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최대열기자] 대전시가 2027년도 생활임금을 법정 최저임금보다 18% 높은 시급 1만2,630원으로 결정한 배경에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적정임금 수준으로 제시한 ‘최저임금의 118%’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법정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등의 생활임금 사이에 발생하는 임금 하한 격차와 민간 저임금 근로자와의 형평성도 주목된다.
2027년 대전시 생활임금이 법정 최저임금 1만700원보다 18% 높은 수준인 시급 1만2,630원으로 결정됐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대전시는 지난 22일 노동자·경영자 대표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활임금위원회를 열고 2027년도 생활임금을 시급 1만2,6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생활임금 1만2,043원보다 587원, 4.9% 인상된 금액이다.
2027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이다. 올해 1만320원보다 380원, 3.7% 올랐다. 이에 따라 대전시 생활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1,930원, 18% 높다.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법정 최저임금은 223만6,300원, 대전시 생활임금은 263만9,670원이다.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임금 하한을 단순 비교하면 월 40만3,370원, 연간으로는 484만440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일반 민간사업장 근로자가 모두 최저임금만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임금은 최저임금을 웃돌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차이는 실제 평균임금의 차이가 아니라 저임금 근로자에게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임금 하한’의 차이다.
대전시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시와 시 산하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와 민간위탁시설 사무에 종사하는 저임금 근로자 등 약 1,799명으로 추산된다. 2022년 확대된 현행 적용 범위는 내년에도 유지된다.
특히 2027년부터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같은 생활임금액을 적용한다. 시와 자치구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활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공공부문 등의 저임금 근로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결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생활임금 1만2,630원의 산정 배경이다. 대전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적정임금안’을 준용해 최저임금의 118% 수준으로 생활임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118%’는 대전시가 독자적으로 만든 비율은 아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적정임금 수준으로 전국 지방정부 생활임금 평균인 최저임금의 118% 수준을 제시했다.
행정안전부도 지방공공기관 예산편성기준을 개정해 지방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118% 수준의 적정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시는 이러한 정부의 공공부문 적정임금 기준을 생활임금 결정에 준용한 것이다. 실제로 2027년 법정 최저임금 1만700원에 118%를 적용하면 1만2,626원이다. 대전시가 결정한 1만2,630원과 불과 4원 차이다.
이에 따라 대전·인천·충남의 생활임금이 같은 금액으로 결정된 배경도 상당 부분 설명된다. 대전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7년 생활임금은 대전과 인천, 충남이 모두 시급 1만2,630원이다. 서울은 1만2,757원, 경기도는 1만2,995원, 제주는 1만2,569원이다.
인천시 역시 2027년도 생활임금을 1만2,630원으로 결정한 사실이 공식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다만 충남의 경우 이번 기사에서는 대전시가 제시한 타 시·도 비교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인구와 산업·재정구조를 가진 대전·인천·충남이 같은 금액을 결정한 것을 단순히 지역별 재정여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공공부문 적정임금의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118% 수준을 제시했고 대전시가 이를 준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정책적 질문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전국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은 1만700원인데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적정임금으로는 이보다 18% 높은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정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적정임금은 법적 성격이 다르다. 최저임금은 전국 모든 사업장에 강제되는 임금의 법정 하한이고, 적정임금과 생활임금은 공공부문 등의 저임금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장하려는 정책이다.
따라서 정부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최저임금’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 근로자 역시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고, 생활임금은 그보다 높은 별도의 임금기준을 추가로 적용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이라는 측면에서는 형평성에 관한 질문이 남는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적정임금’을 법정 최저임금보다 18%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다면 같은 지역의 물가와 주거비, 생활비를 부담하는 민간 저임금 근로자에게 법정 최저임금과 적정임금 사이의 차이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정책적 설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설명도 이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오수근 대전시 시민사회국장은 “생활임금은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가 최소한의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임금정책”이라며 “시·구 생활임금액 동일화 추진을 계기로 지역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생활임금제의 취지를 설명한 발언이지만 동시에 질문도 남긴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18% 높은 수준을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한의 존엄한 삶’을 위한 임금이라고 설명한다면, 같은 대전에서 동일한 물가와 주거비 등 생활비를 부담하면서 법정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민간 저임금 근로자와의 임금 하한 격차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다.
그렇다고 이를 법정 최저임금이 적정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2027년 최저임금 1만700원은 정부가 임의로 결정한 금액이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노사가 수정안을 거듭 제시하고 최종안을 표결한 뒤 고용노동부가 절차를 거쳐 결정·고시한 법정 임금 하한이다. 결국 이번 생활임금 결정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대전시가 독자적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18% 높은 기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적정임금 기준을 준용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법정 최저임금은 100%를 전국적 임금 하한으로 삼으면서 공공부문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118% 수준을 ‘적정임금’으로 제시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그 차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목적과 민간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다.
생활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2026년 대전시 생활임금 1만2,043원은 당시 법정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7% 높았지만 2027년에는 18%로 차이가 1.3%포인트 확대된다. 재정적인 측면도 남은 과제다. 2027년 생활임금 적용 예상 인원이 약 1,799명인 만큼 인상에 따라 실제로 추가되는 시와 산하기관, 출자·출연기관 및 민간위탁 분야의 인건비가 얼마인지는 대전시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상자 1,799명 모두에게 올해와 내년도 생활임금 차액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추가 재정소요액을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근로시간과 기존 임금, 국·시비 분담, 기관별 부담구조 등이 서로 달라 실제 추가 재정부담은 별도의 산출이 필요하다.
생활임금의 민간 확산 효과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생활임금을 지역 임금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한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공공부문 등의 임금 하한만 상승하고 민간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공공과 민간 저임금 근로자 사이의 임금 하한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전시의 2027년 생활임금 1만2,630원 결정은 약 1,799명의 저임금 근로자 처우 개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법정 최저임금보다 18% 높은 정부의 공공부문 적정임금 기준이 실제 지방자치단체 생활임금으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임금 하한 격차와 민간부문 확산 효과, 추가 재정부담, 저임금 근로자 사이의 형평성은 앞으로 함께 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