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충북 청주에서 임신 29주 산모가 상급병원 이송 지연 끝에 태아를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시민단체 ‘공정한세상’은 이를 국가 필수의료 설계 실패로 규정하며 근본적인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인근 세종시의 의료 공백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청주 ‘분만실 뺑뺑이’ 사건을 재구성한 그래픽 이미지로, 응급 이송 지연과 전문의 부족 문제를 시각화했다.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충북 지역 시민단체 ‘공정한세상’은 4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주말 사이 청주에서 발생한 ‘분만실 뺑뺑이’ 사고와 관련해 필수의료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 입원 중이던 임신 29주차 산모의 태아 심박수가 급격히 저하되면서 상급병원 전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충청권 상급종합병원 6곳이 산부인과 및 소아과 전문의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119를 통해 전국 41개 병원으로 전원 가능 여부를 타진한 끝에 약 3시간 30분 만에 부산의 한 병원에서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단체에 따르면 산모는 헬기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태아는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주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응급 상황에서도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단체는 유사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대구에서는 조산 증세를 보인 임신부가 여러 병원에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뒤 수도권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쌍둥이 중 한 명이 사망했고, 2024년 충북 음성에서도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출산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한세상’은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공통점은 비수도권”이라며 “수도권 중심의 의료 자원 집중으로 지방 필수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종시 의료체계의 취약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세종시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핵심 문제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이 지목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청주 사례 역시 상급병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와 소아과 전문의 부재로 수용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응급 상황에서 병원이 있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세종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단순히 상급병원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필수의료 전문인력 확보와 운영체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와 기존 분석에서는 세종에서 대전 상급병원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이상 소요되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사례도 있어 ‘골든타임’ 확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세종의 해법은 단순한 병원 유치가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충남대병원 세종분원 기능 강화 ▲광역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 ▲공공의료 기능 확대 ▲전원 시스템 통합 운영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 대응에 대해서도 단체는 우려를 표했다. “분만실 뺑뺑이 사건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근본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도 일회성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필수의료 사고 국가 책임 분담 체계 도입 ▲필수의료 수가 국가 책임형 보상 ▲형사 리스크 완화 입법 ▲필수의료 인력 국가 배치 모델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입장문은 청주 사례를 계기로 비수도권 필수의료 체계 전반의 문제를 재차 부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상급병원 유치 여부를 넘어 전문의 확보와 운영체계 개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가 차원의 의료체계 재설계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