지연돼 직원 69명의 2025년 8~9월 임금 3억 원을 체불했던 제조업체도 법인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체불임금을 모두 청산했다.
반면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청산 의지가 없다고 판단된 7개소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범죄인지됐다. 한 병원은 아동사고 예방 교육과 기부 캠페인 등 각종 복지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직원 13명의 임금을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지급하지 않아 총 4억 원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다른 제조업체는 거래량 감소와 거래대금 지급 지연을 이유로 직원 79명의 임금 2억7천만 원과 퇴직자 11명의 퇴직금 1억 원 등 총 3억7천만 원을 체불했고, 수주 대금 정산 지연을 이유로 10명의 임금을 장기간 미룬 제조업체도 적발됐다.
임금체불 외에도 장시간 노동과 기초노동질서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장시간 노동은 31개소에서 적발됐다. 한 제조업체에서는 카드 태깅 기록과 임금 산정 기초 자료를 포렌식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근로자 50명이 확인됐다. 도매업체에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등 적법한 절차 없이 근로시간 특례제도를 적용해 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한 사례가 51회 적발됐다. 이와 함께 근로조건 서면 미교부(68개소), 취업규칙 미신고(32개소) 등 기초노동질서 위반도 잇따랐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법 위반 사항이 다수 적발된 사업장 가운데, 1년 이내 동일 사업장에서 다시 신고가 접수될 경우 재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2월 2일부터 ‘재직자 익명제보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한 감독을 올해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재직자 익명제보는 고용노동부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을 하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 회사를 다니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이 여전히 많다”며 “재직자 익명제보를 통해 숨어있는 체불을 끝까지 찾아내고, 포괄임금 오남용과 공짜노동을 근절하는 데 감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감독은 임금체불과 장시간 노동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노동권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2(월)부터 「재직자 익명제보센터」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금년에는 이를 토대로 한 감독을 2배 이상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체불, 장시간 근로 노동관계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음에도 재직 중인 상황에서는 신고 등 문제 제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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