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지방선거 이후 각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간담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화된 단체의 정책·재정 요구가 선출직을 거쳐 집행부에 전달될 경우 한정된 재원의 우선순위와 시민 간 형평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세종시와 시의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종시의회 해정복지위원회(위원장 김재형)가 13일 의회 의정실에서 읍면지역 어린이집 통학차량 운영 및 제도개선에 대한 현안을 청취했다. [사진-세종시의회]
세종특별자치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김재형)는 13일 시의회 청사 의정실에서 ‘읍면 지역 어린이집 통학차량 운영 제도개선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김재형 위원장과 김현미 부위원장을 비롯한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집행부 관계 공무원, 읍면 지역 어린이집 10개소 원장 등이 참석했다. 어린이집 운영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지원 및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읍면 지역 어린이집 운영 실태와 교사겸직원장의 차량운행 제한에 따른 대안 등을 논의했다. 자유토론과 질의응답에서는 통학차량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제도개선 필요성이 다뤄졌다.
참석한 의원들은 읍면 지역 어린이집의 통학차량 운행 지원과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읍면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육교직원 구인난과 아동 수 감소 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미 부위원장은 이날 논의된 읍면 지역 어린이집의 주요 애로사항과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검토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읍면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통학차량 운행이 필수적임에도 인력 채용과 운영 예산 부족으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여건에 맞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 방안을 조속히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제도적 대안을 찾는 것은 지방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보육처럼 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문제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은 행정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찾고 정책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제기된 개별 단체나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곧바로 새로운 재정지원이나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보육뿐 아니라 복지·교통·안전·지역경제 등 여러 민생 현안에 한정된 재원을 배분해야 하는 만큼 공공성과 시급성, 수혜 범위,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를 함께 따져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 직후 새롭게 구성된 의회와 집행부를 상대로 직능·이해단체의 정책·예산 요구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단체가 구성원의 이해를 대변해 간담회나 차담회 등을 요청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보장돼야 할 정당한 의사표현이다.
다만 단체의 조직력이 정책 요구의 영향력으로 이어지고 간담회가 특정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특히 단체의 조직력이 선출직의 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정책 결정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실제 이 같은 방식으로 선출직을 압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지방선거 이후 각종 단체와 선출직 사이에서 열리는 간담회가 현장 의견을 듣는 창구를 넘어 특정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각종 협회·연합회 등 조직화된 단체는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선출직이나 행정기관에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거나 별도의 조직과 정책 전달 통로를 갖지 못한 시민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단체의 요구가 정책에 반복적으로 우선 반영된다면 별도의 정책 전달 통로를 갖지 못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덜 반영된다는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정책 접근성의 차이가 정책 수혜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의회와 집행부의 예산상 역할도 구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안은 집행부가 편성해 의회에 제출하고 지방의회가 이를 심의·의결한다.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직능·이해단체가 의원들과 간담회나 차담회 형식으로 새로운 사업이나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의원들이 이를 집행부에 전달할 경우, 집행부로서는 해당 요구의 필요성과 공공성, 재정 여건을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의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모든 요구의 해결을 약속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의원들도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를 곧바로 집행부에 전달하며 ‘적극 검토’를 주문하기보다 법적 타당성과 공공성, 수혜 범위, 소요 예산, 시급성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 역시 선출직이나 단체의 요구라는 이유만으로 관행적인 ‘검토’ 의견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수용할 수 있는 요구와 그렇지 않은 요구를 구분하고, 재정 여건상 즉시 시행하기 어렵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기존 사업 활용이나 비예산·저비용 방식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요구하는 단체에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현장의 어려움을 알리고 제도개선을 요구할 권리는 충분히 보장돼야 하지만 지방재정은 특정 단체만을 위한 재원이 아니다. 시급성이 낮은 사업이라면 다른 민생 현안과 재정 상황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조정하거나 재정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공동체가 함께 고민할 부분이다.
반대로 어린이 통학 안전이나 필수적인 보육서비스 유지처럼 공공성과 시급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문제까지 단순히 ‘단체의 요구’라는 이유로 배제해서도 안 된다. 판단 기준은 요구하는 단체의 조직력이나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 전체의 이익과 사업의 시급성, 재정 투입의 필요성이어야 한다.
김재형 위원장은 “다양한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신 어린이집 원장님들께 감사드리며, 오늘 나눈 의견들이 읍면 지역 어린이집 운영 여건 및 세종시 보육환경 개선에 꼭 필요한 정책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복지위원회는 지난 7일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지원체계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이어 이번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의정활동은 필요하지만 간담회의 성과를 얼마나 많은 요구를 수용했느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조직된 목소리뿐 아니라 간담회장을 찾지 않는 시민도 정책 결정의 당사자다.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공공성과 시급성, 재정 여건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 그것이 선출직과 집행부가 지켜야 할 재정 책임이자 시민 전체에 대한 형평성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