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에서 ‘한글문화도시 세종’ 홍보부스를 운영하면서도 시 주무부서와 재단 담당 팀장이 취재 당시 세부 사업내용을 즉시 설명하지 못하면서 ‘문화수도’를 내세운 세종시의 문화정책 관리와 정보공유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 한글문화도시센터가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에서 ‘한글문화도시 세종’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가운데, 취재 당시 세종시 주무부서와 재단 담당자가 세부 사업내용을 즉시 설명하지 못한 상황을 풍자적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대전인터넷신문이 확보한 추진계획안에는 47.6㎡ 규모의 홍보부스와 콘텐츠·이벤트·기념품 등 구체적인 운영계획이 담겼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AI 제작]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남도, 전국문화도시협의회가 10일부터 13일까지 경남 밀양시 영남루와 밀양강변 일원에서 개최하는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에 세종시문화관광재단 한글문화도시센터가 참가해 ‘한글문화도시 세종’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하나 된 지역(로컬), 함께 만드는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전국 문화도시의 변화와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문화도시별 홍보관이 설치돼 각 도시가 대표 문화자원과 주요 사업을 소개한다.
세종의 참가도 단순한 행사 참관이나 실무자 출장 수준이 아니었다. 대전인터넷신문이 확보한 ‘2026 한글 기념행사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 추진계획(안)’에는 참가 목적부터 홍보부스 규모, 콘텐츠, 관람객 참여 이벤트와 기념품까지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담겼다.
계획안은 참가 목적을 “‘한글문화도시 세종’ 홍보를 위하여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에 홍보 부스로 참여하고, 한글문화도시 사업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함”이라고 명시했다. 추진 방향도 구체적이다. 한글문화도시 세종의 주요 성과와 대표 콘텐츠를 전시하고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2027년 예정 사업을 사전 홍보하는 한편, SNS 계정 팔로워를 확보해 지속적인 홍보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세종 홍보부스는 47.6㎡, 약 14.4평 규모다. 테이블과 의자, 스탠바이미 TV 등을 갖추고 평일 15명, 주말 30명 이상이 동시에 머물 수 있도록 계획했다. 10일 세팅과 가오픈을 거쳐 11일부터 13일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 정상 운영하는 일정이다. 홍보 내용에는 한글문화도시센터 SNS와 세종 한글비엔날레, 한글문화도시 사업 등이 포함됐다. 앵커사업과 광역연계형 조성사업, 도시별 핵심 프로젝트 등을 중점적으로 알리도록 했다.
슬로건은 ‘세계를 잇는 한글문화도시 세종’이다. ‘이음(온 세상에 한글)’, ‘채움(한글문화 산업의 요람)’, ‘가꿈(읍면동 마을과의 동행)’을 핵심 키워드로 정하고 관련 사업 사진과 한글문화상품 등을 부스에 배치하도록 했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충녕이를 찾아서’ 이벤트는 세종을 대표하는 캐릭터 ‘충녕이’를 숨은그림찾기 방식으로 찾으면서 문화도시 주요 거점과 관광지, 2026~2027년 예정 사업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구성했다.
계획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문제는 이 계획을 관리하고 설명해야 할 행정이 취재 과정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 대전인터넷신문은 문체부의 박람회 개최자료를 세종지역 뉴스로 전환하기 위해 세종이 이번 박람회에 어떤 방식으로 참가하고 무엇을 전국에 알리는지 확인하는 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세종시 담당부서에 참가 여부를 처음 문의하자 담당 과장은 “시에서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재단에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 한글문화도시센터가 박람회에 참가해 별도의 ‘한글문화도시 세종’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시에 재차 확인하자 “시에서는 참석하지 않고 재단에서 부스를 꾸려 운영하기로 방향을 정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최초 답변에서 말한 ‘불참’은 세종의 박람회 불참이 아니라 시청 공무원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던 셈이다.
그러나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세종시와 별개의 외부기관이 아니라 시가 출연한 기관이고, 한글문화도시센터는 세종의 문화도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시청 공무원의 현장 출장 여부와 세종의 문화도시 사업 참가 여부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출연기관이 ‘한글문화도시 세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공식 박람회에서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단순히 “시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은 세종 자체가 불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참가 여부를 둘러싼 엇갈린 설명 이후에도 이어졌다. 취재진이 부스 규모와 운영기간, 참가인원, 전시·체험 콘텐츠, 중점 홍보사업과 참가 목적 등 기본적인 내용을 문의했지만 시 담당부서는 이를 즉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재단에 관련 자료를 다시 요청해 확인해야 했다.
사업 수행기관인 세종시문화관광재단 담당 팀장에게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박람회 참가 사실 외에 구체적인 부스 운영내용 등에 대해서는 즉답을 받지 못했다. 현장 관계자를 통한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취재 이후 확보된 추진계획안에는 47.6㎡ 규모의 홍보부스부터 운영시간, 홍보 콘텐츠, 슬로건, 핵심 키워드, 벽면 구성, 리플릿, SNS 홍보, 관람객 이벤트와 기념품까지 세부 운영계획이 촘촘하게 담겨 있었다.
사업은 이미 계획에 따라 밀양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를 관리하고 설명해야 할 주무부서와 수행기관의 책임선에서는 기본적인 사업정보조차 즉시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취재가 드러낸 것은 현장 사업과 관리행정 사이의 분명한 공백이다.
시가 출연기관에 사업 수행을 맡겼다는 이유로 해당 정책에 대한 행정의 역할까지 출연기관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출연기관이 시의 주요 정책을 수행할수록 주무부서에는 사업의 목적과 예산, 추진과정과 성과를 파악하고 관리할 책임이 뒤따른다.
특히 ‘한글문화도시 세종’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걸고 전국 단위 공식 행사에 참가하면서 주무부서가 참가 여부부터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세부 사업내용도 즉시 파악하지 못했다면, 시가 문화도시 사업을 어느 수준에서 관리·공유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재단의 박람회 참가계획이 행사에 앞서 세종시 담당부서에 언제, 어떤 절차와 내용으로 보고·공유됐는지는 기사 마감 시점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확보된 자료만으로 사전 보고 자체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왜 주무부서가 사업의 기본적인 내용을 취재 당시 즉시 설명하지 못했는지, 반대로 충분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왜 세종을 대표하는 전국 단위 문화도시 사업이 담당부서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는지 시와 재단 모두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취재가 이어진 뒤 세종시 담당 주무관은 현장 관계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공유받아 제공하면서 향후 재단과의 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박람회가 이미 시작돼 ‘한글문화도시 세종’ 홍보부스가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언론의 취재가 이어진 뒤에야 주무부서가 세부자료를 다시 확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은 단순한 답변 착오나 소통 미흡으로만 넘기기 어렵다.
세종은 ‘한글문화도시’를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과 연결하고 문화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문화정책의 외형은 전국 박람회까지 뻗어나갔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이 사업의 기본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정책 구호와 실제 관리행정 사이의 괴리를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화수도’를 이야기하면서 시 출연기관이 세종을 대표해 전국에서 어떤 사업을 펼치고 있는지 주무부서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은 문화정책에 대한 행정의 관심과 관리가 구호를 따라가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말로는 ‘문화수도’를 외치면서 현장 사업은 출연기관에 맡겨둔 채 주무부서가 기본적인 추진내용조차 제때 설명하지 못하는 행정이라면 시민에게 ‘무관심 행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글문화도시 세종’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사업을 수행하는 재단과 이를 관리하는 시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추진과정과 예산, 성과를 점검하며 그 결과를 시민에게 책임 있게 설명하는 행정이다.
이번 박람회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엇갈린 설명과 뒤늦은 자료 확인은 사업은 움직이는데 관리행정은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 공백’이 문화도시 정책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문제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