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턴신문=최대열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TV수신료와 전기요금의 결합 고지·징수를 반영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스마트폰·OTT 중심으로 변화한 미디어 소비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 재원 구조와 지역·인터넷언론 지원 체계를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8일 ‘2026년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의 분리 고지·징수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시행령 제43조 제2항은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해당 조항을 삭제해 전기요금과 TV수신료의 결합 고지·징수 체계를 시행령에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시행령 정비는 지난해 개정된 「방송법」 후속 조치다. 개정 방송법은 TV수신료의 효율적 징수와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전기요금과의 결합 고지·징수를 의무화했지만, 시행령에는 기존 분리 고지 조항이 남아 있어 법률과 시행령 간 충돌 문제가 이어져 왔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상위법과 상충되는 조항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국민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국무회의 의결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TV수신료는 월 2500원이며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전기요금과 함께 결합 고지되고 있다. 현행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TV 수상기 보유자를 기준으로 하지만, TV를 보유하지 않은 가구도 별도 해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자동 부과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PC·OTT 플랫폼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수신료 제도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과거처럼 TV를 중심으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유튜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포털 뉴스 기반 정보 소비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언론 관련 조사에서도 젊은층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모바일 기반 뉴스 이용률과 온라인 영상 서비스 이용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청 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공적 재원 체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공영방송을 거의 시청하지 않는데 수신료를 부담해야 하느냐”거나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면 의무 부담처럼 느껴진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수신료 제도의 명분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영방송이 광고 없이 공공서비스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는 공영방송 역시 광고를 편성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광고 수익과 수신료를 동시에 유지하는 구조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재난방송과 국민 알권리 기능 역시 방송 환경 변화와 함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 재난이나 국가적 사건 발생 시 지상파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지역언론, 인터넷언론 등이 동시에 실시간 보도 경쟁에 참여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단일 방송 중심 정보 전달 구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반면 공영방송 측은 재난주관방송 역할과 교육·문화·지역 콘텐츠 제작, 장애인·소외계층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안정적인 공적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광고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공공성 중심 콘텐츠 제작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와 함께 지역·인터넷언론 지원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인터넷신문 업계에서는 지방행정 감시와 생활밀착형 보도, 재난정보 전달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광고시장 축소와 플랫폼 중심 뉴스 유통 구조 속에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부광고 집행 구조와 관련한 불만도 적지 않다. 현재 상당수 공공기관 광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집행되는데, 정부광고 대행수수료 구조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인터넷언론의 실질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인터넷언론계에서는 공공기관 광고 예산이 이미 기관별로 편성되고 언론사별 집행 금액도 사실상 정해진 상태에서 대행수수료까지 발생하면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사들은 “수수료와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취재·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크게 줄어든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 일부 지역언론 관계자들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 체감도가 낮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현장에서는 재단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이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수수료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지역·인터넷언론의 디지털 전환과 취재 역량 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정부광고 대행 체계는 광고 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효과 분석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설명도 있다. 특정 기관이나 권력에 따른 자의적 광고 집행을 줄이고 공공광고 운영 기준을 일원화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공영방송 수신료 논쟁이 단순한 징수 방식 문제를 넘어 공적 미디어 재원 배분 구조 전반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영방송뿐 아니라 지역·인터넷언론 역시 국민 알권리와 재난보도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공적 지원 체계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유료방송·OTT처럼 실제 이용자 중심의 가입형·선택형 공영방송 모델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공영방송 측은 선택형 모델 도입 시 공공 콘텐츠 제작 기반 약화와 재원 불안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단순한 행정 규정 정비를 넘어 공영방송의 역할과 디지털 시대 수신료 체계, 지역·인터넷언론 지원 정책, 공적 재원 배분 구조까지 포함한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재설계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