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교육청이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추진해 온 가운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관내 151개 학교 중 117개교에서 급식실 후드 청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단체협약 이행과 적정 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교육청은 공보관실을 통한 반론 요청에도 기사 배포 시점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부 조합원들이 14일 세종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법 이행과 직종별 단체협약 준수, 일방적인 업무 변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부 제공]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부(지부장 강현옥)는 14일 오후 5시 세종시교육청 앞에서 조합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법 시행 유예 검토 의혹과 직종별 단체협약 미이행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광태 조직국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강현옥 지부장의 여는 발언에 이어 조리실무사 김정숙, 교육복지사 허정미, 특수교육실무사 박행운, 수상안전요원 백승원 씨가 현장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부가 14일 세종시교육청 앞에서 학교급식법 시행 유예 검토 의혹과 직종별 단체협약 미이행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에는 직종별 발언과 교육청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부 제공]
강현옥 지부장은 학교급식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에 인력 충원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대응을 비판했다. 노조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 조리종사자 적정 인력운영 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5개년 단계 적용'과 '시행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계적 인력 충원과 법률 시행일 자체의 유예는 서로 다른 문제다. 노조가 제기한 방안이 실제로 논의되고 있는지, 어느 기관이 어떤 내용을 검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6년 2월 19일 개정된 학교급식법 제7조의 인력 배치기준 관련 규정은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법은 교육부장관이 학교급식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인원에 관한 국가 기준을 정하고, 교육감이 이를 토대로 지역과 학교 여건에 맞는 배치기준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교육감은 배치기준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단순히 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기준이 지켜지는지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노조는 관련 연구용역에서 조리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인원을 유치원·초등학교 89명 이하, 중·고등학교 84명 이하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노조가 인용한 연구 결과로, 법령상 확정된 국가 기준과는 구분된다. 세종시교육청이 지난 9월 17일 대전인터넷신문 취재에서 밝힌 조리종사자 1인당 평균 식수인원은 유치원을 포함하면 80.3명, 유치원을 제외하면 81.8명이다. 이 수치는 세종지역 인력 배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참고자료지만, 전체 평균만으로 학교별 인력이 충분한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급식인원과 조리종사자 수, 조리공정, 급식실 규모 등에 따라 실제 노동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법이 학교별 배치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과 결과 공표를 의무화한 만큼 향후 세종시교육청이 평균 수치뿐 아니라 학교별 인력 배치 실태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구체적인 논란이 제기된 사안은 급식실 후드 청소다. 조리실무사 김정숙 씨는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업재해 문제를 언급하며 조리흄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급식실의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2021년 이후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신청이 286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231건이 승인됐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해당 수치는 노조가 인용한 자료로, 집계 기간과 대상에 대한 별도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2025년 체결한 직종별 단체협약에는 급식실 후드 청소를 연 2회 전문업체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종시교육청도 같은 해 5월 30일 '교육공무직 조리종사자 직종별 협약 세부 사항 안내' 공문을 통해 학교지원본부 시설지원부의 연 2회 청소와 별도로 학교회계 예산을 활용한 연 2회 청소를 실시하도록 안내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이 공문이 연간 총 4회 청소를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교육청 자체 전수조사 결과 관내 151개 학교 가운데 117개교, 전체의 77.5%에서 후드 청소가 실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조가 제시한 117개교 수치의 조사 기간과 집계 기준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설지원부가 시행한 청소와 학교 자체 예산으로 진행한 청소가 각각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해당 학교에서 모든 형태의 후드 청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노조가 주장하는 청소 실적과 교육청의 관리 지침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 씨는 조리실무사들이 후드에 쌓인 기름때와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세척 약품을 취급하면서 낙상과 유해물질 노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교육청이 학교별 후드 청소 실적과 예산 집행 현황을 공개하고 전문업체 위탁 청소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9월 17일 본지 취재에서 올해 여름방학까지 관내 93개교의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기시설 개선과 후드 청소는 서로 다른 관리 항목이다. 환기시설 개선은 설비의 구조와 성능을 개선하는 사업인 반면, 후드 청소는 설치된 설비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관리 작업이다. 따라서 93개교의 환기시설 개선 실적만으로 후드 청소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반대로 노조의 청소 미실시 주장만으로 환기시설 개선사업이 부실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세종시교육청이 이미 밝힌 환기시설 개선 실적과 별개로 학교별 후드 청소 이행 여부, 전문업체 위탁 현황, 예산 집행 실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8일 서울중앙지법이 폐암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이후 제기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당시 법원은 광주·전남·부산·경북 등 4개 지방자치단체에 피해 노동자들에게 각각 1천만 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반면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는 1심 판결로, 확정판결 여부와는 구분해야 한다.
세종지역 노동계는 지난 9월 17일에도 해당 판결을 계기로 세종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기시설 개선과 적정 인력 배치를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여기에 더해 청소 지침과 단체협약의 실제 이행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교육복지사 배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교육복지사 허정미 씨는 세종시교육청이 2027년 '연계형 교육복지선도학교' 운영을 추진하면서 별도의 인력 증원 없이 기존 교육복지사를 여러 학교에 배치하려 한다고 노조가 제시한 운영안은 교육복지사 2명이 11개 학교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읍면지역에서는 학생 74명, 동지역에서는 학생 103명이 지원 대상으로 제시됐다. 허 씨는 교육복지사 1명이 5~6개 학교를 담당하면 이동과 행정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 정작 위기학생을 직접 만나 상담하고 지원할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복지 업무는 학생의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자와 교직원, 지역사회기관을 연결하는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큼 순회배치에 따른 업무 부담과 지원 효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세종지역 교육복지사 정원이 14명이며 학교 배치율은 7.7%라고 주장했다. 다만 배치율의 산정 기준과 전국 비교 순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허 씨는 2027년 연계형 교육복지선도학교 운영 계획을 재검토하고 2028년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현장 의견을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교육복지사 배치기준 변경 시 조합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단체협약 제46조를 근거로 오는 12월 예정된 교육공무직원 인력관리심의위원회에서 관련 계획을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수교육실무사들은 방학 중 온라인 직무연수 제한과 산업안전보건 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특수교육실무사 박행운 씨는 중증 장애학생의 등하교와 수업, 방과후 활동 등을 지원하는 업무 특성상 학기 중 필수교육을 이수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장애학생 지원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무교육까지 근무 중에 이수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방학 중 온라인 직무연수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또 장애학 생의 이동과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과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산업안전보건 관리상 현업업무 종사자로 인정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교육청 직영수영장 수상안전요원들도 업무 범위를 둘러싼 갈등을 제기했다. 수상안전요원 백승원 씨는 2023년 집단교섭에서 수상안전 업무와 수영강습 업무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의하기로 했지만, 교육청이 2026년 업무편람에 수상안전요원을 사실상 수영강사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주장했다.노조는 '직영수영장 운영 업무편람(안)'과 '수영강사 직무규정'에 수상안전요원의 강습 업무와 강의계획서 제출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백 씨는 수상안전요원들이 초등학생 생존수영 교육 등에 협력해 왔으며 강습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관리와 수영강습은 업무의 성격과 책임이 다른 만큼 노사협의 없이 강습 업무를 확대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단체협약 제118조에 따른 업무 구분과 협의 절차를 준수하고 관련 업무편람과 직무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해당 업무편람의 확정·시행 여부와 단체협약 위반 여부는 관련 문서 및 실제 업무 지시 내용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노조는 이날 학교급식법 시행 유예 검토 중단과 적정 인력 충원, 급식실 후드 전문업체 위탁 청소 이행, 교육복지사 배치 계획 재검토, 특수교육실무사 방학 중 연수 보장, 수상안전요원 업무 범위에 대한 노사협의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조합원들은 세종시교육청 노사정책과를 통해 교육감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진정과 법적 대응, 현장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편 대전인터넷신문은 노조가 제기한 급식실 후드 청소 미실시 현황과 직종별 단체협약 위반 주장, 교육복지사 배치 계획 등에 대한 세종시교육청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공보관실을 통해 반론을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기사 배포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9월 본지 취재 당시 교육청이 밝힌 환기시설 개선 실적과 조리종사자 평균 식수인원은 이번에 제기된 후드 청소 미이행 및 단체협약 위반 주장에 대한 공식 반론과는 별개다. 노조가 제시한 일부 수치와 단체협약 위반 여부, 인력 재배치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교육청의 무응답이 노조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위법 사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자료와 정책 추진 경위를 설명할 필요성은 남아 있다.
이번 논란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무조건을 넘어 급식실 안전관리, 위기학생 교육복지, 장애학생 지원, 수영장 안전관리 등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서비스와도 연결돼 있다. 특히 학교급식법 개정 규정 시행을 앞두고 세종시교육청이 학교별 인력 배치 현황과 급식실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직종별 단체협약 이행 여부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기시설 개선 실적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설비의 유지관리와 노동자의 안전, 학생 지원체계까지 함께 점검하는 것이 교육청에 남겨진 과제다. 노조의 문제 제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실질적인 노사협의가 향후 갈등 해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