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 기자] 세종시가 지난해 도시관리계획 정비와 주거복지 강화 성과를 내고도, 건설 인허가 처리기간 장기화와 불필요한 조건 제시, 행복청 중심 지구단위계획의 현장 괴리가 개선되지 않으면 건설경기 회복과 상권 정상화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인호 도시주택국장이 20일 ‘도시주택국 주요 업무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세종시는 지난해 ‘선제적인 도시관리계획 정비’와 ‘살기 좋은 주거환경 조성’을 목표로 상권 활성화와 주거복지 강화, 규제 개선 등을 추진했다. 금강 수변과 BRT 인접 상가의 허용 업종을 확대했고, 공실률이 높은 일반상업지역 일부 필지에는 소형호텔 입지를 허용해 체류 기능을 보완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우수건축자산 등록과 주거복지대전 우수 지자체 선정, 폐현수막 재활용 최우수상 수상, 금남면 토지거래허가구역 35년 만의 전면 해제도 성과로 제시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성과가 체감되는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배경으로 ‘인허가의 시간’과 ‘기준의 불명확성’을 지목했다. 법정 처리기한이 있어도 실제 절차는 보완 요구가 반복되고, 부서 간 협의가 길어지며, 심의가 지체되는 방식으로 수개월 단위의 지연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자는 일정과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금융비용과 기회비용이 누적되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인허가 과정에서 제시되는 조건의 성격도 문제로 거론됐다. 상위계획이나 기준에 이미 반영된 사항임에도 추가 조건이 붙거나, 해석이 담당자·부서별로 달라 동일 유형의 사업도 보완 내용이 달라지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무엇을 준비해도 다시 고치라는 식의 행정”이라는 불만이 누적되고, 결과적으로 착공 지연과 분양 일정 변경, 사업 철회로 이어져 건설경기 회복의 동력이 꺼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상업지역 공실 장기화와 미매각 상업용지의 나대지화도 건설경기와 맞물린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시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행복청·LH와 협력해 미매각 상업용지를 주택 및 공공시설 용지 등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상업기능 과잉과 공실의 구조적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대지는 도시경관을 저해하고, 상권은 유동인구와 매출이 줄며, 민간은 신규 공급을 미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복청의 지구단위계획이 현장 수요와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탁상행정’처럼 운영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상업용지 공급 구조, 상권 수요, 공실률, 체류 기능의 부족 같은 문제는 현장에서 먼저 드러나는데도, 계획은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조정은 늦어지는 방식으로 작동해 결과적으로 미매각과 공실 장기화를 키웠다는 취지다. 특히 세종시가 파악한 문제점과 개선 의견이 계획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면 지금의 어려운 여건을 탈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함께 나왔다.
세종시는 올해 ‘월파출해’ 시정방향 아래 도시성장 기반을 정비하고 주거안정성과 건축·토지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불법 옥외광고물 정비, 현수기 허가구역·현수막 청정지역 확대, 한글디자인 경관 요소 확대, 빈집 정비 강화, 우수건축자산 추가 발굴·등록과 시민투표 도입, 공동주택 4,740호 공급과 통합심사 추진, 현장 감리 설명회 및 품질점검 공개, 관리비 진단서비스 도입, 읍·면지역 정비사업 추진도 계획에 담겼다.
다만 ‘계획’이 ‘회복’으로 연결되려면 인허가 구조 자체의 체감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첫 번째 대안으로는 사전협의의 제도화를 통한 보완 반복 차단이 제시됐다. 설계·교통·경관·재해 등 핵심 쟁점을 접수 전 단계에서 한 번에 조율하고, 그 합의 범위를 문서화해 이후 단계에서 동일 쟁점을 되풀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심사 역시 단순 권고가 아니라 상시 운영체계로 만들고, 민원인이 ‘어디서 막혔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절차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두 번째 대안은 ‘불필요한 조건’의 정리와 기준의 표준화다. 추가 조건 부과가 가능한 범위와 요건을 명확히 하고, 담당자 재량이 개입되는 영역은 체크리스트와 표준안으로 좁혀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유형의 사업이라면 같은 기준이 적용되도록 사례집을 공개하고, 보완 요구는 사유·근거·대체 방안을 함께 제시하도록 규정해 ‘보완을 위한 보완’ 관행을 줄여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됐다.
세 번째 대안은 행복청 지구단위계획의 조정 구조를 실질화하는 것이다. 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세종시가 상권 수요, 공실 현황, 인구·이동 패턴, 생활권 변화 데이터를 근거로 참여하고, 조정이 필요한 구역은 정기적으로 재점검하는 협의체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미매각 상업용지의 주거·공공시설 전환과 같은 탄력적 용도 조정은 협력 과제로만 둘 것이 아니라, 세종시가 일정 권한을 갖고 속도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네 번째 대안으로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시간 기반’ 성과관리 체계가 제시됐다. 처리기간 단축 목표를 부서별로 설정하고, 지연 사유를 유형화해 공개하며, 반복 지연 구간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허가 혁신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온라인 심의 관리체계 도입 같은 기술적 개선뿐 아니라, 협의 지연과 해석 불일치 같은 구조적 원인을 겨냥한 규정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뒤따랐다.
세종시가 추진 중인 주택 공급 효율화와 품질 공개, 관리비 진단서비스, 빈집 정비 강화, 부동산포털 구축과 주소정보시설 확대 같은 생활 밀착 정책도 결국은 ‘신뢰’와 연결된다. 인허가가 예측 가능해지고 계획이 현장에 맞게 조정되면 민간의 투자 판단이 빨라지고, 착공과 고용이 늘며, 상권의 유동성이 살아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세종시가 도시관리계획 정비와 규제 완화, 주거복지 강화 성과를 제시했지만, 건설 인허가의 장기화와 조건 난립, 행복청 지구단위계획의 현장 괴리가 해소되지 않으면 건설경기 회복은 구조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속도’와 ‘예측 가능성’, 그리고 세종시 의견이 반영되는 ‘권한 있는 조정체계’를 갖출 때 세종의 상권·주거·도시경관 개선이 동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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