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 기자] 9월 15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기자회견에서 장동혁 대표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당론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밝히며, 앞서 세종시의 반대 요청에 원론으로 일관하던 태도를 뒤집었다.
장동혁 대표가 9월 15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기자회견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당론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캡처]
장동혁 대표는 부산 현장 일정에서 가덕도 신공항·부산신항 등 인프라를 거론하며 “해수부 이전은 물리적 이전을 넘어 기능·권한까지 이전하는 ‘제도적·기능적 이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본부 청사만 옮기는 수준을 넘어, 관련 인허가·정책결정 권한과 산하기관, 정책금융·물류 연계 기능까지 부산에 실질적으로 집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같은 취지의 발언은 부산 청년 간담회에서도 반복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 이전’이 성과를 내려면 해운·항만·해양금융·연구 생태계가 제도적으로 묶여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해양 관련 공공기관과 산업·연구기관의 동시 집적이 있을 때 파급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의 주장은 이 같은 논리를 차용했지만, 구체적 이전 대상·권한 이양 로드맵은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
장 대표가 청년 정책과 관련해 언급한 ‘쓴소리 위원회’는 현재 공식 설치가 확인된 조직이 아니라 ‘신설하겠다’는 구상수준이다. 부산 간담회에서 청년 참여 채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성·권한·운영 계획 등 실무 윤곽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책 반영력과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론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입장 선회가 논란이다. 장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인 8월 말까지만 해도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비판적이었다. 당시 그는 “연내 이전 추진은 선거용 얄팍한 정치”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고, 이로 인해 부산 지역 정치권이 곤혹스러워했다. 그로부터 보름여 만에 부산 현장에서 공개 지지로 급선회했다. 정책 판단이 원칙보다 유불리에 좌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의 공식 문제 제기는 사실상 외면됐다. 9월 5일 최민호 세종시장은 국회에서 장 대표를 만나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 반대를 당 차원에서 표명해 달라고 요청하며, 혁신도시법·지방시대위원회 등 법·절차에 따른 종합 검토를 강조했다. 그러나 장 대표의 답변은 직원 거주·정착 문제 등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고, 열흘 뒤 부산에서의 메시지는 ‘부산 이전 당론화’였다. 절차적 정당성과 균형발전의 원칙보다 ‘표심’이 먼저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장 대표는 해수부 이전의 성공을 위해 산업은행 문제, 가덕도 신공항·부산신항 등 인프라를 패키지로 언급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정권 교체와 금융당국의 해명, 노조 반발 등을 거치며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다. 동남권 투자은행 구상과 병행 검토 보도, 금융위의 반박, 노조의 반대 입장까지 여건이 정리되지 않은 쟁점이 산적해 있다. 해수부 이전과 금융·물류 기능의 실질 연동을 말하려면, 우선 이 난제들에 대한 구체적 해결 경로가 제시돼야 한다.
정치적 셈법의 그림자도 짙다. 부산은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다. 장 대표가 세종의 우려에는 “이해한다”는 답을 남기고, 부산에서는 ‘당력 총동원’을 약속한 행보는 균형발전의 대의와 충돌한다. 세종은 행정수도의 상징이며, 다수 중앙부처와 산하기관의 국가적 조정·연계 기능이 집중된 곳이다. 특정 지역의 표심을 의식한 기관 쏠림은 세종의 기능 축소와 국가 거버넌스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공약의 진정성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장 대표는 “청년들의 고민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민”이라며 청년 참여 창구를 약속했지만, 정책 결정의 실질 무대를 부산으로 기울이겠다는 메시지와 지역 간 형평성은 엇박자를 낸다. ‘쓴소리 위원회’가 보여주기용 이벤트에 그친다면, 일자리·주거·물가로 요약되는 청년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충청 청년의 의견은 어디에 반영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결국 관건은 원칙과 절차, 형평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개별 정당의 선거 전략이 아니라 국가적 자원의 재배치이자 행정·산업 생태계의 재설계다. 장 대표가 진정으로 “제도적·기능적 이전”을 말하려면, 어느 권한을 어떤 법 개정으로, 어떤 기관·인력과 함께, 어떤 일정으로 이전할지부터 밝히고 세종·부산 모두와 협의하는 상호이익 시나리오를 내놔야 한다. 그러지 못한 채 부산에서의 정치적 선언만 반복한다면, 이번 당론화는 ‘표 많은 곳으로의 편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장동혁 대표의 부산 선언은 지역균형을 말하면서 균형을 무너뜨리는 자기모순을 드러냈다. 세종의 합리적 문제 제기에 원론으로 답하고, 선거 핵심지 부산에 정치적 보증수표를 끊은 이번 선택은 국민의힘이 스스로 내세운 공정·균형의 기준을 흐린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체적 로드맵과 상호이익의 설계다. 그렇지 않다면, 해수부 이전은 ‘당론’의 이름을 빌린 지역 편향이라는 비판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이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당론으로 확정한 데 대해 세종시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법적·정치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의 위상 약화를 우려하며 법률 검토와 정치권 설득,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해수부 사수’에 나설 수 있을지에 39만 세종시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혁신도시법과 지방시대위원회 검토 절차를 무시한 해수부 이전 추진은 행정 절차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법률 자문을 통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이견을 넘어 법적 판단을 통한 효력 정지까지 겨냥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도 예상된다. 지역사회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전문가 집단은 연대 조직을 꾸려 ‘해수부 사수 운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세종시 차원을 넘어 내년 총선과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세종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행정수도 기능을 위협하는 일방적 이전은 단순한 행정문제가 아니라 지역 존립 문제”라며 선거 국면에서의 강력한 여론전을 예고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의 상징성과 기능을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 정치적 연대, 지역 여론 형성이라는 3단계 대응 전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해수부 이전을 당론으로 못 박은 상황에서, 세종시의 강경 대응이 향후 정치권 협상 구도와 선거 지형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