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와 연대하는교사잡것들은 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의 '교권보호국' 신설 추진에 우려를 표하며, 새 시·도교육감들에게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을 함께 보장하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과 제도 중심의 교육활동 보호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와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이 함께 보장되는 교육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제공]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와 연대하는교사잡것들은 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보호국은 퇴행이다. 신임 교육감들은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을 함께 보호하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책임을 다하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성명에는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를 비롯한 59개 단체와 교사·시민 304명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오는 7월 1일 새 교육감 취임을 앞두고 교육현장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징벌이나 물리력 중심이 아니라 교육적 회복과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이 경기교육청 내 교권보호국 신설을 추진하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원 자격을 갖춘 해병대·특전사·공수부대 출신 교사를 학교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교권 보호의 해법을 물리력을 갖춘 특정 인력의 투입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반교육적"이라며 "교육당국이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힘이나 외부 권력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접근은 교육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교사들이 오랫동안 호소해 온 문제는 과도한 행정업무와 악성 민원, 관리자와 교육청의 지원 부족"이라며 "교육행정의 책임을 새로운 조직이나 해결사에게 맡기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교권보호국 관련 토론회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성명서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교육활동보호국 조직안에는 즉각적인 현장 투입권, 사안 종결권, 고발·수사 의뢰 권한, 자문에 따른 인사 면책권 등이 집중돼 있다"며 "군 출신 인력을 배치하느냐, 변호사와 행정관을 배치하느냐의 차이일 뿐 갈등을 외부 권력을 통해 신속히 제압하려는 구조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체계에서는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관리자와 교육청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교육 현장의 위기를 치안이나 사법의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교육적으로 해결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의 근본 원인을 학교 안팎의 권력 불평등 구조에서 찾았다. 이들은 "학교에서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학교폭력 문제 해결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존재한다"며 "교육당국은 학교만큼은 사회보다 더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제도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에는 체벌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 했고, 지금은 물리력을 가진 외부 인력을 투입하려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는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제도를 마련하기보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교육행정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 권고도 제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발표한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 권고'에서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에게 학생생활지도 기준에 학생인권 보장을 명시하고,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를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육중재위원회 설치 검토, 학생·교사·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 자치기구 활성화, 교사 직장 내 괴롭힘 대응체계 마련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는 "교사 보호 역시 권력이나 물리력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권력 불평등을 예방하는 제도와 공적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 전문인력 확충, 협력적인 민원 대응 시스템 구축, 교사 정신건강 보호, 악성 민원 피해 구제 절차 마련, 학교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자치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참석 교사들은 기자회견 말미 성명서를 함께 낭독하며 "학교는 통치의 공간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함께 갈등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간"이라며 "학생과 학부모를 위협하는 특전사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돕고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는 교사로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현장에서는 교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충남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교사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교육계에 충격을 줬으며, 교원단체들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제도 보완과 교원 보호체계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각 시·도교육청도 교육활동 보호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4월 제2기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기존 28명에서 32명으로 확대하고 변호사를 추가 위촉하는 등 법률 전문성을 강화했다. 교원·학부모·전문가가 참여하는 4개 소위원회를 운영하며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공정한 심의와 분쟁 해결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기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교권 보호 필요성에는 교육계 안팎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 것인지를 두고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인권교사연대는 인권과 교육적 회복 중심의 접근을 주장하는 반면, 교원단체들은 교권 침해에 대한 보다 강력한 보호장치와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교사단체의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로,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 측의 입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권보호국 추진 배경과 운영 방향에 대한 당선인 측의 설명이 추가될 경우 이번 논의의 쟁점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새 교육감 출범 이후 교권 보호와 학생인권 보장을 어떻게 조화시키는 제도를 마련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