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가격정보 교환 및 담합 의혹에 대한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본지가 대전·세종·충남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50개월간 분석한 결과 충남의 평균 판매가격이 두 유종 모두 가장 높았으며, 2026년 3월에는 세 지역의 경유 가격이 한 달 사이 리터당 240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가격정보 교환 및 담합 의혹에 대한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대전인터넷신문이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를 토대로 대전·세종·충남 등 5개 지역의 휘발유·경유 가격을 50개월간 분석한 결과 충남의 평균 판매가격이 가장 높았다. 사진은 공정위 심의와 지역별 유가 분석을 표현한 AI 제작 합성 이미지. [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7일 두 정유사의 휘발유·경유·등유 공급가격 관련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와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해당 업체에도 송부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가 2022년 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약 4년간 주유소 공급가격과 관련한 입금가, 확정가, 판매정책 등의 정보를 교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2026년 3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입금가를 명시적으로 합의한 혐의도 있다고 봤다.
공정위가 제시한 관련 매출액은 약 44조1천억 원이다. 이는 혐의 관련 거래 규모로, 소비자 피해액이나 정유사의 부당이득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석유제품 시장에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2025년 시장점유율은 각각 28.1%와 21.0%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49.1%를 차지한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경쟁 관계에 있는 정유사들이 공급가격 정보를 교환하거나 가격을 합의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자료 열람·복사 등을 통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뒤, 위원회를 열어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판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공정위 심사보고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전원회의 등 심의 절차에서 사실관계와 회사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교환된 정보가 이미 공개됐거나 다른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 사후 정보로, 가격이나 판매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2026년 3월 입금가 담합 혐의는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근거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담합 사실을 부인했다.
공정위의 심의 착수와 함께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의 변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본지는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지역별 일평균 판매가격 자료를 토대로 2022년 2월 1일부터 2026년 3월 30일까지 1,519일간 대전·세종·충남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휘발유의 기간 평균가격은 대전 리터당 1,686.82원, 세종 1,697.62원, 충남 1,706.42원이었다. 충남이 대전보다 19.60원, 세종보다 8.80원 높았고 세종도 대전보다 10.80원 높았다.
경유 역시 충남이 가장 높았다. 대전은 리터당 1,617.74원, 세종 1,622.67원, 충남 1,627.07원으로 집계됐다. 충남은 대전보다 9.33원, 세종보다 4.40원 높았다.
비교 대상으로 분석한 호남권에서는 광주의 휘발유 평균가격이 1,681.43원, 전남이 1,705.11원이었다. 경유는 광주 1,602.67원, 전남 1,626.68원으로, 광주가 상대적으로 낮고 전남은 충남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공정위가 입금가 합의 혐의 시기로 지목한 2026년 3월에는 충청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휘발유의 경우 2월 대비 3월 월평균 가격은 대전이 리터당 154.74원, 세종 143.97원, 충남 153.14원 올랐다. 경유 상승 폭은 더 컸다. 대전은 2월 평균 1,579.38원에서 3월 1,821.53원으로 242.15원 상승했다. 세종은 1,581.01원에서 1,823.14원으로 242.14원, 충남은 1,590.18원에서 1,838.95원으로 248.77원 올랐다.
충남의 경유 가격 상승 폭이 세 지역 가운데 가장 컸으며, 이러한 유가 급등은 화물운송업과 농업 등 경유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같은 기간 광주와 전남에서도 휘발유는 각각 146.79원과 120.96원, 경유는 239.02원과 213.05원 상승해 유가 급등이 충청권에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었다.
가격 급등 시점이 공정위가 지목한 담합 혐의 시기와 겹치지만, 이를 담합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국제유가와 환율, 정부의 석유제품 가격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도 7일 브리핑에서 소비자가격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정확하게 분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분석은 50개월간의 지역별 일평균 판매가격을 산술평균한 것으로, 판매량을 반영한 가중평균은 아니다. 정유사별 실제 공급가격과 국제유가 변동을 함께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별 가격 차이를 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로 해석할 수는 없다.
공정위의 심의가 진행 중인 만큼 두 정유사의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공정위 심의에서는 가격정보 교환과 입금가 합의 혐의의 위법성뿐 아니라 실제 석유제품 공급가격과 소비자가격에 미친 영향이 규명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