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 성폭력근절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상병헌 세종시의원이 전날 발표한 반박 입장문에 대해 “피해자 관점 결여와 법원 판결 축소, 구조적 문제 회피, 책임 회피로 점철된 주장”이라며 “성폭력 가해자는 공직에 설 자격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성추행 파문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 의원과 세종 성폭력근절 비상대책위원회간 진실 공방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상병헌 의원은 지난 23일 언론을 통해 “비대위 소속 어느 단체도 본인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문의한 적이 없다”며 “일방의 입장만을 근거로 매도한 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비대위의 성명은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이날 발표한 반박 입장에서 “성폭력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의 억울함이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과 권리 회복에 있다”며 “비대위는 1심 판결을 근거로 입장을 표명했을 뿐, 가해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을 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비대위는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사실 자체가 공직자의 책임과 신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축소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는 시민의 눈높이에도, 공직자의 책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상 의원이 이번 사건을 “동년배 남성들 간 사건”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성폭력 사건의 사회적 맥락을 축소·왜곡하는 발언”이라며 “공직사회의 직위와 권력은 사건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별개의 사건을 언급하며 비대위를 공격한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결론적으로 “상 의원의 입장문은 피해자 관점 결여, 법원 판결 축소, 구조적 문제 회피, 책임 회피로 점철돼 있다”며 “시민사회와 피해자가 제기한 우려와 성평등 감수성 강화라는 근본 문제에 대한 성찰을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상 의원의 즉각 사퇴와 공식 사과 ▲세종시의회의 명확한 입장 발표와 윤리특별위원회 후속 조치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의 공식 사과 및 제도 개선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비대위는 마지막으로 “성폭력은 권력의 크기만큼 은폐되고 더 큰 상처를 남긴다”며 “우리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끝까지 지지하고 공직사회 내 모든 성폭력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상 의원이 별개의 사건(교안위)을 끌어와 비대위를 공격한 것은 ‘물타기’로 읽힌다. 이는 책임을 희석하고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성폭력 사건은 개인 간의 사적 다툼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직결된 문제이며, 이를 회피하는 행태는 결국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 시민사회는 세종시의회와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에 명확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의원직 유지 여부와 무관하게, 성평등 감수성을 제고하고 성폭력 재발을 방지할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다. 피해자 보호와 회복 지원은 물론, 공직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공직은 권력이 아니라 시민에 대한 책임이다. 법원의 판결조차 가볍게 여기며 개인적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태도는 시민이 공직자에게 기대하는 책임 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상병헌 의원은 유죄 판결의 무게를 직시하고, 피해자와 시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더 이상 세종시 정치가 성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