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겨울철새의 국내 남하가 시작되고 해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출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방역 대응을 강화한다. 지난겨울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 피해를 겪은 세종지역에서도 반복 발생 농장과 밀집사육단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유입 차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겨울철새의 국내 남하가 시작되면서 세종·충청권 가금농장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입 차단을 위한 방역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철새도래지와 가금농장 방역 현장, 긴급 방역 경고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이미지]
세종시는 올해 2월 연동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살처분과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당시 약 23만7천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됐으며, 발생 농장 인근 지역에도 이동 제한과 소독 등 방역 조치가 확대됐다.
해당 농장은 최근 5년 동안 고병원성 AI가 반복 발생한 이력이 있는 곳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시 살처분 보상금 평가 과정에서 가축평가액의 70%를 감액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최종 보상금과 실제 경제적 피해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세종지역에서는 2025년 3월에도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2024~2025년 동절기 발생이 이어진 데다 2025~2026년 동절기에도 추가 발생하면서 반복 감염을 막기 위한 농장별 방역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세종시 부강면 충광농원이다. 올해 2월 세종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는 산란계 농장 7곳에서 약 27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당시 연동면 발생 농장과는 약 8㎞ 떨어진 곳으로, 추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집중 방역이 이뤄졌다.
세종시는 충광농원에 차량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외부 차량과 인원의 출입을 엄격히 관리했다. 인근 논 경운 작업과 고정식 레이저를 활용한 철새 퇴치, 거점소독시설 운영 등도 병행했다. 또한 지난 2월 22일까지를 특별 방역 강화 기간으로 지정하고 당시 지역 내 가금농장 40곳을 대상으로 농장 소독과 행정명령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이는 과거 방역 대응 당시의 규모로, 올해 10월 현재 농장 수와 방역시설 운영 현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규모 산란계 밀집사육단지는 차량과 장비, 인력의 이동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출입 관리와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 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되면 인근 농장까지 이동 제한과 검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방역의 중요성이 크다.
실제로 세종 연동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약 23만7천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됐고, 주변 농장에 대한 방역 조치도 확대됐다. 살처분에 따른 농가 피해뿐 아니라 방역 인력과 장비 투입, 축산차량 이동 제한 등 지역 축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처럼 세종지역에서 대규모 살처분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겨울철새의 국내 도래가 시작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10곳을 조사한 결과 물새류 5만7,036마리가 관찰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할 수 있는 한강하구·시화호·삽교호 등 3개 지역의 물새류는 1만5,606마리에서 2만3,893마리로 53.1% 증가했다. 고병원성 AI에 감수성이 높은 오리과 조류는 6,448마리에서 1만8,678마리로 189.7% 늘었다. 반면 충남 삽교호에서는 물새류가 지난해 517마리에서 올해 335마리로 35.2% 감소했다. 오리과 조류 역시 216마리에서 39마리로 81.9% 줄어 다른 비교지역과 대조를 보였다. 다만 이번 조사는 겨울철새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인 9월 말 실시한 초기 조사다. 삽교호의 개체수 감소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철새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고병원성 AI 유입 위험까지 낮아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해외 발생 상황은 방역당국의 경계를 높이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해외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검출은 2,9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2건보다 106.5% 증가했다. 해외 검출이 두 배 이상 늘면서 겨울철새 이동을 통한 국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가운데 위험성이 높은 22개 지점을 집중 감시하고, 야생조류 예찰 지점을 기존 102곳에서 112곳으로 확대한다.
철새 분변 채취와 폐사체 수색을 강화하는 한편 몽골·일본 등과 협력해 철새 이동 경로와 국내 검출 바이러스의 유전형을 분석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9월 30일부터 전국 축산농가에 고병원성 AI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소독 차량과 드론을 활용해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와 농장 진입로를 소독하고, 전국 280곳을 축산차량 출입 통제 구간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면 해당 지점 반경 10㎞를 예찰지역으로 설정하고 21일간 인근 가금농장 검사와 집중 소독, 필요한 이동 제한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
세종지역 가금농가의 예방대책은 외부 바이러스가 농장 안으로 들어오는 경로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농장과 분뇨 처리차량 등 외부 차량의 출입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반입하는 장비도 세척·소독해야 한다. 또한 울타리와 방조망을 점검해 야생조류와 설치류의 접근을 막고, 사료 보관시설과 축사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농장 주변 물웅덩이를 제거하고 야생조류를 유인할 수 있는 작업도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특히 산란계 농장에서는 폐사율 증가와 산란율 저하, 사료 섭취량 감소 등 이상 징후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축방역기관에 신고해 조기 검사와 방역 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도 세종 금강변과 하천·저수지 등 철새가 모이는 지역에서 야생조류와의 직접 접촉을 피해야 한다. 폐사체를 발견하면 만지거나 이동시키지 말고 관할 지방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철새도래지 방문 후에는 신발과 의복을 세척하고, 가금농장 방문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한 지역에서는 탐조와 낚시 등 야외활동을 삼가야 한다.
이채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아직 겨울철새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이지만 오리과 조류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검출이 늘고 있어 올겨울은 그 어느때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철새의 국내 이동과 바이러스 검출상황을 면밀히 감시하는 한편, 국민께서는 야생조류 폐사체를 발견할 경우 직접 접촉하거나 이동시키지 말고 즉시 관할 지방정부로 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동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도 “10월부터 겨울철새 도래가 본격화되면 가금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도 더욱 커진다”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철새가 모여드는 강가나 저수지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가금농가에서는 농장 주변 경운(논·밭갈이)과 외부 사람·차량의 농장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등 기본 방역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세종지역은 지난겨울 연동면에서 약 23만7천 마리의 산란계를 살처분하는 피해를 겪었다. 당시 부강면 충광농원에는 약 27만 마리의 산란계가 사육되고 있었던 만큼 밀집사육단지와 반복 발생 농장에 대한 집중 관리가 중요한 방역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세종시가 지난 2월 가금농장 40곳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추진했던 만큼, 올해 동절기에도 농장별 방역 취약요인 개선과 행정명령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새 남하가 본격화하는 시기에 지난겨울의 대규모 살처분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방정부의 선제적 예찰과 소독, 축산차량 출입 통제뿐 아니라 과거 발생 농장의 방역 취약요인 개선과 가금농가의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