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중계방송사에 동일 경기의 과도한 중복편성을 자제하고 순차적으로 편성할 것을 권고하면서 시청자 선택권 확대라는 공익적 가치와 방송사의 편성 자율성 사이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적 강제력은 없는 권고지만 월드컵 중계의 공공성과 시장 자율성의 균형을 둘러싼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중계방송사에 순차편성을 권고한 가운데 시청자 선택권 보장과 방송사의 편성 자율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월드컵 중계와 시청권·편성권 논란을 AI로 형상화한 이미지.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10일 제16차 위원회(서면)를 열고 오는 12일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과 관련해 중계 방송사업자들에게 특정 경기의 과도한 중복편성을 지양하고 순차적으로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여러 방송사가 같은 시간대에 동일 경기를 중복으로 중계할 경우 시청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다양한 경기 시청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에 대해서는 순차편성 예외를 인정했다.
이번 권고는 최근 출범한 제9기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가 「방송법」 제76조의5에 근거해 제안한 내용을 방미통위가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월드컵은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인 만큼 시청자의 선택권이 폭넓게 보장될 수 있도록 방송사업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월드컵이 단순한 상업 콘텐츠를 넘어 국민 다수가 함께 시청하는 대표적인 국제 스포츠 행사인 만큼 특정 인기 경기만 여러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하기보다 다양한 경기를 나눠 편성해 시청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같은 시간대에 여러 경기가 열리는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두 동일 경기만 편성하면 다른 경기를 시청하려는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방미통위의 설명이다. 보편적 시청권 제도 역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스포츠 행사를 더욱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반면 방송업계 일각에서는 방송사의 편성 자율성과 경영 판단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월드컵 중계권 확보에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 방송사들은 중계권료뿐 아니라 제작 인력과 장비, 현지 취재비용 등을 부담한다. 이 때문에 시청률이 높은 경기를 편성해 광고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경영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등 세계적인 인기팀 경기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경기의 시청률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광고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방송사로서는 인기 경기 편성이 투자비 회수와 직결되는 경영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또 일부 방송정책 전문가들은 규제기관의 권고가 법적 강제력은 없더라도 방송사로서는 일정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방미통위는 이번 조치가 강제 명령이 아닌 권고이며 시청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행정적 권고라는 입장이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보편적 시청권 적용 범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월드컵과 올림픽 등 법률상 보편적 시청권 대상 행사 외에도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이나 국가대표 경기, 프로스포츠 챔피언 결정전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콘텐츠가 적지 않은 만큼 공공성과 시장 자율성의 경계를 둘러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반면 제도 옹호론자들은 월드컵과 올림픽은 현행법률상 보편적 시청권 대상으로 규정된 공적 성격의 행사인 만큼 일반 예능이나 드라마, 상업 스포츠 콘텐츠와는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IPTV와 케이블TV,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시청자 선택권이 과거보다 확대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고려하면 여전히 지상파 방송을 통한 접근성 보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순차편성 권고는 단순한 스포츠 중계 편성 문제를 넘어 시청권 보장과 방송사의 자율성, 공공성과 시장 원리의 균형을 둘러싼 논의를 다시 불러오고 있다. 향후 월드컵 중계 과정에서 방송사들이 어떤 편성 전략을 선택할지와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번 권고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